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미의 정수를 보여준 노벨문학상 수상작
전 세계인들의 감탄을 자아낸 눈 덮인 니가타 지방의 아름다운 정경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한 일본 문학 최고의 경지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일본 서정문학의 정수, 『설국』 정식 한국어판 출간
『설국』이 민음사에서 새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설국』은 이미 10여 종이 넘는 한국어 번역본이 나와 있으며 그간 수십만 권이 팔렸을 만큼 국내에서 애독되고 있는 대표적인 일본 소설이지만, 정식 계약 번역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문학사상 최고의 서정 소설이라 할 『설국』 은 명확한 플롯이 없는 대단히 모호한 작품이지만, 그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와 우수 어린 인간 세계 묘사로 누구나 그 속에 빠져들게 할 만한 명작이다. 이번 번역본은 옮긴이가 특히 원서의 서정성과 감각성을 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 것으로, 유난히 눈이 자주 내리는 이번 겨울에 여러 독자들이 한번 읽어봄직하겠다.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
『설국』은 일본에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작품이다. 1968년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와바타를 지명하며, 그 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일본인의 마음의 정수(精髓)를 뛰어난 감수성으로 표현하는 서술의 능숙함”을 들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단순히 일본 전통을 말하는 것에 그쳤다면 여러 나라 많은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설국』 은 눈 지방의 정경을 묘사하는 서정성 뛰어난 감각적 문체를 우선 특징으로 한다. 가와바타는 작품의 모티프를 주로 풍경에서 얻었다. 이 소설의 구체적인 배경은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일본 니가타(新瀉) 현 에치고(越後)의 유자와(湯澤) 온천인데, 가와바타는 이곳에 직접 머물면서 이 작품을 집필했다. 원래 『설국』 은 처음부터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구상된 것은 아니었다. 가와바타는 36세 때인 1935년에 단편 「저녁 풍경의 거울」을 썼고, 이후 이 작품의 소재를 살려 띄엄띄엄 단편을 발표했다가, 그것을 모아 완결판 『설국』으로 1948년에 출간했다. 요컨대 그는 무려 12년이라는 기간 동안 섬세하게 다듬어 ‘설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조각해 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설국』에는 이 눈 내리는 지방의 자연 풍경과 풍습,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정교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눈 지방의 계절의 변화를 묘사해 내는 가와바타의 문체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섬세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물과 배경 묘사에 치밀한 데 반해, 그 안에 두드러진 줄거리가 없다는 것이 또 특색이다. 눈에 띄는 줄거리 없이, 이 소설은 눈 지방의 정경을 배경으로 하여 등장인물들의 심리의 추이에 따라 하나의 상징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는 분명 현실 세계와는 다른 어떤 것이다. 바로 떠도는 여행자의 세계,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결국에는 변함없이 그대로인 자연에 비해 필멸의 유한한 인간 존재를 자각하게 하는 허무의 세계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유한한 인간 존재, 정열과 허무 사이의 대비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세 명이다. 부모가 남겨 준 재산을 가지고 무위도식하며 여행을 다니고 있는 시마무라, 눈 지방에서 게이샤로 살며 애처로울 정도로 열심히 시마무라를 사랑하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여자 고마코, 그리고 사랑하는 일에 온몸을 던지는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 요코. 시마무라는 고마코에게 마음이 이끌려 그녀를 만나러 눈 지방의 온천장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고마코가 그에게 보이는 정열적인 애정을 “모두 헛일”이라며 그저 방관하며 바라볼 뿐이다.
『설국』은 눈 덮인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섬세하게 그려 내고 있다. 그 위에, 그러한 자연과 대비되는 유한한 인간 존재를 주인공의 내밀한 의식의 목소리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설국’은 단순히 어느 지방의 이름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징의 세계 그 자체이다. 단순히 줄거리만을 읽어내리려 한다면 그 깊이와 맛을 전혀 짐작할 수 없기에 그 어떤 작품보다 정독이 필요한 고전이 바로 『설국』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