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지성의
<시크릿>에 대한 대반론
노력 없이 큰걸 얻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시크릿>에 대한 오해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은 우주수표에 금액을 적고 천장에 매달아놓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돈이 생길 것을 바라는 직장인, 공부하기를 멈추고 수능만점을 열심히 끌어당기고 있는 재수생, 사랑해선 안 될 남의 남자를 얻기 위해 생각을 우주에 보내고 있는 여성, 2008년 12월 31일까지 100억을 끌어당길 거라며 더 획기적인 심상화 기법을 찾는 사람.
이들의 공통점은,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꿈꾸는 다락방>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은 이지성 의 이메일에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2007년 6월에 출간된 <시크릿>이 2007년에 이어 2008년 들어서도 각 서점가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사람들이 이지성 작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그의 작품 <꿈꾸는 다락방>이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꿈의 공식, R=VD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대가 없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그들에게 <시크릿>의 메시지가 담고 있는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용기 내어 쓴 책이 바로 <노 시크릿>이다.
어떤 독자들은 <시크릿>을 읽으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에 감동받고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 정진했는가 하면, 어떤 독자들은 ‘베스트셀러라니 읽긴 했는데 도대체 비밀이 뭐라는 거야. 다 읽어도 모르겠네’라며 의아해하기도 했을 것이다. SERI에서 CEO가 여름휴가 때 읽어야 할 책으로 《<시크릿>을 선정했던 건 직원들에게 전자의 효과를 전달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이것만으로 이 책이 100만부 판매를 넘어 200만부 가까이 팔렸다는 점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찜찜함과 미심쩍은 마음이 남아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크릿>의 표지에는 이런 부제가 달려 있다.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다분히 1차적인 욕구, 매슬로가 말하는 생리적 욕구에 소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크릿>에서 말하는 ‘비밀’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생각 외에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우주에 전송하는 것만으로 그것을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끌어당김의 법칙’이라 부르는 것이다. 대가 없이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많은 독자들이 매혹당했음을 이 부분에서 짐작할 수 있다.
끌어당김의 법칙보다 더 강력한 것은 대가 지불의 법칙
<3분 시크릿>이라는 책을 발간한 '명상으로 부자되기' 카페 등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끌어당김의 대가가 되고자 ‘비밀’이라는 것을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계속되는 경제 불황에 마음의 위안과 안식처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라 봐도 될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상황을 뛰어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른바 ‘대가 지불의 법칙’이다.
점심을 먹은 후 후식으로 돼지바 한 개를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생각을 우주에 보내서 돼지바를 끌어당기는 것보다 더 쉽고 강력한 방법으로 저자는 대가지불의 법칙을 제안한다. 슈퍼마켓에서 700원을 지불하고 돼지바 한 개를 사먹으면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아이스크림을 50%씩 할인해서 파는 곳도 많으니 350원이면 힘들여 생각을 우주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코미디 같은 제안을 하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큰 바람까지 모든 것을 오로지 생각만으로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크릿>의 이런 메시지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다. 그것은 플라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인슈타인, 윈스턴 처칠이 ‘비밀’을 활용한 사람들인 것처럼 씌어 있는 것을 보고 대다수가 그렇게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넘어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노 시크릿>은 이 부분에 대한 아주 큰 오류를 지적한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한다.” <시크릿>에 나오는 처칠의 단 하나의 인용문이다. 그러나 실상 이 문장은 처칠이 한 말이 아니라, 정신운동을 논하는 사람들이 해가 될 것 없으나 또한 쓸모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그 사람들의 말을 처칠이 인용한 말이다. 또한 아인슈타인 또한 대가지불의 법칙을 지지했으며, <시크릿>에서 말하는 종교적 색채와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음을 이 책이 증명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다시 읽기, 그리고 균형잡힌 시각과 안목 갖추기
<시크릿>의 종합 베스트 1위 등극 후 끌어당김의 법칙에 관한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 쏟아졌다. <끌어당김의 법칙> <부의 비밀>를 비롯해 <보이지 않는 힘> <키> <잭 캔필드의 Key> <나를 부자로 만드는 생각> 등 추가로 번역된 책 외에도 그 전에 출간되었다가 다시 팔리기 시작한 <성공의 문을 여는 마스터키> 등은 <시크릿> DVD와 책에서 소위 ‘증언자’로 참여한 사람들의 책들이거나 <시크릿>을 쓰는 데 영향을 주었다는 책들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의 책을 선택하는 가장 큰 기준이 베스트 순위라고 한다. 여기에는 ‘나도 책 한 권 읽었다’는 성취심리나 전시효과도 작용할 것이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베스트셀러 다시 읽기와 나에게 맞는 책 읽기를 위해 책 고르는 안목이 필요한 대목이다. 덧붙여 출판계의 무분별한 번역 남발도 지적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출판 불황을 돕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국내 출판물의 해외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컨텐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지원할 출판물도 없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성경 구절이 나왔다며 <시크릿>을 대량 구매한 개신교 교회들도 많다. 그러나 생각을 우주에 보내는 것 그 자체가 고대 브라만교에 뿌리로 둔 미국식 변종 힌두교의 예배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 미국에서 <시크릿>은 1차 분류가 종교로 되어 있다. 미국인들은 <시크릿>이 뉴에이지 책이라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점을 알지 못하는 한국 독자들이 자기계발에 분류된 <시크릿>을 자기계발서로 읽었기 때문에 생긴 어이없는 일들이다. 책을 대하는 균형잡힌 시각와 안목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