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손석희, 배우 정우성 추천!
사회를 바꾸는 우리 일터 이야기
‘투명인간’ 노동자의 한숨과 땀방울의 연대기
웃고 울고 분노하는, 가장 진실하고 절실한 울림
웹툰작가, 물류센터 직원, 도축검사원, 번역가, 대리운전기사, 사회복지사, 전업주부, 예능작가, 헤어디자이너, 농부, 건설노동자…… 각자의 노동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이들. 전국 방방곡곡 다양한 현장에서 땀 흘리는 일흔다섯명의 노동자가 자신에게 익숙한 도구를 잠시 놓고 펜을 들었다. 그리고 각자가 일하며 겪은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어떤 리얼리즘 소설보다 리얼하고, 어떤 시집보다 감동적이며, 어떤 에세이집보다 반짝이는 언어로 가득한 책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로 묶였다.
한편당 A4용지 한장 분량의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밀한 사연들은 오래 시선을 붙든다. 화려하거나 미끈한 문장으로 포장되지는 않았지만 페이지를 가득 채운 진심과 진실은 곧바로 감전되듯 와닿는데, 그러면서 독자들은 순식간에 겪어보지 못한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이 책은 읽는 이의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지녔다. 배우 정우성이 추천사를 통해 말했듯, 각각의 기록은 “존재하되 우리가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직접 쓴 이야기”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경험을 통해 독자들은 평소에 무심코 지나쳐온 ‘일하는’ 얼굴들을 떠올리게 되며 그들이 어떤 기분으로 일터에 나가서 어떤 순간에 웃고 우는지를 짐작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곧 나의 얼굴, 내가 사랑하는 이의 얼굴과 다르지 않음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이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공생’의 실감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모두가 이 사회를 떠받치고 살아가며, 또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공존’의 마음가짐으로 우리를 이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같이 살자”(추천사, 정지아 소설가)는 외침이 먹먹한 동시에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는 것도 이러한 마음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것은 누구인가
이제는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는 출간에 앞서 북펀딩을 진행했다. 정치권·문화예술계·시민사회계 등 각계의 응원에 힘입어 펀딩은 시작되자마자 모금 목표를 달성했고,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목표의 네배를 훌쩍 상회하는 금액이 모였다. 이 프로젝트에 보여준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는 출간 이후 국회의원회관 행사 등 이 책의 출간 의의를 설명함과 동시에 노동현실 변화를 촉구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책은 노회찬재단의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노동자가 직접 쓴 글을 받아 ‘6411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2022년 5월부터 한겨레에 연재를 시작했다. 억울한 사연, 힘을 보태달라는 호소문, 위트 있는 일화, 따뜻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 등 저마다 다른 얼굴을 지닌 목소리가 지면을 통해 사회에 발신되었다. 여태껏 한번도 사회적 발언권을 지녀보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였다.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
우리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한국사회가 그 노동자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알린 고 노회찬 의원의 명연설이다. 그 연설 이후 ‘6411번 버스’는 소외된 노동계층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명이 ‘6411의 목소리’인 것은 그러한 이유다. 언론인 손석희는 이 책을 읽고 “하나하나의 글들 속에서 노회찬을 발견한다. 글쓴이들이 모두 노회찬이다”라고 썼다. 탁상공론이나 지나친 정쟁 끝에 진전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치인들이나, 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에게는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 재벌·기업인들에게 들려줄 목소리는 바로 ‘6411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라는 뜻을 품고 있는 말이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에 수록된 글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쓰였지만 모두를 한곳으로 이끈다. 바로 ‘더 나은 세상’이다. 여태껏 듣지 못했던, 존재하는 줄 몰랐던, 혹은 애써 외면해온 목소리들을 들음으로써 우리는 한발짝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한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라는 책 제목은 자본이라는 가치에 매몰된 세상을 향한 모두의 질문이자 경고이다. 물론 사람의 가치가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세상이 곧바로 오지야 않겠지만 “작은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편집자문위원회)이 있기에, 우리는 사람이 그 자체로 존중받는 세상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잠시나마 꿈꿔볼 수 있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에 실린 생생하고도 빛나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그러한 세상을 향한 마중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