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고독과 방랑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상상과 단편적 기억만으로 삶의 본질과 인간 실존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
삶과 사랑과 고독에 대한 성찰이 담긴 일기체 소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몰락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덴마크 시인 말테 라우리스 브리게는 대도시를 동경하다 스물여덟 살에 드디어 파리로 떠난다. 하지만 조화롭고 조용한 고향과는 달리, 섬세하고 예민한 젊은 시인의 눈에 비친 20세기 초 파리는 터무니없이 크고 위협적인 도시다. 거리에 앉아 구걸하는 여인들, 죽지 못해 자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죽음마저 대량 생산되는 대도시의 현실을 직시한다.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 괴로워 병원에서 치료도 받지 않고 뛰쳐나온 말테는 비정한 대도시의 풍경을 절망적으로 기록한다.
『말테의 수기』는 릴케가 파리 생활에서 경험한 절망과 고독을 바탕으로 쓴 일기체 소설로, 훌륭한 소설인 동시에 시인으로 다듬어져 가는 릴케의 내면을 반영한 고백서이기도 하다. 1902년 릴케는 「로댕 연구」를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파리에 첫발을 디뎠다. 그러나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이 대도시의 빈곤과 침체에 아연했다. 이곳에서 그는 무의미한 것, 타락과 암흑, 그리고 만연해 있는 악을 관찰하고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험과 고독한 하숙 생활을 바탕으로 릴케는 탁월한 일기체 소설인 『말테의 수기』를 썼다. 『말테의 수기』는 개개인의 고유한 삶이나 죽음은 아랑곳없고 질보다 양이 판치는 대도시의 양상에 대한 공포스러운 경험에서 우러나온 절망의 기록이다. 이 안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빈곤과 죽음과 공포의 주위를 끊임없이 맴도는 인간상이 그려져 있다.
말테는 나의 정신적 위기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에는 현대 문명의 초창기,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문학적인 자아를 찾으려는 한 문학 소년의 몸부림이 잘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사물과 죽음, 사랑에 대한 예리한 관찰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인식 문제와 인간 존재의 문제에 심오하게 근접하고 있다. ─문현미(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