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이슈와 사건 그리고 문예사조로 짚어낸
프랑스 근현대사 한눈에 보기
대혁명에서 21세기 초까지 역사의 파노라마
특히 프랑스에 관심이 많은 독자가 반길 법한 책이다. 카이사르가 ‘만든’ 국가에서 18세기 절대왕정까지를 다룬 1권(2023년 출간)에 이어 ‘혁명의 산실’, ‘제국의 영광’을 거쳐 오늘날에도 여전히 국제정치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대 프랑스를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속편’ 성격의 책인데, 이 시대와 직결되는 과거를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고 피부에 와 닿는다. 시대순으로 통사를 엮은 연대기식 서술이 아니라 1권처럼 22건의 굵직한 이슈와 사건 여기 더해 트렌드로 역사의 흐름을 짚어내는 방식이어서 프랑스를 알고자 하는 이들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
이슈-‘벨디브 사건’과 ‘퀴리오법’을 들어봤나요
역사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벨디브 사건이 그런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는 1942년 독일강점기 때 오로지 프랑스 경찰에 의해 8000여 명의 유대인이 동계경륜장(벨디브)에 갇혔다가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사건이다. 보불전쟁에서의 패배 이후 나라가 양대 진영으로 쪼개져 10여 년에 걸쳐 공방전을 벌였던 드레퓌스 사건은 잘 알려져 있다. 한데 친드레퓌스 진영의 작가 에밀 졸라의 청원서에서 ‘지식인’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 역시 처음 접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1981년 23년간의 우파 집권을 끝내고 등장했던 미테랑 사회주의 정부가, 경제위기에 처한 주택 임차인의 거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퀴리오법’ 역시 낯설 터다.
사건-‘자유 프랑스’의 오점, 알제리 전쟁과 디엔비엔푸 전투
바스티유 습격 사건, 워털루 전투,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 68운동 등 프랑스사의 변곡점을 상술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유?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은 ‘사건’도 상세히 풀어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으로의 복귀를 꿈꾸던 프랑스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철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1954년 10월의 ‘디엔비엔푸 전투’가 그렇고, 1954년 11월 ‘붉은 만성절’ 봉기를 계기로 8년간에 걸쳐 ‘20세기 최대의 민족해방 전쟁’이 벌어져 양측에서 무려 30여만 명의 희생자를 낸 알제리 전쟁은 프랑스사의 큰 오점이라 할 수 있다. 필자들은 전술지도, 영화 포스터 등 다양한 자료까지 동원해가며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문예사조-빅토르 위고의 〈에르나니〉를 둘러싼 ‘전투’
역사는 정치적 사건이나 사회적 이슈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이 책이 낭만주의의 대두와 ‘인상파’의 부상 등 트렌드에도 눈길을 돌린 이유다. 1830년 프랑스 파리의 한 극장에서 공연된 빅토르 위고의 연극 〈에르나니〉를 둘러싼 소동은 가히 ‘에르나니 전투’라 불릴 만했단다. 16세기 스페인의 젊은 귀족 에르나니의 사랑과 비극적 운명을 그린 이 작품을 둘러싼 대립은 단순히 낭만주의와 고전주의 간의 문학적?미학적 충돌이 아니었다. 당시의 복고 왕정 체제에서 자유주의자들과 과격왕당파 간의 갈등이 증폭된 결과였다. 사전 검열 움직임에, 첫 공연 때는 비난의 고성과 박수가 엇갈리다 못해 관객석에서 주먹질이 오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니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숙고하려 할 때 살펴볼 주제라 하겠다.
한국 학자들의 시선이 담긴 ‘프랑스사 평론’
이 책은 한국 프랑스사 학계의 ‘오늘’을 보여주는 공동 ‘작품’이다. 한국 프랑스사학회가 지난 몇 년간 진행해온 ‘프랑스를 만든 나날’이란 학술토론회의 성과를 모은 노작(勞作)이기 때문이다. 평면적인 설명을 넘어 프랑스 학자들은 해당 이슈나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하는 ‘기억’을 담아내면서 전공 필자들이 저마다 개성적인 필치로 해석을 더한 결과 잘 읽히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빼어난 ‘역사 평론’이라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