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o의 소설 <칠레의 밤Nocturno de Chile>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칠레의 한 보수적 사제이자 문학 비평가인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라크루아의 독백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라 불리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기념비적인 대작 <2666>으로 향하는 입구인 동시에, 볼라뇨 스스로 자신의 짧은 소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꼽은 것이기도 하다. 무수한 인용, 불분명한 문학적 언급, 지적 은유, 독특한 작가들에 대한 남다른 성찰 등 볼라뇨만의 문학적 특질이 빛을 발하는 이 놀라운 소설에 바쳐진 수전 손택의 추천사가 여기 있다. <<칠레의 밤>은 세계 문학에서 영속적인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현대 소설로, 볼라뇨의 작품 중 가장 독창적이며 특별한 책이다.>
열린책들은 <칠레의 밤>을 시작으로 앞으로 로베르토 볼라뇨의 작품 12권을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0년 1월 15일 버즈북buzzbook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가격 666원)를 펴내 해외 유수의 평론가들과 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추앙을 받아왔지만 국내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볼라뇨를 미리 소개한 바 있다. 또한 <볼라뇨 세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 주고자 아주 특별한 표지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쿠바 화가 아후벨Ajubel에게 의뢰해 깊이 있고, 내밀하고, 철학적이면서도 익살스러운 로베르토 볼라뇨 소설 12권의 표지 일러스트를 완성한 것이다.
<칠레의 밤>은 이렇듯 이 땅에 로베르토 볼라뇨의 이름을 알리는 열린책들의 첫 책이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최후의 라틴 아메리카 작가>, <자신의 독자를 광적인 선교자로 개종시키는 작가>, <볼라뇨 주의>, <볼라뇨 전염병>…….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칭송을 뒤로 한 채 볼라뇨는 지난 2003년 7월 세상을 떠났다. 죽음과 더불어 세계 문학의 자부심으로 영영 기억될 이 작가는 다음의 한 마디를 남겼다. 이 말은, <칠레의 밤>을 비롯한 볼라뇨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문학에 평생을 바친 한 작가의 절절한 고백에 다름 아니다.
가장 우스꽝스럽고 씁쓸하고 쓸쓸한 양심 고백!
볼라뇨 소설을 관통하는 <현실>과 <악>, 그리고 <문학>
1. 현실과 악(惡)의 경계에 서다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신부가 죽어 간다. 또는 자신이 죽어 간다고 믿는다. 하룻밤 동안 그는-때로는 투덜거리는 목소리와 전적으로 신뢰할 수만은 없는 기억으로-시인으로서는 실패했지만 문학 비평가로서는 저명했던 자기 삶의 장면들을 회상한다. 우루티아라는 등장인물을 통해서, 칠레 출신의 소설가 로베르토 볼라뇨는 칠레 문학과, 그것을 등장시킨 오염된 토양에 관해 탁월한 분석을 제시한다. - 「가디언」
<칠레의 밤>은 한 사제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라크루아. 그는 가톨릭 사제이자 문학도였으며, 시인이었고, 문학 비평가였다. 침대에서 임종을 기다리는 가운데 지난날을 회상하는 그의 고백은 다소 장황하고 때로 당황스럽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은 기본적으로 우루티아 사제의 종횡무진했던 행적을 따르되 일순 그 복잡한 내면을 헤집는다. 그는 보수적인 로마 가톨릭교 단체이자 프랑코 치하 스페인과 칠레에서 신중하게 독재 정권에 봉사했던 오푸스 데이 회원이었으며, 피노체트와 군사 평의회 위원들에게 마르크스주의를 강의했던 기회주의자였다. 한편 그는 한때 순수한 문학적 열망에 휩싸였던 시인이자 당대 영향력 있는 문학 비평가였고,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반쯤 억압함으로써 일그러져 있는 인물이다. 또한 수수께끼의 그림자 같은 인물 <늙다리 청년>에게 내내 시달리는 양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미국의 문학 비평가 리처드 이더가 「뉴욕 타임스」에 쓴 표현대로,
볼라뇨는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평생 얽매여 산 작가다. 그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15세 때 가족을 따라 멕시코로 이주했다가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의 정당 인민 연합을 지지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간다. 쿠데타가 일어난 후에는 멕시코로 떠났다가 스페인에 정착해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칠레의 밤>은 이 망명자 볼라뇨가 칠레에 남아 피노체트 정권을 지지했던 허구의 지식인이 되어 쓴 글이다. 평생 탈을 뒤집어쓴 채 살았던 삶을 되돌아보는 한 사제의 마지막 밤은 <어둠>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이 <어둠>은 볼라뇨의 문학 세계를 지배하는 주조다. 볼라뇨에게 좋은 글쓰기란 <어둠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 줄 아는 것, 허공 속으로 뛰어들 줄 아는 것, 문학이 기본적으로 위험한 소명임을 아는 것>이었던 까닭이다.
<칠레의 밤> 속에서 이 <어둠>은 당시의 정치적 실화와 맞물려 극대화된다. 1973년 쿠데타가 일어나고 얼마 후, 우루티아 사제에게 정체불명의 두 남자가 접근한다. 그러고는 피노체트와 몇몇 장군들에게 마르크스주의를 강의해 달라고 요청한다. 10주에 걸친 비밀스런 강의를 마친 후 이 사제 겸 문학 평론가는 이제 마리아 카날레스의 문학 살롱에 발을 담근다. 미모의 부유한 작가 지망생인 마리아 카날레스는 칠레의 갈 곳 없는 문인들을 집으로 끌어들여 파티를 연다. 그러나 손님들이 위층에서 그녀와 더불어 포도주를 걸치는 동안, 그녀의 미국인 남편은 지하에서 정치범들을 고문하고 있다. 이곳은 피노체트 체제 하의 고문실이었던 것이다.
이는 피노체트 치하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다. 비밀정보요원 미국인 남편과 작가 부인 모두 실존 인물이다. 문제의 집 지하실은 피노체트 시절의 비밀경찰인 국가정보국 취조실이었고, 미국인 지미는 미국 CIA와 칠레 국가정보국을 위해 일하던 마이클 타운리였다. 그리고 마리아 카날레스는 마리아나 카예하스로, 산티아고에 본부가 있는 UN 산하 라틴 아메리카 경제위원회 직원이었고 국적도 칠레가 아니라 스페인이었던 카르멜로 소리아가 고문 끝에 숨진 그 집에서 실제로 예술인들과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중략) 허구적 요소가 대폭 가미되기는 했으나 이바카체도 실존인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본명은 호세 미겔 이바녜스 랑글루아이고 이그나시오 발렌테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렇듯 작중 인물을 향한 볼라뇨의 <공감>은 여느 감정 이입과는 다르다. 볼라뇨는 온전히 사라짐으로써, 즉 엄격하고 빈틈없는 자기 몰입을 통해 악의 축에 선 극중 인물들을 직시한다. 미국의 문학 계간지 <스리페니 리뷰>의 편집자 웬디 레서가 지적했듯, 우루티아 신부만큼 실제 볼라뇨와 거리가 먼 인물은 없을 것이다.
볼라뇨는 이렇게 구분이 애매모호한 현실과 악, 그 경계에 바로 선다. 바로 선 그 자리에서 스스로 경계를 없앤다. 문학의 비겁함과 천박함,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파괴하며.
칠레에서는
H.
4.0
모두 까버리기(본인 포함)
푸코
3.5
칠레에서는 이렇게 문학을 하지. 2019. 10.20.204.
김성호의 씨네만세
2.0
칠레는 여러모로 한국과 닮아 있다. 스페인으로부터 식민지배를 겪었고, 독립 후 남아메리카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미국에게도 적잖은 간섭을 받았다. 민주투표로 창출된 아옌데 정권을 피노체트 군부가 전복하고 16년에 걸친 독재를 했다. 이 기간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목숨을 잃은 이들이 부지기수다. 혁명으로 마침내 민주정권이 들어섰지만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향수는 여전하다. 주변국에 비해 경제적 성과가 있었고 진보와 보수를 첨예하게 갈라놓은 정치공 작도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이후 들어선 칠레 민주정부는 낮은 지지율과 정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엔 칠레 전역에서 뜨거운 시위가 있었다. 지하철 요금 단 50원(약 30페소) 인상을 기화로 폭발한 칠레인들의 민중시위는 지난해 피노체트 헌법을 뜯어내기에 이르렀다. 무려 40여년 만에 거둔 성취다. 칠레인들은 죄인의 인장을 뜯어낸 자리에 자유와 인권을 새로 쓰겠다 말한다. 181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무려 200여 년 동안이나 지연돼 온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군부독재정권이 만든 헌법을 뜯어고치기로 결의한 칠레인들과 반민특위 와해 이후 제정된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있는 한국의 오늘을 번갈아 바라본다. 볼라뇨가 오늘 한국에 살았다면 어떤 글을 써내려갔을까.
네미
3.0
일단 올해 상반기에 여기까진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리 from Ipanema
3.5
자신을 잃어도 살아진다는 것은 뜻하지 않은 행운이다. 밤인데 매미가 시끄럽다
Q498673
3.5
2024.11.25. ~
djaook
4.5
끝나지 않는 밤 속에서 조용히 외치고 있었다는 모순과, 그 모순의 허망함이 문학이라는 자들에 대한 통렬한 조소.
뚜또밀감
4.0
칠레의 문학은 거대한 침묵의 밤 후회 중 가장 뼈아픈 것은 때늦은 후회 행동하지 않은 예술가들의 마지막 고백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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