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파티다. 영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배우 박정민
‘20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 선정!
지금 가장 생생하고 뜨거운 이름,
성해나라는 강렬한 세계
2024·2025 젊은작가상, 2024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수상작 수록
작품마다 치밀한 취재와 정교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 개성적인 캐릭터와 강렬하고도 서늘한 서사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고루 받으며 새로운 세대의 리얼리즘을 열어가고 있다 평가받는 작가 성해나가 두번째 소설집 『혼모노』를 선보인다. 성해나는 2024·2025 젊은작가상, 2024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고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선정한 ‘20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로 선정되는 등 이미 그 화제성을 증명한 바 있다.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문학동네 2022)에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부드럽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첫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창비 2023)에서 오해와 결별로 얼룩진 과거에 애틋한 인사를 건네고자 했던 그가 『혼모노』에 이르러 더욱 예리해진 문제의식과 흡인력 넘치는 서사를 통해 지역, 정치, 세대 등 우리를 가르는 다양한 경계를 들여다보며 세태의 풍경을 선명하게 묘파해낸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는 지난해 끊임없이 호명되며 문단을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표제작 「혼모노」를 비롯해 작가에게 2년 연속 젊은작가상을 선사해준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이 계절의 소설과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스무드」 등이 수록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작가의 ‘신명’이라 불”릴(추천사, 이기호) 만큼 “질투 나는 재능”(추천사, 박정민)으로 빛나는 『혼모노』, 그토록 기다려왔던 한국문학의 미래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도착해 있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그 경계에서 ‘혼모노’를 묻다
『혼모노』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번에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제목이다. ‘혼모노’란 일본어로 ‘진짜’를 뜻하는 단어 ‘本物’(ほんもの)의 음차 표기로, 한때 인터넷상에서 ‘진상’이나 ‘오타쿠’를 조롱하는 신조어로 사용되며 널리 알려졌다. 작가가 한 인터뷰를 통해 본디 긍정적인 뜻을 지닌 이 단어가 변질된 의미로 사용되는 것처럼 거짓일지라도 다수가 믿으면 진실이 되어버리는 지금의 시대상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듯, 이 소설집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진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작 「혼모노」의 화자인 30년 차 박수무당 ‘문수’는 어느 날 신령으로 모시고 있던 ‘장수할멈’이 자신에게서 떠나갔음을 깨닫는다. 때마침 앞집으로 이사 온 스무살 남짓의 ‘신애기’는 “할멈이 넌 너무 늙었다”(145면)더라며 자신에게 왔노라 말하고, 이는 자신의 신앙이 ‘진짜’라고 믿고 있던 문수에게 믿음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문수는 ‘가짜’ 무당으로나마 살아가려 ‘진짜’인 척 분투하지만, 모형 작두를 구하는 와중에도 “선무당이나 하는”(122면) ‘오늘의 운세’란 만큼은 맡지 않으려 하고,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120면)며 조소하는 신애기를 염오하면서도 그 집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마음을 쓰는 그는 “진짜가 무엇이고, 그것은 정말 가짜와 분리된 자리에 따로 존재하는지”(해설, 양경언) 자꾸만 자문하게 된다.
한편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수할멈을 모셔왔던 중년의 문수와 “할멈과 동등”(144면)해 보이는 젊은 무당 신애기의 대립은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흔하게 맞닥뜨리는 신구 세대 간의 반목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처럼 「혼모노」는 개인의 욕망과 번민을 들여다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대 갈등이나 전통과 현대의 대립 등 사회적 쟁점에까지 질문을 던지는 도발적인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숨 쉴 틈 없이 파고드는 압도적 서사
훔치고 싶은 재능으로 빛나는 한국문학의 미래
이러한 문제들을 시의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다루는 또다른 작품 「스무드」는 세계적인 미술가 ‘제프’의 에이전트이자 재미 한인 3세인 ‘듀이’가 난생처음 한국을 방문해 겪게 된 하루 동안의 일을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한국을 “뱀술이나 개고기를 파는 상점이 즐비한 우범지대”(69면)로 여길 만큼 무지했던, ‘진짜’ 미국인보다도 “더 미국인 같”(69면)은 그는 제프의 작품 전시를 위해 찾은 한국에서 길을 헤매다 우연히 “성조기와 ‘타이극기’를 든”(84면) 이들의 행렬 속으로 섞여들어간다. 그 “축제”(86면)의 현장에서 따스하고 온정이 넘치는 노인들을 마주하며 그는 한국에 유대와 소속감을 느끼게 되지만, 조건 없는 온정을 나누던 노인이 광화문 광장을 일컬어 ‘이승만 광장’이라 부르는 순간 “불안도 결핍도 매끈하게 깎여나”(82면)가 구(球)의 형태를 띤 제프의 미술품처럼 소설을 즐기고 있던 우리는 마음 한편에서부터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작품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의 화자 ‘나’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김곤’을 좋아하는 소위 “찐”(12면) 팬들의 모임 ‘길티 클럽’의 회원이다. 김곤은 과거에 저지른 어느 사건으로 대중에게 윤리적 질타를 받고 있지만, 길티 클럽의 회원들은 그 사건을 덮어놓고 쉬쉬하는 것이 ‘진짜’ 팬의 역할이라 여긴다. ‘나’ 역시 ‘진짜’가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 사건을 부정하지만, 정작 김곤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자 자기 안의 무언가 터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훗날 방문한 치앙마이의 한 동물원에서 ‘호랑이 만지기’ 체험을 하던 중 그 정체가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이처럼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팬덤 문화를 통해 ‘길티 플레저’라 불리는 이율배반적 욕망을 핍진하게 다뤄내는 한편 우리가 손쉽게 ‘찐’(진짜)으로 여기는 것들의 이면에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이어지는 다른 작품들 역시 제각기 독창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바탕으로 그토록 잔악무도한 건물을 설계한 이는 누구인가를 일종의 추적 다큐멘터리처럼 다뤄낸 팩션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임신한 자식의 원정 출산을 앞두고 며느리와 시부가 적나라한 욕망의 다툼을 벌이는 세태소설 「잉태기」, 지역 재생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인물들이 “아이디얼한”(211면) 뜻을 품고 귀촌한 이들과 만나 서로의 민낯을 확인하게 되는 「우호적 감정」과 고등학교 시절 메탈 밴드를 함께했던 세 친구가 현실과 마주하는 과정을 애틋하게 풀어낸 「메탈」까지, 각각의 수록작들은 배우 박정민의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추천사)라는 말마따나 한편 한편이 현실의 귀퉁이를 잘라 온 듯 생생하고 선명해 읽는 이로 하여금 소설 속 세상을 고스란히 추체험하게 한다. 한번 펼쳐들면 멈출 수 없는 압도적인 서사는 두툼한 소설집을 한번에 읽어나가는 쾌감까지 선사할 것이다.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끝없이 ‘진짜’와 ‘가짜’의 사이를 오가며 ‘혼모노’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성해나는 결코 매끈하고 부드러운 구(球)와 같은 정답을 길어올리지 않는다. 『혼모노』가 멈춰 서는 곳은 오히려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경계의 울퉁불퉁하고 위태로운 모서리 위이다. 완벽한 정답이나 오답, 완전한 선인이나 악인이 없는, 거창한 결별도 손쉬운 봉합도 없는 이 “차마 삼키지도 뱉지도 못”(240면)할 다면체(多面體)의 대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진짜’에 대한 탐구이되, 진실하게 걸어나가고자 하는 그 일로부터 결코 힘을 빼지 않”(해설)고 한국문학의 내일을 열어나갈 성해나의 믿음직한 걸음을 따라 그 모호한 경계를 계속해서 걷고 또 걷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