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스타십트루퍼스』,우주 경쟁→〈2001:스페이스오디세이〉,
인권 운동→『시녀이야기』, 다문화 혐오→〈부서진대지〉3부작
“SF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한 ‘SF 역사’로의 시간 여행
SF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선사하는 SF 랜드마크 지도
“SF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한 장르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각 시대의 대표 작품으로 구현한 SF 랜드마크 지도
SF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3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SF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역사상 최대의 무기 연구 계획을 발표하는데, 레이저 또는 양성자 빔으로 대기권 밖 소련의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그 계획의 이름은 다름 아닌 “스타워즈”였다. 이 터무니없이 SF적인 계획엔 실제로 SF 작가들이 직‧간접적으로 대거 참여했고, 결과적으로 ‘상호확증파괴’ 상태를 깨면서 냉전 종식의 도화선이 됐다. 이처럼 SF의 상상력이 세상을 뒤흔든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텍사스주 의회 앞에서 열린 낙태 규제 법안 반대 시위에 하얀 보닛을 쓰고 붉은 망토 두른 여성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이 착용한 보닛과 망토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SF 『시녀 이야기』에 등장하는 출산용으로만 관리되는 여성인 ‘시녀’를 상징하는 복장이었고, 시녀 복장은 곧 낙태 규제 반대의 상징이 돼 미국 전역을 붉게 물들였다. 위 두 사례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듯이, 현실 세계와 SF 세계는 독립적이지 않다. 물론, SF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이 많든 적든 독자를 만나고, 크든 작든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우리가 유독 SF에 관심을 갖는 것은 SF가 그 어떤 장르보다도 빠르고도 강력하게 현실을 뒤바꾸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SF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우리 현실을 뒤흔드는 것일까? 우주선, 레이저 총, 로봇이 나오는 이상하고 대중적인 장르? 아니면 과학과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는 전문적인 장르? SF가 탄생한 이래로 “SF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에 수많은 작가, 평론가, 편집자가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SF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 그리하여 셰릴 빈트와 마크 볼드는 SF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SF라는 장르의 탄생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SF 역사’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렇게 여정을 마친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SF란 하나로 고정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진행하는 어떤 과정이라는 것. 즉, SF란 일종의 흐름, 인류 역사의 흐름과 함께 뒤섞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SF 역사로의 시간 여행서인 『SF 연대기』의 각 장은 시대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시대마다 SF를 어떻게 정의했고, 그 정의에 맞춰 범위를 설정했을 때 각 작품은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그 작품들이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면서 또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서술돼 있다.
이렇듯 『SF 연대기』를 통해 시간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SF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미니 맵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약 각 시대를 구역으로 나눈 후 그 위에 시대별 대표 작품을 랜드마크처럼 세운다면 어떨까? 그러면 SF 세계를, 나아가 인류 역사를 새롭게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셰릴 빈트와 마크 볼드가 “SF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SF의 역사를 살펴봤듯이, 허블은 위와 같은 물음에서 시작해 『SF 연대기』를 재해석한 랜드마크 지도를 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3인포그래픽연구소’와 협업해 제작한 ‘인포그래픽 포스터-SF 연대기’다. 이름 그대로 “SF 연대기"를 보여주는 책과 포스터는 하나의 세트로, 우리를 SF 세계로 인도해줄 프리미엄 티켓이다.
SF의 세계를 구조화하고 이미지화한 단 한 권의 미니 맵
각 시대의 대표 작가와 작품, 트렌드까지 한눈에 보는 SF 박람회
2019년부터 시작해 2021년 현재까지, 한국에서의 SF 열풍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테드 창”, “올더스 헉슬리”, “조지 오웰”, “앤디 위어”, “마거릿 애트우드” 등 수많은 외국 작가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알파고 대 이세돌 대국”(2016), “트럼프 대통령 당선”(2017), 그리고 2020년대와 함께 “코로나 19 범유행”(2020)을 경험하면서 한국 독자들의 SF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위에서 언급한 작가들의 대표작들, 『숨』, 『멋진 신세계』, 『1984』, 『마션』, 『시녀 이야기』는 SF라는 꼬리표를 떼놓고 보더라도 훌륭한 문학 작품이긴 하다. 그러나 위 작품들은 애초에 SF로 쓰인 만큼, SF가 아닌 일반 문학의 렌즈로만 감상한다면 그 진가를 충분히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좋은 SF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선 장르만의 렌즈가 필요한데, 그 렌즈란 곧 장르에 대한 사전 지식이다. 아무리 재미를 위해서라도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다행히도 SF는 다른 장르보다 부담이 적다. 우리는 지금, 과거 인류가 SF를 통해 상상하던 세계를 직접 살고 있으니까. 즉, 우리는 이미 지극히 SF적인 세계를 살고 있는 덕분에,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베스트셀러들 덕분에, SF를 이미 친숙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별 SF 작품이 아닌 SF라는 장르 그 자체에 시선을 두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의지뿐이다.
SF 세계가 초행길이라도 길을 헤맬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모든 길목마다 우리에게 친숙한 SF 작품이 랜드마크처럼 세워져 있으니까. 1장 ‘SF의 정의’에서는, 장 제목 그대로 SF라는 장르가 정의되어 온 다양한 방식들, “SF란 무엇인가?”에 대해 작가, 평론가, 편집자들이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소개한다. 최초의 SF 잡지 《어메이징 스토리스》의 편집장인 “휴고 건스백”은 유럽 작품들을 복간하면서 최초의 ‘SF’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바로 “쥘 베른”과 “H. G. 웰스”,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이었다. 현재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된 ‘우주선, 레이저 총, 로봇이 나오는 이상하고 대중적인 장르’의 인상은 이때 형성됐으며, H. G. 웰스의 『우주 전쟁』를 랜드마크로 만들어 1장 속표지를 장식했다.
2장 ‘건스백 이전의 과학소설’에서는, SF가 ‘SF’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부터 존재하던 SF의 계보를 소개한다. 우리에게 지극히 친숙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에서부터 ‘식민지 모험소설’, ‘미래의 전쟁’, ‘선사시대와 진화 판타지’, ‘과학과 발명’처럼 한국 독자에게는 다소 낯선 계보까지 아우른다. 책 안에서는 소개되지 않지만,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작가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을 랜드마크로 만들어 2장 속표지를 꾸몄다.
3장 ‘확산: 1930년대’에서는, 본격적으로 각 시대를 기준으로 SF의 정의와 대표작들을 소개한다. 1930년대는 앞서 1장에서 언급한 건스백의 《어메이징 스토리스》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펄프 잡지 시장의 팽창과 더불어 스페이스 오페라의 유행에 대해 설명한다. 이 시기엔 잡지 안팎으로 훌륭한 작품들이 등장했는데, 잡지 밖에서 파시즘에 반대하는 주제로 각광받았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랜드마크로 만들어 3장 속표지를 채웠다.
4장 ‘캠벨의 문맥 ‘혁명’: 1940년대‘에서는, ’SF 황금시대’를 열었던 잡지인 존 W. 캠벨의《어스타운딩》과 ‘캠벨적 SF’의 대표주자이자 SF 3대 거장이라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라인”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SF와 판타지의 경계가 분명해지는 시기이며, 2차 세계대전 전과 후가 걸쳐 있는 만큼 그 여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당시 SF 잡지를 성공적으로 견인했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를 랜드마크로 만들어 4장 속표지를 장식했다.
5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