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공무원에 의한,
그러나 공무원만을 위한 것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 책 《하루도 쉬운 날이 없어》는 수많은 민원인을 만나며 겪는 분노와 동요,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감동과 기쁨을 재밌는 일러스트로 승화한 서울시 모 자치구 N년차 공무원 소시민J의 리얼 민원창구 이야기다.
소시민J에게 이제 첫눈은 설레고 기쁜 낭만의 대상이 아닌 밤새 치워야 할 ‘적’이고, 조금씩 커져가는 빗소리는 고소한 파전이 생각나는 환상의 대상이 아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하루도 쉬운 날이 없다는 말을 시험하듯 오늘은 또 어떤 상대(민원인)를 만날지, 무슨 일이 생길지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그래서 매일이 즐거우니 참 이상한 일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진짜 민원창구 스토리,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 이제 누구도 함부로 민원실을 평화롭다 말하지 마라.
오늘도 그곳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내일도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정도만 떼어주면 되는 줄 알았다. ‘동사무소 업무가 거기서 거기지. 뭐 힘들 게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크나큰 착각이자 오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통합 민원 업무는 수많은 업무 중 하나에 불과했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정신을 들었다 놨다 하는 민원인들은 희로애락애오욕의 모든 감정을 수시로 맛보게 해주었다. 그랬다, 동네 한편에 자리 잡은 그 곳, 평화로운 줄만 알았지 날마다 전쟁이 일어나는 줄은 몰랐다.
이 책 《하루도 쉬운 날이 없어》는 수많은 민원인을 만나며 경험한 분노와 동요,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감동과 기쁨을 재밌는 일러스트로 승화한 서울시 모 자치구 N년차 공무원 소시민J의 그림 에세이다. 소시민J라는 이름으로 주민센터와 구청 민원창구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공무원이 하는 일, 그리고 수험생 시절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는데 힘든 상대(민원인)를 만날수록, 정신이 더 멀리 날아갈수록, 간과 쓸개를 더 많이 내놓을수록 팔로워가 늘어나는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발급 수수료를 내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는 ‘아몰랑 민원인’부터 번호표 따윈 무시하고 중간에 치고 들어와 “나 먼저!”를 외치는 ‘무대포 민원인’, 다짜고짜 숫자 섞인 욕부터 내뱉는 ‘욕쟁이 민원인’, 그리고 “너, 내가 누군지 몰라?”를 외치는 ‘나 몰라? 민원인’까지 제목 그대로 하루도 쉽지 않은 일상의 에피소드를 담았을 뿐인데, 팔로워와 공감 수가 바람을 탄 듯 수직 상승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체력과 시간, 영혼을 갈아 넣은 끝에 ‘혈압 상승’과 ‘영혼 가출’을 주의 문구로 내건 첫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이보다 더 리얼할 수 없는
진짜 민원창구 이야기가 펼쳐진다
민원창구의 아침은 ‘띵동’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자칭 이 구역의 ‘띵동 요정’인 소시민J가 가장 좋아하는 업무는 본인 기준 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으로, 1분 안에 가능하다. 하지만 빠른 발급 속도가 주는 희열보다 주인공의 오늘을 더 즐겁게 하는 건 하루도 똑같지 않은 일상과 그 안을 채우는 다양한 민원인들이다.
종종 무례한 민원인 앞에 “네, 저는 님이 누구신지 전혀 모릅니다. 누구세요?”라고 되묻고 싶지만, “얻다 대고 욕을 하세요?”라고 더 큰 소리로 외치고 싶지만 소시민J가 언제나 그렇듯 따뜻한 지방자치의 미소를 지으며 “고객님∼ 오래 기다리셨죠?”라고 밝은 얼굴로 물을 수 있는 건 민원인의 “감사합니다” 한마디에 담긴 진심을 알기 때문이고, 그들이 건네는 손길에 스민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소시민J는 가방과 주머니를 뒤진 끝에 간신히 신분증을 찾아낸 민원인이 “찾았다”라고 외칠 때 작은 박수를 치며 함께 기뻐하고, 길을 가다가 조금이라도 낯익은 사람이 보이면 누군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도 머리 숙여 인사를 하며, 대기 번호창에 ‘민원인 없음’을 의미하는 숫자 0이 뜨면 미션을 완료했다는 기쁨에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자축한다.
이것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아무리 직장은 생계를 위한 곳이고, 즐거움은 직장 밖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즐거움을 포기하기에 우리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많다 못해 넘친다. 무엇보다 직장생활이 천직인 극소수를 제외하고 직장이 즐거운 곳이 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다들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나름의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이 있기에 힘들고 고된 하루를 뿌듯함으로 마무리하는 게 아닐까?
우리의 주인공 소시민J는 그 즐거움을 매일 마주하는 민원인에게서 찾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과정에서 기쁨으로 만들었다. 이름 하여 ‘웃픔의 카타르시스’다. 평일에 맞이하는 연차에 더 없이 감동하고, 고된 업무에 파김치가 되어 쓰러졌다가도 날이 밝으면 벌떡 일어나 본분을 다하는, 그러고는 역시나 일요일 밤이면 또 다시 시작될 한 주가 걱정돼 잠 못 이루는 소시민J의 모습은 그래서 더 가까이 다가온다. 이 책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직장인으로써 느끼는 희로애락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겪어내는 소시민J가 곧 나이고 내가 곧 소시민J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공무원의, 공무원에 의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써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