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도 익숙한 그 이름, 자전거
어디에나 있고 손을 뻗으면 누구나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물건, 자전거. 집 한구석에 한 대쯤 잠들어 있을 수도 있고, 어린 시절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기억이 떠오를지도 몰라요. 이 책은 그 흔한 자전거가 내 몸을 움직이고 생활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자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줄 안내자가 되어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0년 가까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강민영 작가님의 자전거 생활도 처음엔 아주 작고 사소했습니다. “저렇게 두느니 차라리 팔아버리자”라는 말을 듣고서, 바구니 달린 평범한 자전거로 출근길에 오른 것이었죠. 두근거리는 첫 자전거 출근을 마치고 땅에 발을 딛자 쿵쾅거리는 심장, 살아있다는 감각이 찾아왔습니다. 늘 곁에 있었고 흔하디 흔했던 자전거가 선사한 성취감과 낯선 즐거움이었어요. 이를 시작으로 작가님은 전국 각지의 자전거길을 유려히 달리며 자전거 세계에 빠져듭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곁에 있었던 자전거가 성인이 되고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자전거라는 단어의 반짝임이 찾아온 것이에요. 작가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즈음에야, 나는 자전거가 선사하는 새로운 세계로 첫발을 디딜 수 있게 된 것이다.” (22쪽)
아주 작은 계기여도 충분합니다. 익숙했던 자전거가 나에게도 낯설고도 새로운 세계를 선사해줄 거예요.
여행으로, 운동으로, 일상으로
자전거 생활로 한 걸음 더 가까이
자전거는 그저 단순한 이동이나 운송 수단에 그치지 않습니다. 내 몸을 돌보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운동으로, 언제든 내 힘으로 떠나는 여행이 되기도 하죠. 작가님은 안장 위에 오르고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가슴이 뛰고, 숨 들이마시고 내쉬며 오르내리는 가슴. 제대로 운동해본 적 없는 몸에 근육이 붙고 근육통마저 기분 좋게 다가옵니다. 불가능할 거라 여기던 산길을 오르고 대회에 나가며 내 체력의 한계를 테스트 하기까지 하죠. 차로 다닌다면 놓칠 게 뻔하고 걸어서 다닌다면 너무 멀어 쉽게 넘볼 수 있는 사소한 재미와 풍경도 자전거 여행의 매력도 펼쳐집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엔 가볍게 탔던 자전거가 어떻게 로드바이크(도로에서 빨리 달릴 수 있는 자전거) 구입과 입문부터 어떻게 본격적인 운동으로 이어졌는지 그 생생한 이야기와 팁도 가득합니다. 특히 자전거를 타며 주의해야 할 안전, 복장, 매너 등 이제 막 자전거 생활에 입문하는 분들에게도 유용한 노하우가 문장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자전거가 알려준 삶의 자세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자전거는 타는 동안 강제로 하늘을 봐야만 한다. 당연하다. 땅을 보면 넘어지니까, 앞을 봐야만 나아갈 수 있는 존재니까.”
작가님이 꼽는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스스로의 힘으로 어디든 언제나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디로 가든 앞으로 간다는 것이에요. 책에는 이런 자전거를 닮은 주체적인 삶의 자세가 녹아 있습니다. 운동하는 여성을 둘러싼 편견, 여성 라이더에 대한 무례함과 고정관념에는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심각한 부상을 겪고 자전거를 못 타게 되었을 때는 포기하지 않고 재활을 해 다시 자전거 위에 오릅니다. 때때로 불어오는 맞바람에는 주행 속도를 줄이며 유연히 대응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를 인간관계와 갈등을 마주하는 방식으로 삼기도 해요. 자전거를 타며 하늘을 바라보거나 나와 내 주변을 관찰하며 사소한 풍경까지 가득 담는 습관또한 자전거가 알려준 생활의 태도, 삶의 자세입니다. “자전거를 탈 때처럼 똑바로 앞을 보고 어깨를 펴고 걸으려 노력한다. 하늘을 보는 일, 구름의 모양을 살피는 일은 오로지 자전거를 통해서 얻은 좋은 습관이자 교훈이다.”(99쪽) 나를 돌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생활, 자전거를 타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