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믿을 구석’은 무엇입니까?
인공적인 재난과 자연재해가 번갈아 닥치고, 감정은 흔들리며, 현실은 균열로 가득한 지금, 당신의 믿을 구석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한국 문단의 가장 뜨거운 작가 11인이 답한다. 세대도, 성별도 제각각인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하고 첨예한 감수성으로 믿음의 본질에 대해 깊이 탐색하며 ‘무엇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파고든다.
믿거나 혹은 믿고 싶거나, 소설
2025 서울국제도서전 리미티드 에디션 『믿을 구석 The Last Resort』은 4편의 단편 소설과 12편의 시, 3편의 에세이를 엮었다. 네 편의 단편 소설은 짧은 호흡 속에 복잡한 감정과 진실을 농축한 서사를 담는다. 조예은과 천선란은 장르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낯선 세계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가 하면, 김멜라와 손원평은 일상의 틈에서 인물의 심리를 확대하듯 들여다보며 아이러니한 순간들을 포착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안식, 시
시 부문에는 시대와 세대를 폭넓게 아우르는 네 시인이 참여해 익숙한 일상을 매개로 믿을 구석을 탐색한다. 성직자이자 시인인 이해인은 자연과 기도를 닮은 언어로 조용한 치유의 가능성을 건네고, 오은은 주머니, 편의점, 잠자리 같은 일상의 소재에서 몸과 마음의 은신처를 찾아 나선다. 황인찬과 박참새는 상실과 다정함이 교차하는 순간을 붙잡으며 우리가 진짜로 기대는 것은 무엇인지 사유한다.
삶을 지탱하는 믿음, 에세이
에세이 부문에서는 소설가, 시인, 배우인 작가 3인이 ‘믿음’이 어떻게 직업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자기 존재를 붙드는 단단한 기반이 되었는지를 고백한다. 소설가 김이설은 엄마, 돈, 시간 등 믿을 구석이라 할 것들을 하나하나 곱씹는 방식을, 배우 박정민은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타인의 진심을 돌이켜보는 방식을 택했다. 시인 김복희는 구전 설화 속 ‘나무를 하는 일’에 시 쓰기를 빗대어 시를 쓰는 의미를 되짚어본다.
책의 말미에는 2024 서울국제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스 월 ‘여름의 드로잉’에서 최종 선정된 작가 3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수록했다. ‘믿을 구석’을 주제로 그려낸 이 일러스트레이션은 독자들이 각기 다른 결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만의 믿을 구석을 탐색할 수 있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