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고래』가 소설 바깥에 존재하는 소설 이전과 소설 이후의 것들, 예컨대 온갖 기담과 민담, 영화와 무협지 등 키치와 대중문화의 파편들을 한데 그러모아 한바탕 이야기의 장을 펼쳐 보이면서, 그 '이야기'의 힘으로 기존 소설의 문법을 통렬하게 일탈하고 소설의 서사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유도했다면,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비교적 개연성과 핍진성, 리얼리티를 갖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고래』에 출몰했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은 그 형태를 바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것은 이를테면 '짐작할 수 없는 일들'이다. 운명과 그 운명에 의해 지배되고 조종되는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무력한 개인으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부조리와 아이러니로 가득한 법. (도대체 이놈의 인생살이가 내 뜻대로 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더란 말인가!) 천명관의 단편들은 '저 짐작할 수 없는 일들', 내 뜻과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일들의 아이러니에 대한 유머러스한 보고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