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빛으로 다가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더 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떠한 이미지나 이야기를 접할 때 선명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설명 받기를 원한다. 나아가 조금의 불명확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투로 논리와 근거를 따지며 이해의 범위를 스스로 한정시킨다.
작가 이와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와 이야기는 그러한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새벽안개처럼 모호하고 때로는 원래의 형체나 의도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흐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시선은 역설적이게도 보는 이로 하여금 구체적인 상상과 의미의 확장을 불러일으킨다.
가끔은 내가 버리고 간 이야기를 누군가 줍는 상상을 해 본다.
나도 언젠가 그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으려나.
이 책에서 작가 이와는 ‘나는 누구이며 당신은 누구인가.’에 대해 반복하여 질문한다.
그러한 의문은 ‘얼굴 없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통해 재현되고 ‘연’, ‘농담’, ‘불꽃놀이’, ‘작은 새의 노래’와 같은 픽션으로 답을 구하려 한다. 그는 그렇게 삶에서 덩그러니 놓인 이야기, 누군가 버린 이야기, 멈춰 버린 이야기를 수집한 뒤,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현실에서 세 걸음 뒤로 물러나 사진과 글로 실존의 증거를 제시한다.
손가락으로 실뜨기를 하듯 이미지와 텍스트가 성글게 교차하는 과정 끝에 작가는 자신을 ‘허구의 세계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 짐작하기에 이른다. 스스로를 정의하는 데 도달한 그는 보는 이에게 바통을 넘겨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도록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