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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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지층에서 발견된 해골 속에 가득 들어차 있을 지독한 어둠에 대한, 불안에 대한, 고독에 대한, 그리고 쓸쓸함에 대한 87편의 시 힘으로서의 슬픔 무기로서의 시 ★이응준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시인인 것 같다. 제어할 길 없는 말의 분출은 생각과 감정의 원석(原石)이다. -정현종(시인) ★이 “얼음의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차갑고 새로운 텍스트의 일독을 널리 권한다. -김광규(시인) 이응준의 네 번째 시집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가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소설 『국가의 사생활』과 논픽션 『미리 쓰는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어두운 회고』를 통해 우리 시대 통일 문학의 척추 역할을 했던 이응준은 832쪽 분량의 산문집 『영혼의 무기』통해 성찰과 반항을 재료로 수필을 지어 올리는 문장가의 면모 또한 확실히 보여 주었다. 그러나 소설가이자 산문가이며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이응준 문학은 시(詩)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응준은 1990년 계간 《문학과비평》 겨울호에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외 9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출발했다. 2002년 두 번째 시집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 이후 10년 만에 세 번째 시집 『애인』을 출간했으며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오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슬픔이 결빙된 한 권의 시집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를 독자들 앞에 내놓는다. 서사적으로는 독창적 빈틈을 만들고 논리적으로는 한 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으며 작가와 논쟁가로 살아온 시간이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시의 불꽃이 사위었던 적은 한순간도 없다.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이응준의 문학은 변곡점에 이를 때마다 시의 자리로 돌아온다. 이번 시집에는 모두 87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절망과 싸우기보다 절망을 관통하는 시들이 특히 아름답다. 절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독을 삼켜야 할까. 이곳은 슬픔의 중력에 맞서는 이응준의 우주다. 독자들이여, 입장하시라! “그리고 그는 그 해골의 주인이 누군가를 사랑했고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후회했으나 어쩔 수 없었고 죄 사함 같은 거 믿지도 않으면서 기도를 무슨 몹쓸 습관처럼 중얼거리며 살았다고” -「나의 해골」에서 이번 시집에서는 기도라는 단어가 많이 쓰였다. 기도는 사유의 운동을 투명하게 기록하는 계기판이다. 거대하고 확실한 외부 세계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내면에서 유동하는 세계가 전부다. 시적 화자가 확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실이자 최대한의 진실은 자기 내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변증법인바, 기도야말로 마음의 리얼리즘이다. 그러므로 기도는 모더니스트들에게 존재하는 유일한 하나의 실체다. 기도하고 있거나 기도 안에 들어간 그의 시는 서정적 모더니스트로서 이응준 시의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절망과 내가 이견이 없어서 외로웠던 시절은 다 어디로 가서 나는 왜 아직 여기 홀로 서 있나, 막연히.”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에서 이번 시집의 표제작은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다. 목화에는 심연의 이미지가 있다. 목화가 피고 진다는 말은 틀렸다. 목화는 피고 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지지만 바닥에 닿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끝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떨어지는 듯한 목화. 끝이 없으므로 추락하지 않는 목화는 아득하고 정처 없는 절망한 마음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 이응준의 시에서 목화는 이별과 고독, 외로움과 슬픔이 집약된 서정적 기호로 다시 태어난다. 깊은 슬픔을 지닌 ‘목화’의 감각은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를 대표하는 하나의 단어이자 이응준의 시로 들어가는 감각의 입구이기도 하다. “사랑이여. 아비규환이여. 나무만 보면 없는 죄도 만들어서 진술하고 싶던 그 시절의 너와 나는 대체 무엇이었는가.” -「쓸쓸한 서문을 쓰고 있는 밤」에서 사랑은 아비규환이다. 무질서하고 치사하다. 그리고 배반한다. 그러나 그 아비규환의 사랑이 지옥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지옥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그것도 스스로. 진술하기 위해 없는 죄도 만드는 것처럼 사랑은 모순되고 불가해하다. 이전 시집 『애인』에서 사랑의 생생한 건강성에 대해 노래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불행과 고독의 물질로서의 사랑, 그러므로 세계와 이별한 후에도 살아갈 수 있는 힘으로서의 슬픔을 노래한다. 인간은 슬프다. 슬픔은 힘이 있다. 인간은 힘이 있다. 『목화, 쓸쓸한 마음의 깊이』를 읽는 독자들은 진격하는 슬픔의 이미지에 얼마간 짓눌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슬픔이 힘으로 변하는 슬픔의 생생한 건강성 또한 목격할 것이다. 슬픔을 뚫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간의 경로는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