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일터의 노동자가 행복하지 않다면,
경제개혁과 성장이란 말은 모두 거짓이 됩니다.”
오바마 노동정책의 설계자,
하버드대 석학 데이비드 와일의 일터 재생 프로젝트!
한때 우리사회 중산층의 든든한 생존터전이던 대기업의 일터는 언제부터 이렇게 폐쇄적이고 문턱 높은 그들만의 세상이 되었는가? 계약직과 하청, 프랭차이징과 아웃소싱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대기업의 고용 털어버리기는 유연한 현대 경제의 불가피한 산물일까? 악화일로에 놓인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의 공정한 처우를 보장한 법적, 제도적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이 책 《균열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The Fissured Workplace》는 첨단기술을 디딤판 삼아 리엔지니어링이란 혁신논리로 핵심 이외 활동을 털어내는 오늘날 기업의 생존전략을 ‘균열’이란 맥락 아래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 속에서 점점 더 극한 상태로 내몰리는 노동조건 및 그 병폐를 개선할 구체 처방전을 강도 높게 제시하는 역작이다.
[개요]
“일터의 노동자가 행복하지 않다면,
경제개혁과 성장이란 말은 모두 거짓이 됩니다.”
2011년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콘밸리 경영진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물었다. “미국 내에서 애플 제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을 떠나기 아홉 달 전의 스티브 잡스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그 무렵 오바마는 갈수록 악화하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지만, 21세기 경제생태계에 대해 너무 순진하게 접근했던 건지 모르겠다. 우리는 흔히 애플이, 아이비엠이, 휴렛패커드가 첨단 디지털기기를 생산하는 주체라 믿고 있지만 실상 그들은 제조회사가 아니다.
핵심만 남기고 다 밖으로 빼버려!
현재 미국 경제에서 애플의 입지는 2차 대전 후 전성기를 구가하던 제너럴모터스(GM)를 능가한다. 하지만 1970년대의 GM과 2015년 애플은 근본적으로 상이한 조직이다. 1979년 제조업이 최전성기에 달할 당시 GM은 미국 내에서만 61만 8,365명을 직접 고용했다. 반면 시가총액(2015년 현재 7,000억 달러) 세계 최고인 애플이 직접 고용한 인원은 전 세계적으로 통틀어봐야 6만 3,000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소매업체인 애플스토어 소속이며, 나머지 인원이 상품 기획과 디자인 개발에 주력한다. 그렇다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제조하고 조립하는 사람들은? 그야 헐값으로 애플의 모든 요구에 맞춰 제품을 조달하는 해외 하청(오프쇼어링)업체 소속 70만 노동자들 몫이다.
애플뿐일까? 우리가 아는 절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하청과 아웃소싱, 제3자 경영과 프랜차이징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저임금 노동력을 살뜰히 활용해왔다. 한때 대기업 울타리 안에 모여 있던 경비와 청소부, 제품생산 및 관리 인력을 한 뭉텅이씩 외부시장으로 떨쳐낼 때마다 기업의 부가가치는 쭉쭉 올라갔다. 그리하여 이제는 더 많은 분야, 더 많은 하위단계 기업들까지 이 효과적인 경영방식(?)을 줄줄이 벤치마킹하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터는 조각조각 찢기고 누더기가 되어 누가 내 직장의 진짜 보스인지조차 알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균열일터, 위험천만한 노동환경
이 책 《균열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The Fissured Workplace》는 첨단기술을 디딤판 삼아 리엔지니어링이라는 혁신논리로 핵심 이외 활동을 털어내는 오늘날 기업의 생존전략을 ‘균열’이란 맥락 아래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 속에서 점점 더 위태로워지는 노동환경 및 그 병폐를 개선할 구체 처방전을 강도 높게 제시하는 역작이다. 책은 미국에서 일상화된 균열일터의 살풍경한 실상을 스케치한다.
1.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 호텔에서 객실청소원으로 일하는 한 여성은 제3의 호텔경영업체와 계약한 청소용역업체 소속이지만, 전반적인 업무 속도와 서비스 품질은 호텔이 정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 메리어트는 기준 위반시 그녀를 해고할 권리를 쥐고 있으되 사고나 재해에는 책임지지 않는다. 그녀의 직접 고용인이 아니므로.
2. 오하이오의 한 케이블 설치기사는 미국 제일의 케이블 설치회사인 캐스콤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 차림으로 캐스콤이 요구하는 새벽 시간에, 저 유명한 타임워너 사의 케이블을 수리하다 사망했다. 하지만 캐스콤도 타임워너도, ‘안전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이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을 뿐 법적 책임 문제에서는 발을 뺐다. 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는 작업 단위로 돈을 받는 독립계약자(자영업자)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3. 빈센트 스미스라는 29세 남성은 리용 앤 산스 허쉬 초콜릿 생산공장에서 일하다 섭씨 50도가량의 초콜릿 탱크 속으로 떨어졌다. 용해탱크가 너무 깊어 동료들이 그를 바로 꺼내지 못한 채 10여 분을 흘려버린 뒤에야 소방관들이 사고현장에 도착했고, 스미스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감사 결과 작업상 여러 건의 보건안전 규정 위반이 드러났지만 허쉬는 이 사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과 무관한 하청업체 소관이었으니까.
“내 직원들을 데려가줘, 제발!”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로 도배되는 한국 일터 현실을 그대로 빼다 박은 이 노동자들은 과거였다면 메리어트와 캐스콤, 허쉬에 소속돼 비교적 후한 월급과 작업환경에, 각종 연금과 복지혜택까지 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서 그들을 위한 자리는 오래 전에 사라졌다.
기업의 가치와 직결된 핵심역량만 남기고 거추장스러운 기능들을 외부로 이전하는, 일명 ‘균열전략’이 눈부신 경영 성공전략으로 평가되면서 기업들은 몸집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비싼 인건비와 성가신 노조 관리 비용,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 위험비용까지 하나하나 외부로 떠넘긴 기업들은 한때 핵심이라 간주되던 분야, 이를 테면 디자인과 법률, 언론의 기사 작성 기능까지 몸통에서 제거해나가는 중이다.
대기업의 꿩 먹고 알 먹기는 이제 그만!
비싼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자사 브랜드 상품과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받는 수익성 좋은 전략 덕에 경영자와 주주들은 희희낙락했다. 1970년대 1:37.2에 머물던 미국 노동자 대 최고경영자 평균임금은 2007년 1;277까지 벌어졌으니 뭐,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는 반대급부를 떠안아야 하는 법. 대기업이 외부로 떠넘긴 직종들은 경쟁이 치열한 피라미드식 생존전장을 만들어냈고, 하위단계로 내려갈수록 노동자들의 임금은 하락하고 안전과 복지혜택은 줄고 일터법 위반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위험천만한 노동환경을 낳았다. 그 결과 한때 우리사회를 든든히 떠받치던 중산층은 붕괴하고, 균열 당사자 간 조율실패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상위 1%와 그 나머지의 수입 격차는 점점 더 크게 벌어져 계층 간 갈등과 불화의 골이 점점 깊어지면서 우리 모두가 떠안아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노동자가 행복하지 않다면 혁신도 성장도 말짱 거짓이다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천착해온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와일은 악화하는 미국의 일터 현실을 바로잡을 텍스트북으로 이 책을 써내려갔다. 어느 일방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분법적 논리 대신 기업들이 균열전략을 택한 이유와 그 진행 양상을 전방위적으로 탐색했다. 그리고 척박해지는 노동조건이 마치 유연한 현대경제의 불가피한 산물인 것처럼 호도되는 현실을 타개할 법적, 제도적, 사회적 방책들을 책 전체 분량의 40%를 할애해 조목조목 제시했다. 달라진 시대에 맞춰 새롭게 적용되는 법적 판단,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의 역할, 기업으로 하여금 혁신적 기업 가치를 구현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규제하는 시민사회의 행동방향, 국제기구의 나아갈 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