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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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 할아버지가 손자를 키우면서 눈물과 한숨과 웃음으로 쓴 조선 최초의 육아일기 유폐된 삶에서 찾은 단 하나의 희망 조선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갈 때 기묘사화己卯士禍(1519, 중종14)와 을사사화乙巳士禍(1545, 명종 원년)가 연이어 일어났다. 묵재 이문건은 젊은 나이에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유배를 살다가 돌아와 본격적으로 벼슬길에 나섰다. 하지만 곧 을사사화를 만나 23년의 긴 유배생활을 떠났다. 그는 평생 유배지에서 살다가 결국 그곳에서 생을 마친 유례없이 불행했던 조선의 사대부다. 그때 죽거나 쫓겨난 그 무수한 사람들의 삶처럼, 만약 기록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문건이란 사람을 기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원래 한번 잊혀지면 영원히 잊혀지는 게 삶의 잔인한 생리니 말이다. 하지만 이문건은 스스로 역사가가 되어 자신의 생애를 기록해나갔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서 『묵재일기』라는 방대한 사료를 남겼다. 자그마한 것 하나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그의 성격이 조선시대 양반의 일상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사료로 남았다. 그런데 이문건에게는 또다른 일기가 있었다. 그 일기첩의 이름은 『양아록』이다. 養兒錄은 직역하면 아이를 키운 기록이다. 유배지에서 그는 손자를 직접 기르고 무려 17년 동안 육아의 과정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들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그의 기록정신 때문에 우리는 선비가 아이를 직접 키웠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조선시대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병치레하고 교육받고 부모와 갈등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하게 알게 되었다. 손자의 탯줄을 끊어주면서부터 시작된 일기는 이문건이 죽을 때까지 이어졌다. 자식이 넷이나 됐지만 전부 얼마 살지 못하고 죽었고, 그에게 남은 것은 손자 하나였다. 유배의 쓸쓸함도 견디기 어려운데, 대가 끊어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 불우한 사나이를 억척스러운 가정 주부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이다.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단맛 쓴맛 매운맛 더운맛 다 녹인 18년 사랑』은 『양아록』이라는 이 특이한 기록물을 인문교양서의 형식 속에 새롭게 담아낸 책이다. 『양아록』은 본문의 많은 부분이 시로 쓰여졌기 때문에 줄글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그 안에 녹아 있는 당시의 삶을 제대로 음미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이 점에 착안해 소설의 문체와 내러티브 속에서 『양아록』을 사실 그대로 최대한 되살려내고자 했다. 제1부 1장에서는 묵재 이문건이 출사해서 벼슬을 하다가 유배를 떠나기 전까지의 과정을 묘사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지러운 정치 속에서의 힘겨운 처세, 스승 조광조의 죽음, 형들의 파직과 유배, 가족의 해체, 아들의 죽음 등을 연이어 경험한 좌절한 선비의 모습이 그려진다. 『양아록』의 프롤로그는 음울함 그 자체였다. 2~5장에서는 『양아록』의 주인공이자 이문건의 손자인 ‘숙길’이 커가는 과정을 초년기·유년기·소년기·청년기로 나누어 서술해나간다. 이문건은 『양아록』에서 며칠 동안의 일을 한번에 몰아서 쓰곤 했는데, 저자는 이것을 다시 매일의 기록으로 세분화하고 독립된 글로 만든 후 조심스럽게 이어붙였다.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장에서는 풍열·간질·두창·홍역·이질·학질 등을 모두 앓은 손자의 가공할 만한 병치레와 이를 간호하는 할아비의 안타까움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아들 넷을 전부 먼저 황천으로 보낸 이문건은 손자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살려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굿도 하고 약도 쓰고 신령님께 빌기도 하고 병의 예후를 민감하게 관찰하는 등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비록 출사길이 막힌 죄인의 가문이지만 인간의 도리를 하려면 배워야 한다는 이문건의 믿음은 손자에 대한 엄한 교육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손자는 영 공부에 취미를 붙이지 못했다. 공부를 시키려는 할아비와 도망가는 손자의 술래잡기는 오늘날 가정에서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심지어 책을 읽지 않으면 “그네를 끊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너무 인간적으로 다가오고, 심한 매질 끝에 몽둥이가 부러져나가는 에피소드도 여과 없이 실려 있어 그 고뇌와 아픔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이문건은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자주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부모(실제로는 조부이지만)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식은 늘 애물단지다. 청년기에 접어든 손자는 술에 맛을 들여서 또 할아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애를 끓인다. 이런 심란한 장면도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일상으로 비쳐지겠지만, 육아일기에 이런 어두운 얘기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 사건에 대한 해석을 두고 손자와 할아버지가 토론하는 장면, 할머니의 병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똥을 맛보았다가 독이 올라 드러누운 숙길의 누이 이야기, 육아의 쉴 틈 없는 일상 중에 당대의 학자문인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망중한이라기보다는 어떤 절박한 그리움으로 다가와 애틋한 감정이 들게 한다. 제2부는 『양아록』를 비롯해 조선의 출산과 육아문화 전체를 좀더 잘 조감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즉 양아록에 소개된 내용들 가운데 우리 역사나 고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한 편 한 편 자세히 소개하고 있고, 또 조선시대 과거 제도나 역사에서 시간 측정하는 방법 등 역사 배우기의 하나로 재미있는 지식들을 전해주고 있다. 가령, 옥황상제님께 손자를 보게 해달라는 구절을 보자. “저에게는 어리석고 병든 아들이 있습니다. 비록 등유鄧攸가 아들을 잃은 것과 같지는 않지만 대를 이를 손자가 없어 감히 마묵처럼 아들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구절과 관련하여 2부에서는 등유와 마묵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문건이 아들의 죽음을 아파하며 ‘가련한 너와 죽은 네 아비를 생각하면 너무나 딱하고 불쌍하다悼亡怜爾兩難堪’고 한 구절에 이르러서는 도망悼亡과 관련한 문학작품과 문학가들을 소개해 더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묵재일기』 뒤편에 필사된 『설공찬전』의 발견으로 한글 최초의 소설이 『홍길동전』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진 사건, 당대의 유림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이문건의 『묵휴창수』라는 시문집에 대한 소개 등 묵재의 삶과 얽힌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아들딸과 함께 원문으로 읽어보는 양아록>이란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서는 양아록의 매 편을 원문으로 싣고 그 밑에 한자의 음과 뜻을 자세히 풀어썼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가정생활과 육아에 관련된 한자 용어로 어떤 것들이 있는가 알 수 있다. 여기 소개된 한자의 생김새와 그 뜻의 오묘함, 찰짐을 직접 느껴봄으로써 할아버지와 손자가, 혹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한문으로 직접 해석하면서 육친의 정이 더욱 깊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양아록』의 좀더 구체적인 내용 속으로 (1) 손자 숙길은 병치레가 잦았다. 풍열, 간질, 두창, 홍역, 이질, 학질 등 앓지 않은 병이 없었고,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나가서 어울리다 다치기도 여러 번이었다. 열이 많은 체질에 고기를 잘못 먹었다가 낫질 않아 할아비가 자신을 원망하게 만들 만큼 타고난 체질이 건강하지는 못했다. 이미 네 명의 자식을 젊어서 떠나보냈기에 혹여 잘못될까봐 이문건은 의사처럼 병에 대해 공부하고 손이 닳도록 신령님께 빌었다. 총 45편의 글 중 손자의 질병과 관련된 글이 16편이나 될 정도로 많다. 어찌할 수 없는 병으로 속수무책일 경우 점쟁이와 신령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일기 몇 편에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점쟁이 김자수를 만난 일과 옥황상제님께 드리는 축문이 실려 있다. 손자가 조금씩 커가면서부터는 선비로 길러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매일매일 불러서 앉혀놓고 『소학』 『대학』 등의 경전을 이문건이 직접 가르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