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디렉터스컷, '마더'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봉준호 감독 연출, 김혜자.원빈 주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마더'의 원본 스토리보드(콘티)와 시나리오가 책으로 나왔다. 광기 어린 모성을 다뤄 많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영화 '마더'는, 감독의 전작
꼼꼼한 사전작업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 스토리보드에서도 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감정 표현에서 촬영 현장 도면, 동선, 카메라의 위치까지 정교하게 설계했다. 물론 촬영에 들어가면 모든 설계도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변형을 시도하곤 하지만 말이다. 스토리보드를 손수 작성하는 영화감독은 흔치 않다. 그래서 영화계에서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보드는 유명할뿐더러, '괴물'의 스토리보드 일부는 작품으로 전시되기도 했다.(2009년 2월, 부친 봉상균 서울산업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개인전)
더욱이 어릴 때부터 만화광이었고 연세대 재학시절 '연세춘추'에 만평을 연재하기도 했던 봉준호 감독의 그림 실력은 영화 스토리보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배우의 표정과 감정,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 영화의 해당 장면이 곧바로 생생하게 떠오르며, 공간 배치도와 동선을 보면 얼마나 치밀하게 촬영을 준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적인 장면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톤으로, 격한 감정과 동작이 등장하는 장면은 거친 터치로 그려, 보는 사람의 감정까지 움직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