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렘 만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세상에서 가장 다크한 피노키오
2009년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의 영광은 프랑스 만화가 빈슐뤼스의 작품 『피노키오』에게 돌아갔다. 원작인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의 아동문학 작품 『피노키오의 모험』을 성인 취향의 작품으로 완벽하게 바꿔놓은 이 만화에 『가디언』지를 비롯한 해외 매체도 주목했고, 빈슐뤼스는 대번에 국제적인 만화가로 부상했다. 이 범상치 않은 만화 『피노키오』가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만화가 빈슐뤼스가 어쩌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개봉되어 호평받았던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를 원작자인 마르잔 사트라피(Marjane Satrapi)와 함께 감독했던 뱅상 파로노가 바로 그임을 안다면 익숙하게 느낄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빈슐뤼스는 애니메이션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만화로 앙굴렘 국제만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넘치는 재능을 뿜어내는 작가라 할 수 있다.
블랙 유머로 가득한 빈슐뤼스의 세계!
1990년대에 프랑스 만화계에 조그만 흐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프랑스 만화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SF나 판타지 만화와는 다른 만화를 그리고 싶어했던 젊은 작가들이 작은 출판사를 통해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조안 스파르(Joann Sfar), 에마뉘엘 기베르(Emmanuel Guibert), 다비드 베(David. B), 마르잔 사트라피 같은 작가들이 이런 흐름에 따라서 등장한 작가들이었고, 그들은 곧 프랑스 만화계를 바꾸어버렸다. 그중 언더그라운드 감성을 가장 철저하게 관철한 작가가 빈슐뤼스였다. 빈슐뤼스는 미국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것을 자기 스타일대로 블랙 유머를 가득 넣어 비틀어댔다.
빈슐뤼스의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비범하다. 영혼 없는 살인병기로 만들어진 ‘피노키오’, 그런 피노키오를 군대에 납품해 돈을 벌 생각밖에 없는 ‘제페토’, 재능은 없으면서 대문호를 꿈꾸는 ‘지미니’,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을 품고 있는 ‘일곱 난쟁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멘탈붕괴 형사 ‘밥 자베르’ 등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서 완전히 새로운 『피노키오』를 만들어낸다. 일견 어둡고 잔인하고 폭력적인 만화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녹아 있는 유머 감각이 이 작품을 ‘사악하면서도 유쾌한’ 달리 말해서 독특한 작품으로 만든다.
물론 그림에 대한 설명도 빼놓을 수 없다. 잭 커비 등의 미국 만화와 언더그라운드 만화에서 영감을 얻은 빈슐뤼스의 그림에 환상적인 색을 덧입힌 시조(CIZO)는 빈슐뤼스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동료다. 『피노키오』에서도 이 콤비의 역량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서정적인 그림과 블랙 유머가 섞인 빈슐뤼스의 『피노키오』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