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 속의 거울, 그 미로 속에 비친 진짜 내 모습은 무엇일까?
『모모』 작가 미하엘 엔데가 남긴 판타지 소설의 걸작, 『거울 속의 거울』 출간!
오늘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 더 잘생겨 보이거나 못나 보이는 모습? 어느 거울에는 실제 내 모습보다 더 날씬하게 비치는가 하면 어떤 거울에는 언제 이렇게 살이 쪘나 싶을 만큼 뚱뚱하게 비치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거울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지 않는다. 거울의 종류에 따라, 주변 조명에 따라, 심지어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거울에 비치는 상(像)은 각기 다른 형태로 반사되어 나타난다. 하물며 ‘거울 속의 거울’에 비치고 되비친 모습은 어떨까? 거울에 한 번 반사된 물체는 다른 거울에 다시 반사되어 기이하고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고, 결국 원래 어떤 형체였는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일그러진 모습만 남게 된다.
‘거울 속의 거울’에 비친 우리네 모습처럼 초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한 단편들을 담고 있는 『거울 속의 거울』이 출간됐다. 『거울 속의 거울』은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 미하엘 엔데가 성인을 위해 쓴 판타지 소설로, 시.공간 배경이 모두 다른 30편의 단편들이 아무 관계없는 듯 서로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상 세계에 대한 예술과 상상을 통해 현실 세계의 무언가를 재배치하고자 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던 미하엘 엔데의 작품답게, 『거울 속의 거울』은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 법한 묘한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거울 속의 거울’에서 진짜 내 모습을 찾아내듯 우리 현실 세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재미를 준다.
“그는 발끝으로 곧추세운 발과 바닥에 붙인 발을 엇갈리게 짚은 자세로, 오른손을 허공에 드리우고 왼손은 허리에 가볍게 댄 채 기다리며 서 있었다. 이따금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면 자세를 바꾸었다. 그러니까 거울에 비춘 자기 모습을 또 거울에 비추었을 때처럼 좌우가 뒤바뀐 자세로 말이다.” -본문 중에서
이 단편 속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었을 때처럼, 그리고 그 모습을 다시 거울에 비추었을 때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자세를 좌우로 바꾸어 간다. 결국 원래 자신이 어떤 자세를 하고 있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비치는 모습은 어떤 모양일지, 가늠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른다. 미하엘 엔데는 독자들을 이 거울들 앞에 세워 놓는다. 『거울 속의 거울』을 읽는 독자들도 각기 다른 매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단편들을 읽다 보면 내가 읽고 있는 이 세계가 과연 현실인지 가상인지, 내가 살아가는 지금 이곳이 현실인지 가상인지 혼란스러워지는 때가 올 것이다. 그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전 세계 2천만 부 이상 판매, 베스트셀러 작가 아들이
초현실주의 화가 아버지에게 바치는 책
‘나의 아버지 에드가 엔데에게 바친다.’(Meinem Vater Edgar Ende gewidmet)
20세기 독일 미술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초현실주의 화가 에드가 엔데의 아들로 태어나 풍요로운 예술적 영향을 받으며 자란 미하엘 엔데는 아버지의 작품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거울 속의 거울』을 집필하고 헌사를 통해 다시 아버지에게 그의 작품을 바친다. 『거울 속의 거울』 전반에 걸쳐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18개의 에드가 엔데 작품은 아들의 단편들과 입체적으로 맞물리며 그림을 보며 글을 읽어 내고, 글을 읽으며 그림을 보는 신비로운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미하엘 엔데가 아버지의 그림을 보고 어떤 영감을 얻어 작품을 쓰게 됐을지 상상하고 추리하는 재미는 덤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서른 개의 큰 조각으로 이루어진 ‘퍼즐’이면서,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모두 작은 퍼즐 조각이 되는 ‘입체 퍼즐’이다. 중요한 건, 이 퍼즐로 만들어지는 그림이 단 하나가 아니라, 서른 개 조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만큼 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문학 작품이 이렇게 입체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실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발가벗은 내 모습을 거울로 들여다보듯 볼품없고 모순덩어리인 ‘나’의 현실을 이렇듯 적나라하게 까발려, 그 입체적인 구조 안에 온전히 담아냈다는 것은 더 큰 충격이었다. 이 안에서 어떤 그림을 보느냐, 몇 개의 그림을 만들어 내느냐는 전적으로 읽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책과 독자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그렇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쓰고 그린 이 거대한 입체 퍼즐, 그 안에 담긴 수만 가지의 의미. 그리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만날 거울 속에 비친 수많은 나의 모습. 삶이라는 미로에 갇혀 진짜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는 독자라면, 미하엘 엔데가 선사하는 매혹적인 입체 퍼즐을 풀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엔데 부자(父子)가 이야기하는 시간과 공간의 독특한 사유를 함께 즐기고 싶은 독자라면, 이제 『거울 속의 거울』의 세계에 풍덩 빠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