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이번 보스토크는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하는 당신의 뒤를 조용히 따라갑니다. 그리고 당신의 일터, 일자리에서의 당신을 가만히 지켜보려 합니다. 어쩌면 어제와 똑같은, 또 내일도 똑같을 일터와 노동의 풍경 속에서 당신의 자리는 어디인지, 또 그곳에서 당신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를.
일터는 우리가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한편으로 좀처럼 사진으로 남지 않는 공간입니다. 보스토크는 매일 반복되는 출근과 퇴근 사이에서 당신이 느끼는 일의 기쁨과 슬픔은 과연 어떤 모습과 빛깔인지를 질문하는 사진과 글을 모았습니다. 이 질문은 평범한 일상을 견디는 당신을 향한, 그리고 우리 모두를 향한 안부이기도 합니다.
출판사 서평
“회사원은 되지 말자.” 장래희망은 없었지만, 당신에게도 희망사항은 있었습니다. 남들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남들과 똑같은 정장을 입고 남들과 똑같은 사무실에 앉아 남들과 똑같은 일을 하는 건 지겹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으니까. 그러나 남들과 똑같이 지원서를 쓸 때마다, 남들과 똑같이 면접을 보러 갈 때마다, 남들과 똑같이 상사에게 부당한 질책을 당할 때마다, 남들과 똑같이 사직서를 썼다 지울 때마다 그 희망사항이 실현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당신은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를 살려면, 한 달을 꾸리려면 남들과 똑같이 생계비가 필요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회사원이 되고 말았네.” 유리 괴물처럼 거대한 오피스 빌딩으로 출근하며 당신은 별 수 없다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거대한 건물이지만 당신의 자리는 책상 하나에 불과합니다. 책상 위에는 어지간하면 죽지 않는다는 스투키 화분이 있고, 의자 밑에는 다이소에서 산 짝퉁 삼선 슬리퍼도 있습니다. 어느새 부장님 앞에서만 구사하는 사무용 말투와 표정은 점점 체화되고 맙니다. 매일 회의와 메일 답신과 전화와 컨펌으로 하루의 절반을 쓰고도 일하는 시간이 부족해 야근을 하는 것도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불 켜진 사무실에 남아 끼니를 건너뛸 때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고 푸념하게 됩니다. 그래도 당신은 스투키의 끼니를 챙기며 화분에 물주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막차 시간에 맞춰 회사를 나온 당신은 거리에서 대리운전 콜을 대기하며 서성이는 사람과 컵라면 매대를 채우는 편의점 알바생에게 잠시 눈길을 줍니다. 막차에 물먹은 스펀지 같은 몸과 마음을 싣고, 집에 도착해 잠자리에 누우면 부질 없는 계산을 해봅니다. ‘이제 몇 시간 잘 수 있나?’ 왠지 억울한 기분마저 듭니다. 그래도 내일 출근을 위해 알람을 맞추는 것을 당신은 빼먹지 않습니다. 오 분 간격으로 세 번.
보스토크는 매일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당신의 평범한 일상 속으로 따라 들어갑니다. 창문으로 둘러싼 사무실에서 일하는 수많은 직원들의 모습이 투명하게 보이는 장피에르 아탈의 사진과 야간 근무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베네테다 리스토리의 사진을 보면서 당신을 찾아봅니다. 자정에서 새벽까지의 일본의 역사적 공간을 배회하며 촬영한 노기훈의 ‘달과 빛’은 당신이 늦은 밤 퇴근하면서 봤음직한 장면일 겁니다. 그 풍경들 사이사이로 장류진-이슬아-김민정-김동신의 에세이가 당신의 노래처럼 연이어 흘러갑니다. 회사원 겸 소설가 장류진은 구내식당 석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직장 생활의 애환을 재치있게 풀어냅니다. ‘일간 이슬아’를 발행하며 매일 연재하는 이슬아는 글쓰기 노동을 감당하기 위한 자신의 태도와 방식을 차분하게 전합니다. 시인이자 편집자인 김민정은 책을 만들며 얻은 것들에 관해 사유하며, 디자이너 김동신은 직장인으로 소모품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의 싸움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에세이 뒤에는 유니폼을 입은 알바생들의 초상을 담은 이혜진의 작업과 감정노동자들의 무표정한 얼굴을 담은 주황의 작업이 대비를 이루며 펼쳐집니다. 김신식의 비평문 ‘승인’은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일문화와 이에 파생된 경제금융위기를 다룬 영화와 사진 작업의 한계와 가능성을 점검해봅니다. 김현호는 사진책 『오피스 로맨스』와 『밤의 버스에서』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일상적인 노동의 시공간이 반짝이는 어떤 순간을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윌 스테이시-브라이언 핑크-브루노 켕케-토마스 뉘블러의 화보는 구석구석 꼼꼼하게 기록한 회사의 내부와 외부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직장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편, 연재 코너에서는 풍성한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마련했습니다. 시작은 docking!2018 파이널리스트에 진출한 사진가 권해일의 화보로, 건축물의 외부와 내부를 시각적으로 관통하는 그의 전 작업들을 압축적으로 제시합니다. 영화평론가 유운성은 미국의 실험영화 감독 홀리스 프램튼의「노스탤지어」를 통해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재고찰합니다. 윤원화의 칼럼은 차지량 작가의 전시를 들여다보며 한 사람의 눈에 비친 세계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시에 관한 대담인 ‘전시셔틀’에서는 두 명의 젊은 비평가 권정현, 이한범을 초대해 각각 그들이 주목한 전시에 관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