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
『밤이 선생이다』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황현산의 신작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말 그대로 사소한 부탁이지만,
이들 지엽적인 부탁이 어떤 알레고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 선생의 신작 산문집을 펴낸다. 첫번째 산문집인『밤이 선생이다』가 나온 지 5년 만이다. 그사이 시를 읽는 지침이다 할 시 이야기 『우물에서 하늘 보기』를 선보인 적 있던 그다. 말라르메, 보들레르, 아폴리네르, 랭보, 생텍쥐페리 등 세기의 저자들과 그들의 저작들을 당연히 큰일임에도 그게 무슨 일이겠냐는 식의 담백함으로 줄줄 손에 쥐게 했던 그다.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2017년 제6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받았다가 3개월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뒤 지금껏 투병 가운데 있는 그다.
이렇듯 바쁨과 아픔으로 묵직하게 채워졌을 거라 감히 짐작해보는 그의 지난 5년. 그는 번역가로서의 제 소임을 다하면서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참혹하리만치 망가져버렸던 우리 정치사회의 면면을 쉴 틈 없이 꼬집어가며 우리들의 접힌 귀와 감긴 눈과 다문 입을 열게 하고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면마다 들어앉아 펜대를 감아쥐어왔다. 그리고 거침없이 뚫린 귀와 뜬 눈과 벌린 입으로 써야 할 글마다 예의 할 ‘도리’를 다해왔다. 이때의 도리란 시대의 스승이자 현장의 글쟁이로서 지켜야 할 지식인의 책임과 의무의 어떤 ‘예의’라 치환해도 좋으리라.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은 그런 그의 지난했던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다. 평생을 그래왔듯 그는 이번 책에서도 제 감정적 앞섬보다는 제 사유의 앞섬으로 우리를 따르게 한 제 글 그림자의 ‘격’을 귀한 선 끝의 우아함으로 지켜냈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는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조곤조곤 제 속내를 비유적으로 표현해낼 때가 잦은 사람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는 쉽게 웃거나 쉽게 울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웃음이 그치고 울음이 그친 뒤 돌아서서 세수 한 번을 하고 올 때가 있는 사람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는 빠른 걸음을 자랑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보폭을 예리하게 지켜보고 본능적으로 호흡했다가 발을 맞추는 일에 재주가 능한 사람이다.
이렇듯 그는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함께 살아간다는 일에, 그것도 말이 되는 자연스러움으로 자연답게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는 일에 평생의 제 허리뼈를 휘어왔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은 그런 그의 심사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반영이 된 책이라 하겠다. 산문의 시작은 2013년 3월 9일에서 시작되어 2017년 12월 23일에 끝난다. 근 900매 가까운 글을 총 5부로 나누어 담을 때 그 어떤 의심이나 망설임 없이 시간상의 구성으로 엮어낸 건 그 자체가 말하자면 한국의 정치사이자 문화사로, 복잡다단했던 그 시간 동안의 우리 역사가 되어주고 있구나, 다분한 확신이 들기도 하여서였다.
각종 매체의 부름에 응하여 써나갔다지만 그 주제만큼은 제 주관으로 움켜쥐었던 까닭에 첫 글부터 마지막 글까지 그 어떤 흐트러짐도 없이, 그 흔한 곁눈질도 없이 ‘황현산’이라는 사람의 방향성이 정확하게 기록된 책이 바로 이 증거물 아니겠나 싶다. 여타의 책과 비교할 때 눈물로 젖은 페이지가, 눅눅함으로 불어버린 페이지가 이 책을 좀더 두텁게 만들기도 하였다는 생각에서다. 글에 있어 늘 단단히 조인 마음이었고 글에 있어 늘 든든히 챙긴 몸이었다 할 때 그는 이번 글에서는 살짝 열린 마음도 살짝 흘린 몸도 짐짓 모르는 척 용인한 듯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절 속에, 그래야 살 수밖에 없는 시절을 우리 모두 함께 통과해왔으니 결국 오늘에 이르러 그가 평생에 섬기고자 했던 키워드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단언해보게도 되는 것이다. 사랑이었기에 그는 자면서도 뜬 눈이었을 것이고, 사랑이었기에 그는 바쁘면서도 분주한 손이었으며, 사랑이었기에 그는 아프면서도 살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대상이 우리 모두를 향해 있음은 두말 안 해도 될 일이렷다.
그가 온몸으로 써내려간『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은 ‘사소함’이라는 작음으로 겉의 포장은 하였으나 속의 알맹이는 진짜배기 심장을 늘 만지고 움켜쥐라는 삶에 있어 선생의 어떤 팁이라 알아먹어도 좋으리라.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실패한 적의 면면 그 경우를 추적해본다 할 때 내실 그 원인이 되는 크기는 정말이지 큼보다는 작음이었으리라. 그 쉬운 걸 몰랐으니 이제부터 알고 가면 되리라. 선생의 작은 부탁들로 채워진 이 책은 그리하여 별 같은 것이 되리라. 올려다보면 있고, 누워서 보면 얼굴이 되어 있고, 뭐 우리가 보든 안 보든 언제나 제 몫으로 빛나고 있는 그 별, 소리 없는 인생의 이 내비게이션은 밤에 유독 더 빛을 발하리라. 우리가 삶의 어둑어둑함으로 낯설어할 때 두려워할 때 다분히 주저앉고 싶을 때 길도우미로 거침없이 우리를 안내하리라. 선생은 그러라고 우리 곁에 있는 사람, 그런 쓰임으로 태어난 사람,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을 읽어봐주십사, 하는 마음, 결국은 우리 좋으라는 마음.
영화고독발버둥치며본다
3.5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사는 세계를 지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옥은 진정한 토론이 없기에 희망을 품을수 없는 곳이다. '아 대한민국'과 '헬조선'사이에서 사라진 것은 토론과 그에 따른 희망이다. 지옥에 대한 자각만이 그 지옥에서 벗어나게 한다. '헬조선'은 적어도 이 지옥이 자각된 곳이다. 그래서 나는 내 예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 -156p 마지막 문단- . 이 시대의 어른, 또는 성숙한 인간이란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 . . ps. 다만...4부 5부는 사소한 부탁이란 책 제목과 맞지 않는 카테고리의 내용이라 많이 아쉽다.
임영빈
3.0
존경하는 선생님이지만 그다지 번뜩이는 문장을 발견하진 못했다. 물론 그 이유 또한 명백하다. 가령 미당전집에 대해 언급할 때, 그의 성실성과 재기 그리고 한국 서정시에 미친 영향을 먼저 설명하고 그렇지만 과와 오가 분리될 수 없으니 함께 짊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식이다. 대중은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거다. 미당의 시가 훌륭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 없다. 그런 부분을 짚는 건 이 정도 산문을 찾아 읽는 독자에겐 질리 도록 익숙한 레토릭인 것이다. 한 마디로 안전한 포지션에서 현상에 대해 간략한 첨언을 늘어 놓는 식이다. 자연히 논쟁에선 비껴나간다. 나는 그게 불만이다. 물론 노년의 나이에도 이토록 다양한 주제에 다각도의 의견을 펼쳐냈다는 사실 자체엔 존경을 표한다. 어쨌거나 모든 글에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법 아니겠는가.
Jibok
4.0
"말은 제 힘을 다해 우리를 응원하는데, 우리가 먼저 포기해버린 탓일 것이 분명하다. p.58"
Dongjin Kim
5.0
선생의 글은 특정 페이지나 특정 문장을 굳이 강조하는 게 무용할 만큼, 그 전체가 시대와 세상을 꿰뚫는다. 이 사회를 먼저 치열하게 살아온 인물의 비보를 접할 때마다, 조금 더 오래 거기 계셔주었으면 하는, 여전히 살아있는 선생'들'의 글을 더 찾아 읽게 된다. 이 분의 책을 종종 언급했지만, 그 중 한 분의 '신간'을 끼고 지낼 수 있다는 건 독자로서 행복한 일이다. 번역자로서, 불문학자로서, 비평가로서, 그리고 어른으로 서, 어른으로써. 꼭 강의나 말씀을 직접 듣고 책에 싸인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요즘 이 책을 늘 들고 다니고 있다. 이런 혜안과 통찰을 늘 존경하고 배우고 싶어 하면서. 미약한 독자의 사소한 바람이다. 이 책의 존재가 고마운 여름이다. 밤에는 [밤이 선생이다]를 다시 꺼내야지. 책은 영화만큼 잘 추천할 줄은 모르지만, 황현산 선생의 글은 나에게 그 어떤 주석도 부연도 필요 없이, 그냥 "읽어보세요" 하고 언제나 꺼낼 수 있는 존재다.
SJ&HM
3.5
은퇴를 앞둔, 우리 말과 우리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노교수님의 인문학/문학 수업을 듣는 느낌 “밤이 선생이다” 보다 좀 더 문장이 어렵고 몇몇 주제나 생각들은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거리가 있을 수 있겠다
김태영
3.5
그 곳에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느낌의 공동체
3.5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
박정현
3.5
3부까지는 재밌게 읽었는데 문학비평인 4-5부는 어렵다 곱씹어가며 읽으면 읽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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