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내가 뭘 입든 상관 마!” 지난 2011년 5월 김준규 검찰총장은 “남자 검사는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집안일을 포기하고 일하는데, 여자 검사는 애가 아프다고 하면 일을 포기하고 애를 보러 간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런가 하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를 따먹는 이야기”라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뤘다. 한편 지난 6월 10일에는 성폭행 피해자로 법원에 출석했던 한 조선족 여성(29세)이 판사의 심문 과정에서 모욕감을 느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서에는, 판사가 자신이 노래방 도우미로 일한 것을 폄하하며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또 지난 봄 북미 대륙을 휩쓸었던 ‘슬럿워크(SlutWalk)’ 캠페인이 국내에도 상륙해 오는 2011년 7월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한국판 슬럿워크인 ‘잡년행진’이 개최될 예정이다. 슬럿워크는 지난 1월 캐나다의 한 경찰이 “성폭행당하지 않으려면, 여성은 매춘부(slut)같이 입지 마라”는 요지의 말을 해 시작됐는데, 이 발언은 성폭행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해석돼 여성계의 분노를 샀다. 그 결과 자유분방한 옷차림을 한 채 ‘내가 뭘 입든 상관 마’,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성폭행범’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슬럿워크 캠페인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힘을 빌어 북미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그런가 하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된 화제의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는 비호감으로 낙인 찍혀 온갖 루머에 시달리고 ‘걸레’라는 비난까지 듣는 한물 간 여자 연예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다. 지금까지 열거한 이 모든 사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이 모든 사건들에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여자에게만 불공정하게 적용되는 이중기준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책에 이와 유사한 미국의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된장녀’, ‘보슬아치’ 등 여자들을 악의적으로 매도하고 성적으로 비하하는 단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오르내리는 나라, 노래방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강간당했어도 유혹한 걸로 간주되는 나라, ‘공인’과 ‘국민의 알 권리’라는 단어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집단 관음증으로 여자 아나운서를 자살로 내모는 나라, 옷 잘 입어 멋지게 보이고 싶다는 메시지를 성추행해달라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나라, 등록금 투쟁하다 연행된 여대생에게 흉기가 될 수 있다며 브래지어를 벗고 조사받으라 강요해 논란이 빚어졌던 이 나라만 깝깝한 줄 알았더니, 이른바 ‘선진국’이라 분류되는 미국의 차별 사례들도 기가 막히긴 오십보백보다. 저자는 미국의 연예인 가십 문화, 리얼리티 쇼의 유행, 훅업 컬처(사랑이나 헌신 없이 가벼운 성관계만 즐기는 데이트 문화)의 반작용, 여성 회춘 수술의 성행, 거식증 환자의 증가, 십 대를 위한 순결 파티, 여성 정치인에 대한 희화화, 슈퍼맘 신드롬, 미혼모에 대한 불이익, 레즈비언에 대한 성적 판타지, 뚱뚱한 여자에 대한 사회적 조롱, 연상녀/연하남 커플의 증가, 음주 강간, ‘생식권’ 이슈, 가학적 포르노의 증가, 운동권 내부의 성차별, 여성 신체의 상품화, 성별 차등 부가세, 공공장소에서의 수유 문제 등을 소재로 미국에서 벌어지는 불평등과 이중기준의 폐해를 신랄하게 지적한다. ‘이중기준’은 페미니즘이 아닌 상식의 문제!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은 부당함을 인지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상 속에서 경험한 이중기준이 어째서 불합리하고, 왜 말이 안 되는지 알아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입을 열어 말해야 한다. 귀찮아서, 복잡해지는 게 싫어서, 트러블 일으킬까봐 무서워서 입을 다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저자는 입이 아프도록 강조한다. 게다가 이중기준은 단지 여성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이는 결국 동성애자, 유색인종, 장애인 등, 백인 남성이 아닌 다른 모든 소수자들에게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중기준’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상식’의 차원에서 반드시 인식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다. 저자는 여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불평등에 관한 짤막하고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유익한 안내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책이 학교나 술집, 사무실, 지하철에서 쉽게 펼쳐 즉석에서 참고할 수 있는 가벼운 편람 정도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 그래서 이 책엔 깊이 있는 분석이나 명쾌한 대안이 조금 부족한 대신, 생생한 사례와 솔직하고 거침없는 자기고백이 넘쳐난다. 어쩌면 이 시점에서 우리들에게 조금 더 필요한 건, 말뿐인 교재나 이론서보다 ‘맞아’, ‘그래’ 하며 고개 끄덕이게 하는 이런 친근한 가이드인지도 모른다. 결국 이 책은 ‘세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혼자 난리냐’는 말에 지친 페미니스트들, 그리고 페미니즘이 뭔지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조차 없어도 이 세상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불평등과 이중기준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