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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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에게 나의 거대한 애인을 들키고 싶지 않다. 동시에 들키고 싶다. 2010년 겨울부터 2011년 가을까지 계간 《문예중앙》에 일 년간 연재된 박주현의 장편소설 『롤리팝과 책들의 정원』이 출간되었다.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스물아홉의 내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이 소설은, 모든 딸들이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는 길목에서 겪는, 그 딸의 엄마 역시 똑같이 겪어낸 통과의례의 역사이다.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달팽이」가 당선되어 등단한 소설가 박주현이 세상에 내놓은 첫 장편소설이다. 여자들은 서로의 아픔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엄마는 딸을, 딸은 엄마를, 그리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내 애인의 애인을…….『롤리팝과 책들의 정원』에는 스물아홉 살의 불협화음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을 비롯해 현의 엄마, 현의 애인의 죽은 아내,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정체가 밝혀지는 꼬마 소녀가 등장한다. 그들은 만나서는 안 되는 남자를 만나고,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을 읽고, 폭식을 하거나 먹지 않고, 알약의 힘을 빌리고, 한 줄도 쓸 수 없는 소설을 계속해서 쓴다. 하지만 슬퍼서 아무것도 멈출 수 없다. “안 돼, 하지 마.”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내달렸던 여자들, 그녀들의 선택 뒤에 감추어진 욕망과 슬픔을 작가는 솔직하고 섬세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나는, 엄마가 하지 말라는 것만 하고 싶다. 나는 그를 열고, 열고, 또 열었다. Help me……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소설 한 편을 써서 등단하기는 했지만 소설가라고 내세우기도 애매한 보습학원 강사 현. 현은 선배 언니의 소개로 알게 된, 아버지뻘 나이의 유명 사진작가와 은밀하게 만나고 있다. 그에게 끌린 것은, 그의 아내가 자살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있을 때, 잠자리를 할 때 현은 그 죽은 아내의 그림자와, 그녀의 슬픔을 동시에 본다. 나는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죽은 여자를 통해 나의 거대한 애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죽은 여자들을 잘 알았다. 또 좋아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이유, 다른 상황에서 죽어가지만 나는 죽은 여자들, 특히 욕망의 미아였던 여자들을 좋아했다. 길 잃고 죽은 여자들, 못되고도 착한 여자들, 비겁한 여자들. 내가 그런 여자였기 때문이다. ―245쪽 현이 외출을 하거나 수상한 낌새를 보이면 현의 엄마는 현의 옷가지며 책들을 모조리 뒤져 실마리를 찾아내려 한다. 현의 엄마는 현이 미쳤다고 단정 짓고 그녀를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간다. 현이 읽는 불온한 책들이 그녀를 망쳤다고 생각하여 책들을 불태우고, 그런 엄마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현은 섭식장애 치료를 받으며 처방받은 알약들을 몰래 모은다. 엄마에게 금지당한 책들과 그 책들 뒤에 숨긴 알약, 그리고 몰래 쓰고 있는 포르노그래피 소설. 현은 엄마가 바라는 모습은 결코 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안 돼? 안 돼. 안 되고말고. 안 된다고 답하는 목소리는 엄마의 것이다. 내 안에는 항상 엄마의 목소리가 상주한다. 나는 목소리를 잘 듣는다. 잘 듣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가운데 안 되는 것을 고른다. 안 되는 공부, 안 되는 직업, 안 되는 남자, 안 되는 연애. 엄마는 나의 거대한 애인을 보면 뭐라고 할까. 나는 엄마에게 내 애인을 들키고 싶지 않다. 동시에 들키고 싶다. ―22쪽 거대한 애인은 지방 촬영을 갈 때 현과 동행하거나 해외 촬영에서 돌아와 현을 찾지만 그들의 관계는 무엇으로도 정의되지 않는다. 떳떳하게 연인으로 소개되지 못하는 채 상처받는 현에게 거대한 애인과는 전혀 다른 타입인 대학동기 지호가 다가온다. 한편 현은 ‘말하는 성기’를 가진 여자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성심리치료사가 등장하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룰루의 다리를 열어. 나는 거기 있으니까.”목소리는 확실히 룰루가 내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오므리고 있는 다리 사이, 아주 깊은 곳에서 울려왔다. 클레망조는 조심스럽게 룰루의 다리를 벌렸다. 룰루는 순순히 클레망조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가볍게 뒤로 몸을 기대며 다리를 활짝 벌렸다. 룰루의 머리카락과 같이 붉은색 털로 뒤덮인 그것도 벌어졌다. “오, 맙소사.”클레망조도 룰루도 그것에 손대지 않았는데도 그것은 스스로 벌어져 반짝이는 붉은 속살을 드러냈다. “나에게 키스해, 그럼 네가 원하는 걸 들려주고 보여줄게. 자, 어서.”―250쪽 거대한 애인의 서재에서 투명한 여자의 사진을 발견한 현은 엄마의 오래된 책 상자 속에 들어 있던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에 끼워져 있던 빛바랜 사진을 떠올린다. 사진의 주인공은 엄마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갓난아기. 이제 자신과 너무도 다른 동시에 너무도 닮은 엄마의 비밀, 그리고 자신이 쓰고 있는 포르노그래피 소설 「푸시 토크(Pussy talk)」의 결말과 정면으로 마주할 시간이다. 멈추고 싶지만, 슬퍼서 아무것도 멈출 수 없다 『롤리팝과 책들의 정원』은 자발적으로 순수의 포기를 선언한 소녀의 마음, 그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늪을 닮은 소설이다. 발을 담그는 순간 욕망과 온갖 감정이 뒤섞인 늪으로 빨려 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작가는 망설임 없이 이야기 속으로 온몸을 던진다. 그리고 깊숙이 몸을 담그고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욕망과 감정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끄집어낸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이야기들이 펼쳐진 자리에서 사실 그것이 태어난 곳은 어두운 늪이 아니라 투명한 눈물의 강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박주현의 문장이 지닌,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솔직함과 돌려 말하는 법 없는 과감함, 그로 인해 가능한 투명하고 섬세한 심리묘사로 더욱 빛을 발한다. 박주현은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처럼 누구보다 과감하게 한 걸음 더 들어갈 줄 아는 작가이고, 숨김없는 문장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아는 작가다. 어떤 여자들은 금지된 문을 결코 열지 않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현’과 같은 여자들은 그 문을 열지 않고는 못 견뎌한다. 그녀들은 원하는 남자를 가지고, 범죄와 섹스, 공포가 들어 있는 책들을 먹어치우듯 읽고, 또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글을 쓴다. 이 책은 여자들의 무의식에 줄곧 대물림되어온 그러한 금지된 욕망의 계보다. 그녀들이 그토록 원했지만 갖지 못했던 것들의 다른 이름, ‘욕망’이라고 명명된 그것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호기심’이기도 하고 때로는 연인을 향한 ‘섹슈얼한 판타지’이기도 하며, 덧칠되거나 포장되지 않은 순수한 감정 그 자체로서 ‘사랑과 이해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사랑받지 못해서, 이해받지 못해서, 받아들여지지 못해서 남몰래 울고 또 울어야 했던 당신의 이야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당신의 욕망이 바로 이 소설로 태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