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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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체질과 성별이 바뀌는 현장 한가운데에서 예리한 분석가이기보다 성실한 독자의 정체성으로 비평을 살아가는 노태훈 첫 비평집 노태훈의 첫 비평집 『현장비평』이 ‘민음의 비평’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결기처럼 이 비평집에서 현장은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탐구 대상인 동시에 비평의 핵심 주제이다. 장르와 제도로서의 순문학, 비평의 자리와 역할에 대한 고민, 페미니즘과 퀴어 문학의 젠더 담론, 트위터·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비평장의 변화 등 최근 한국 문학에 관한 한 어떤 비평가보다 더 ‘현장성’에 집중해 온 만큼, 한국문학의 현장성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비판들로 채워진 이 책은 2010년대 한국문학을 가리키는 현장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1부에 수록된 글들의 소재는 한국 소설과 한국 문단이다. 그런 점에서 1부에 수록된 글들의 비평 대상은 2010년대 중반 한국문학 전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은 한국문학의 침체기라 불렸던 한때이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국 소설을 찾아보는 일이 어느 때보다 힘들었고, 한국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도 않을 만큼 익숙해졌다. 「쓰지 않는 ‘한국’ 소설, 읽지 않는 한국 ‘소설’」은 이러한 침체기에 비평가의 시선으로 쓰인 한국문학 현장 체험기이자 관찰기다. 독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한국 소설의 명암에 대한 고찰은 한국 소설의 다양한 징후들을 거쳐, 순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통찰로 나아간다. 특히 인상비평 식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버금가는 취재를 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노태훈만의 집념과 실증적 태도가 빛나는 부분이다. 가령 여성 작가들이 득세해 남성 작가는 설 자리가 없다는 주장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2019년 한 해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소설 중 남성 작가의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비율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문학상’을 둘러싼 비판적 견해들, 한국 소설이 역사를 다루는 방식 등 중요한 이슈들의 궤적을 두루 짚는 가운데 한국문학의 내부와 외부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단서들이 주어지는 것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2부에서는 독자들에게 작가론으로 익숙해진 형태의 글쓰기를 선보인다. 작가론은 한 작가의 작품을 망라하며 해당 작가를 한국 문학사에 위치시키는 정교한 글인 동시에 한 작가를 폭넓게 감상할 수 있는 종합적인 글이기도 하다. 문예지를 통해 발표되는 비평가의 글 가운데 가장 밀도가 높은 글의 하나가 작가론이며, 따라서 비평가의 분석과 애정이 가장 균형을 이루는 글이 또한 작가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비평집에 선별되어 수록된 글은 김연수, 황정은, 김애란, 백민석, 이기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것에 더해 ‘후장사실주의’로 명명되는 작가들의 작품에 관한 다층적인 분석들이다. 현장에 밀착한 읽기가 작가의 현재성을 끊임없이 갱신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글들이기도 하다. 3부에서 선보이는 단평은 현장성이 가장 돋보이는 글이라 하겠다. SNS에 기반한 소통 방식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친화적인 언어일 수도 있겠다. 기존의 비평문에 익숙했던 독자들에게는 간명하고 짧은 언어로 핵심을 관통하는 형식의 글이 기존의 비평과 비교해 새로운 묘미를 주는 새로운 시도로 다가올 것이다. 한편 비평가라는 정체성보다 성실한 독자로서의 성실성이 더 빛을 발하는 3부는 2017년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을 다 읽어 보겠다는 포부를 스스로 실험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출간된 책들을 가능한 한 빠짐없이 읽으려 했던 비평가의 단상과 단평을 통해 한국문학의 흐름을 조망하고 자신의 시각을 가져볼 수 있다. 서평을 수록한 4부에서는 황정은, 박솔뫼, 김경욱, 정용준, 최은미, 김혜진, 장강명, 최진영 등 당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들의 신작을 통해 문학 현장 최전선에서 작가와 독자가 주고받는 감정과 사유를 읽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