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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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삶의 굴레 속에서도 야성으로 빛나는 강인한 생명력과 건강한 삶의 천진성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20여 년이 넘도록 꾸준한 시작 활동을 펼쳐온 시인 최영철이 아홉번째 시집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 2010)를 묶어냈다. “느리고 굽은 것, 낮고 순한 것, 못나고 허접한 것들을 자신이 숨쉴 ‘희망’으로” 노래했던 직전의 시집 『호루라기』(문학과지성사, 2006) 이후 꼬박 4년 만에 펴낸 시집으로 총 3부로 나누어 72편의 길고 짧은 시편을 한데 모았다. 그간 시인은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연민과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억압하는 자본-권력에 대한 분노와 비판 어린 시선을 시작(詩作)화했던 8,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도시적 일상에서 자연으로 이른바 공간의 전이를 바탕으로, 자조와 자성의 목소리가 얽혀들었던 일상의 어법을 보다 중층적으로 다변화하고, 과거-현재-미래를 투시-조감하는 겹의 시선으로 시적 리듬-이미지까지 변주를 부단히 꾀하는 시 시계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시정신의 고양과 작법의 갱신’(이숭원)을 이뤄낸 최영철 시인은 이번 시집 『찔러본다』를 통해 다시 한 번 시적 변화를 감행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의 목소리는 강아지를 찔러보는 햇살, 다랑이를 찔러보는 비, 열매를 찔러보는 바람처럼 시적 화자인 ‘나’를 찔러보는 존재들, 그 소외된 소수자들이 갖고 있는 강렬한 응시의 힘과 에너지로 충만하다. 이 ‘찔러봄’을 통해 시인은 황폐한 삶의 굴레 속에서도 야성으로 빛나는 강인한 생명력과 건강한 삶의 천진성을 발견하고 자연의 진정성과도 만난다. 황폐한 삶의 굴레 속에서도 시인으로 하여금 자연에 눈을 돌리게 하고 자연과 화합하게 하는 동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자연과 인간의 비차별적 소통’(이숭원)이라고 명명한바, 이 지점에 시인은 자신만의 독특한 가락과 장단으로 빚은 발랄한 시적 리듬을 더한다. 땀내 나는 노동의 현장, 메마른 초목, 길가의 돌무더기를 나직하게 ‘찔러보는’ 시인 특유의 언어유희와 발랄한 리듬 감각이 그것인데, 바야흐로 21세기 한국 시의 새로운 풍경, 다시 말해, 빈틈없는 묘사와 서술, 경탄스런 조어법으로 자연-인간-리듬이 어우러진 한판 시적 진경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