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세계의 중심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는 엘레나 페란테
엘레나 페란테는 현재 세계 문단이 주목하는 소설가이지만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1992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타난 적이 없어 ‘얼굴 없는 작가’로 불리는 페란테는 모든 것은 소설 안에 있다고 말하며 작가의 명성이나 지위가 아닌 오직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한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2015년에는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후보에 거론된 그녀는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오직 서면 인터뷰로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페란테의 정체를 밝히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독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다며 작품으로만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의견을 모았다. 작가가 없는 텅 빈 공간은 작품 그 자체와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으로 풍성하게 채워지고 있다.
페란테의 작품들은 그녀만의 솔직한 문체와 특유의 진솔함이 묻어난다. 그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격정적이고 폭발적인 문체로 그려내는데 이는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대립된 감정을 지닌 인물을 만났을 때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작년 봄 북클럽 오리진에서 진행한 엘레나 페란테 아시아 최초 인터뷰를 통해 페란테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살펴볼 수 있다. 그녀는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폭력성과 선의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선의야말로 우리의 강점이지요. 하지만 선의를 갖는다고 해서 그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균일하지 않은 요소들로 구성된 존재입니다. 그러니 결속력이 강하지도 않고 일관적이지도 않지요. 몸짓 하나, 예기치 않은 감정만으로도 일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선의를 지향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존경할 만한 특성입니다. 비록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러한 장점을 지켜가야 합니다. -북클럽 오리진 인터뷰 중
페란테는 우리의 인생은 충돌이 아닌 만남으로 이루어지는데 충돌이 불가피한 경우 만남으로 승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강점인 선의지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그녀의 작품에는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서로 연대하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녀의 작품은 이러한 선의를 품은 인물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기에 더욱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또한 그녀는 작품과 칼럼, 인터뷰를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그녀의 모든 작품에는 여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관점이 잘 묻어난다.
내게는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여성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어떤 여성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불쾌한 행동을 한다 해도 말이다. 나는 여성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페미니즘 역사가 시작된 지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완전한 우리가 될 수 없고, 우리 스스로에게 속하지 않는다. 우리의 결점, 잔인함, 죄, 미덕, 기쁨, 언어, 이 모든 것은 남성의 위계 속에 순종적으로 새겨져 있으며, 실제로 우리에게 속하지 않는 규범에 따라 처벌되거나 칭찬받으면서 우리는 지쳐간다.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쉽게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자주성을 지니고 우리가 누구인지 입증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디언』지 엘레나 페란테 칼럼 중
여성으로서 주체성을 지니고 우리가 누구인지 입증하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이야기하는 페란테의 손끝에서 탄생한 ‘나쁜 사랑 3부작’은 한없이 치명적이고 파격적이다.
『성가신 사랑』: 어머니를 향한 위험하고 치명적인 사랑
엘레나 페란테의 데뷔작인 『성가신 사랑』은 세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장르적 특성을 띄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는 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미스터리 서스펜스를 떠올릴 만큼 팽팽한 긴장감과 숨 막히는 반전으로 속으로 독자들을 몰아넣는다. 『성가신 사랑』은 이탈리아에서 영화로 제작되었을 만큼 구조적인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페란테만의 정제되지 않은 감각적인 언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주인공 델리아는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과 어머니를 동일시 여기고 완벽하게 어머니와 닮고자 한다. 그러나 그녀의 욕구는 충족되지 못하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페란테가 그린 이 독특한 사랑 이야기는 사랑을 받는 대상에게는 매우 위험하고 치명적이어서 오히려 성가신 사랑이다.
로마에서 활동하는 40대 초반의 만화작가인 델리아는 어느 날 어머니 아말리아의 죽음을 목격한다. 어머니의 시신은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가던 바다에서 브래지어만 걸친 채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델리아는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어머니 몸 곳곳에 난 멍 자국과 짙은 화장, 평소 어머니가 잘 입지 않던 세련된 디자인의 브래지어에 더 강한 인상을 받는다. 델리아는 어머니의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어머니와의 마지막 통화를 떠올리며 고향인 나폴리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델리아의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가 즐거워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늘 아내가 한눈을 팔까봐 불안해했는데 그의 불안감은 아내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하던 동업자 카세르타는 지속적으로 어머니에게 호감을 표현하며 집으로 선물을 보냈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으로 배달되던 카세르타의 선물을 발견하고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어머니에게 주먹을 날리고 머리채를 잡으며 어머니를 철저히 통제하기에 이른다.
아내에게 집착하던 델리아의 아버지는 살인도 불사할 것 같은 기세로 지키려 했던 아내의 육체를 화폭에 담아 사내들에게 판매한다. 그는 아내가 거부하려 할 때마다 폭력을 휘두르고 그녀를 더욱더 옭아맸다. 그러던 중 어린 델리아는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카세르타를 만나 서로의 몸을 만지는 것을 보았다고 고백한다. 결국 델리아의 아버지는 칼을 들고 카세르타를 찾아가 그를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하고 카세르타는 겁에 질려 가족들과 함께 동네를 떠난다.
델리아는 어머니의 애인이었던 카세르타가 젊은 시절 어머니와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델리아의 아버지와 삼촌에게 무참히 짓밟혔던 일을 보복하기 위해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의 결말부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다. 델리아는 어머니를 동경하고 사랑하는 마음과 결코 자신은 어머니처럼 될 수 없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혼란스러워 한다.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그녀의 가족과 델리아 자신 그리고 그들을 한데 묶어왔던 감정과 거짓말의 매듭에 대한 진실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델리아는 현재와 과거를 되짚어보고 어머니의 마지막 날들을 재구성하면서 자신이 잊으려 애썼던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어머니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붉은 원피스와 어머니의 낡은 정장이 기폭제가 되어 델리아의 삶을 뒤흔들 때 그녀의 무의식 속에 가라앉은 기억의 조각들은 불온전하고 흐릿한 영상으로 남아 그녀를 괴롭힌다. 우리는 불완전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불안감이 중첩되어 나타날 때 찢어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꿰어보며 무엇이 진실인지 생각하게 된다.
『버려진 사랑』: 주체적인 자아를 찾는 여성
『버려진 사랑』은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고 평범한 일상이 지옥으로 변해버린 한 여성의 어두운 심연을 날카롭게 다루며 그녀가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엘레나 페란테는 원초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아내로서의 여성상을 무너뜨리며 주인공 올가의 아슬아슬한 홀로서기를 그려낸다. 페란테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은밀하고 원색적인 문체로 파헤침과 동시에 아내로서 여성에 대해 깊이 통찰한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을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의 시선과 그녀가 말하는 여성의 상황은 대단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