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 SF걸작선의 두 번째 권. 모두 여섯 편의 중단편이 수록돼 있다. '전쟁 이후의 피폐한 삶'이라는 테마가 지배적이었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비해, 이번 책에서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좀더 다채롭게 변주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작품은 영화 '토탈 리콜'과 '스크리머스'의 원작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와 '두번째 변종'.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영화 '토탈 리콜'의 전반부 줄거리를 제공하는데, 영화의 헐리우드 액션과 영웅주의 대신, 어느 것이 진짜 기억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상황들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두번째 변종'은 진짜 무서운 이야기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전쟁 와중에 발명된 '갈고리 발톱'이 스스로 진화하면서, 인류의 멸망을 부르는 무서운 존재로 변모한다. 인간의 모습까지 흉내낼 수 있게 된 로봇들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두 번째 변종의 정체가 밝혀지는 끝부분에서는 '억' 소리도 못낼 정도의 공포가 엄습한다. 인간의 탐욕과 좌절을 묘사한 '매혹적인 시장'이나 필립 K. 딕 자신을 패러디한 '오르페우스의 실수'도 인상적이다. 거칠고 굵직굵직한 구성과 묘사가 특징적이며, 그 안에 담긴 독특한 상상력과 암울하지만 널리 내다볼 줄 아는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 (+) or (-)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비교적 말끔했던 번역에 비해, 이번 책의 번역은 거칠고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종종 눈에 띤다. 또 책에 실린 작품 중 '두번째 변종'과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이미 다른 단편집을 통해 국내에 출간된 바 있다. 그러나 SF소설의 불모지라는 우리 나라의 현실을 생각할 때, 필립 K. 딕의 중단편들이 계속 나와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어 출간될 필립 K. 딕 걸작선 3권에는 '사기꾼 로봇', '전기 개미', '베니 시몰니는 어디 있니' 등의 작품이 수록될 예정이다.
<그부호> 웨스 앤더슨 감독
비주얼 마스터의 독보적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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