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

정보라さん他10人 · SF/小説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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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次

00_서문_제야_7 01_달콤한 죄를 지었습니다_남세오_17 02_거인을 지배하는 법_지현상_43 03_문어_정보라_65 04_실버 해머_엄정진_99 05_당신의 모든 것_클레이븐_141 06_정신강탈자_엄길윤_173 07_원점으로 돌아가_전혜진_201 08_고쿠라에서 J를_고타래_227 09_위화_최지혜_243 10_홍연(紅縺)_구한나리_271 11_통곡왕(痛哭王)_곽재식_297

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부커상이 인정한 한국의 단편 환상문학, 그 빛나는 성취! 19년 동안 거울이 지켜온 신비하고 경이롭고 으스스하고 돌아버린 이야기들! 김보영, 배명훈, 정세랑, 정보라, 곽재식 등 한국 장르소설의 대표 작가들을 배출한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대표중단편선 그 열일곱 번째 이야기! 무르익어가는 모든 이야기의 계절에 중학생이던 어느 날, 새 학기의 아침 시간이었다. 나는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의 손에 이끌려 학교 도서관에 처음 방문했다. 독서를 꽤 좋아했지만, 그날 유독 책을 빌릴 생각이 없던 나는 그저 서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빈손으로 친구를 기다렸다. 한참 뒤, 친구가 책꽂이 사이에서 꺼낸 건 꽤 두꺼운 소설의 양장본이었다. 이때 어린 허영심이 나를 자극했다. 다행히 친구가 집어 든 건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었다. 나는 무턱대고 친구 쪽으로 달려가 그 책의 첫 권을 찾아들었다. 손때 탄 검정 하드커버에 쓰인 책의 제목은 《룬의 아이들–윈터러》였다. 글이 많은 책을 한 번도 읽은 적 없던 나는 기대감 없이 그 책의 첫 장을 넘겼다가 수업 시간인 것도 잊고 전부 읽어버렸다. 그 책은 전에 읽던 교육용 도서와 완전히 달랐다. 온전한 상상 속에서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작가가 빚어낸 인물이 행동했다.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그것이 미려한 문체로 정갈히 묘사되어 있었다. 나는 그날 점심시간에 도서관에서 나머지 권을 전부 빌렸다. 그렇게 환상문학과 뜻밖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갑자기 나에게 다가온 환상문학은 이후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정체성을 이루었다. 판타지를 읽다 보니 상상의 한계에 도전하게 되었고, 머잖아 환상과 연결된 다양한 장르에 고루 발을 디뎠다. 대학에 가서는 본격적으로 자유롭게 책을 읽었다. 그러던 중 여러 책의 날개에서 ‘환상문학웹진 거울’이라는 이름을 보았다. 처음에는 읽고 넘겼지만, 취향을 타고 흘러들어온 대부분 책에서 웹진 ‘거울’의 이름을 보았을 즈음, 나는 운명적 직감을 느끼고 그곳에 방문했다. 환상문학을 기반으로 한 장르문학에서 긴 시간 명맥을 이어온 웹진 ‘거울’은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소설’들의 집합체였다. 환상과 문학이 끊임없이 교류하며 이야기를 피워내는 곳, 그리하여 상상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는 곳. 상상의 희열을 맛보고 싶은 모두에게 열린 곳이 ‘거울’이었다. ‘거울’을 알고, 그곳의 소설을 읽다 보니 시스템 또한 눈에 들어왔다. 자유롭게 글을 연재하고 특정 기준을 만족하면 정식 필진이 될 수 있다. 어느 작가에게나 열린 이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건 환상을 좋아하는 많은 독자의 꾸준한 관심이다. 원한다면 창작물에 대한 의견도 자유로이 들을 수 있으며, 심사를 받고 정식 필진으로 가입한다면 좀 더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보장받는다. 이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기 어려운 자유 연재 작가에게는 큰 혜택이다. 누구나 편히 드나들 수 있지만, 확실히 작가로서 인정은 받을 수 있는 곳. ‘거울’이 창작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시선’보다 ‘마음’이었다. 그 마음에 감동해 플래너 한쪽에 버킷리스트로 ‘웹진 거울 필진 되기’라고 적었다. 당시의 나에게는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아주 먼 목표이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기회로 기사 필진이 되었다. 필진으로서 바라본 거울은 독자로서 방문할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웹진 ‘거울’에서 추구하는 ‘환상’은 단순한 판타지(Fantasy)를 넘어선다. 한 사람이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겉보기가 완전히 달라지듯이, ‘거울’의 환상은 사랑의 옷, 과학의 옷, 기술의 옷, 신화의 옷, 때로는 현실의 옷을 입고 독자에게 다가간다. 수많은 작가가 빚어낸 환상이 걸친 옷은 너무도 다채롭지만, 그 중심에는 웹진 ‘거울’이라는 본질이 있다. ‘거울’은 늘 ‘환상’ 장르에 기대하는 독자의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키며 그들 곁에 존재했다. * 이번 환상문학웹진 ‘거울’ 대표중단편선 Vol.17에는 열한 편의 소설이 실린다. 햇수로는 열여섯 번째 대표중단편선이며, 책 권수로 열일곱 번째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무게감도 방향성도 제각각인 수록작들은 오직 ‘거울’만의 색을 지니고 있다. 2020년에서 2021년을 경계로, 한 해가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거울’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2020년 말 시작된 ‘거울 속 난새’ 프로젝트다.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의 노랫말을 모티프로 한 장르 소설을 창작하고자 필진들이 기획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 중 최지혜 작가의 <위화>와 구한나리 작가의 <홍연>이 이번 단편선에 수록되었다. <위화>는 동명의 노래 ‘위화’를 재창작한 단편으로 타임루프를 활용한 역사물이다. 유려한 문체로 한 땀 한 땀 아름답게 빚어낸 이야기 속 ‘나’는 한 사람과의 사랑을 위해 윤회한다. 일상과도 같던 삶의 되풀이 끝에 내려온 하나의 천명은 ‘나’에게 그리움과 망각이 주는 근본적 고통을 깨닫게 한다. “세상 끝까지 달려가 허공에 흩날리고 그대의 곁으로 돌아가”라는 노랫말의 클라이막스를 짙게 활용한 결말에서 독자는 한숨과 그리움이 빚어낸 가슴 저미는 사랑을 만날 것이다. <홍연> 역시 같은 제목의 노래 ‘홍연’을 재창작했다. “세상에 처음 날 때 인연인 사람들은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온다 했죠”라고 나지막이 시작하는 이 노래는 안예은의 대표곡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구한나리 작가는 ‘홍연’ 속 ‘붉은 실’의 이미지를 악기의 현 이미지로 색다르게 변주한다. 추운 계절에 오라비를 찾아 떠난 여정의 끝에서 하영이 마주한 ‘미르’라는 존재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미르’와의 대화에서 밝혀지는 오라비의 소식은 애달픈 악기의 소리처럼 독자의 감정을 흔든다. 2020년 말에는 낙태죄 존치에 항의하는 의미로 온라인에서 ‘#낙태죄_전면폐지_2000자_엽편_릴레이’가 진행되었다. 당시 온라인 소설 연재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진 이 행동에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그들만이 써낼 수 있는 누군가의 죽음이 이야기로 쏟아져 나왔다. 전혜진 작가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이때 발표되었다. 작가는 8, 90년대를 전후로 죽어간 여아들의 원한을 ‘무당’이라는 소재로 생생하게 표현했다. 이 소설은 지금 우리가 복원해야 하는 것이 감별되어야만 했던 여성 존재들의 목소리라고 말한다. 단지 운이 좋아 살아남은 모든 세대의 여성이 하나쯤 알고 있는 바로 그 ‘죽음’이 문장에 날 선 채 깃들어 있다. 정보라 작가의 <문어>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강사법의 제정으로 인해 발생한 대량해고를 다룬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로 투쟁하는 농성장에 나타난 의문의 문어 한 마리, 그리고 그것을 홀랑 삶아 먹은 위원장의 행동은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환상은 종종 현실을 환기한다. “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라는 외계의 메시지와 귀찮다는 듯 날름 문어를 먹어버린 위원장의 행동은 이 소설이 절대 정복당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은유한다. 클레이븐 작가의 <당신의 모든 것>은 바이러스 팬데믹이 여전히 진행 중인 지금, 빠질 수 없는 주제의 단편이다. 특정 지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하고, 생존자조차 찾기 힘든 상황에서 장기매매가 성행하는 미래. 아마 바이러스의 공포가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불어닥쳤을 2020년 12월에 쓰였기에 전염병의 유행을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동생을 위해 장기를 구하러 떠나는 주인공의 여정에 탁월하게 설정된 배경과 등장인물의 면면이 인간의 잔혹함을 밀어붙인다. 코로나 팬데믹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바이러스의 상처가 남아 있는 지금, 큰 시의성을 확보하는 소설이다. 이번 ‘거울’ 대표중단편선에는 특정 시류나 프로젝트를 반영하는 이야기 외에도 작가 개인이 자유롭게 발표한 소설이 여섯 편 수록된다. 그중 두 편은 ‘신체강탈’의 모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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