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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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길어. 경제적 준비도 필요하지만, 취미 하나쯤은 있어야지!” 마흔 셋, 아들이 다니는 화실에 등록했다 15년 이상 회사를 다니다 보니, 주변에서 들리는 말은 온통 주식, 펀드, 부동산 같은 은퇴 후 노후를 위한 준비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삶에 지쳐 뭔가 재미있는 일,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저자는 ‘내가 너무 안일한가? 나만 너무 현실감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마음이 작아졌다. 그러던 중 회식 자리에서 한 선배가 해준 조언에 눈이 번쩍 뜨였다. “경제적인 준비도 필요하지만 의미 있고 즐거운 노후를 위해서라면 취미 하나쯤 있어야 해. 은퇴 후에 취미를 찾겠다고 나서면 너무 늦어.” 취미는 아무 때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적당한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 《서울신문》 이경주 기자에게 그 기회는 2018년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였다. 기자라는 업무 특성상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고 야근도 많았던 탓에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는데, 금요일(기자는 주로 금요일과 토요일에 쉰다)에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이 생긴 것이다. ‘뭘 해야 하나?’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던 차에 아들이 다니는 화실에서 가져온 스케치북이 눈에 들어왔고,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 그림 그려볼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 저자를 화실로 이끈 것은 아내였다. 결혼 선물로 15만 원을 쥐어주며 화실로 등을 떠밀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다가는 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결단을 내려준 셈이다. 일도 재미없고, 사는 건 팍팍해지고, 열정도 점점 사그라질 땐, 오롯이 재미에 빠져들 나만의 행복 도구가 필요하다! 『무채색 아저씨, 행복의 도구를 찾다』는 2018년 9월에 아내가 쥐어준 15만원을 들고 화실 문을 들어선 순간부터 1년간 그림을 그리며 저자가 자신의 삶과 일, 가족과 사회에 대해 생각한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평범한 직장인, 아버지와 남편으로만 살다가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며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그림과 함께 솔직하게 펼쳐져 있다. 또한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 문화에 대한 단상도 담겨있다. 저자에게는 그림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역할을 했다. 다른 사람은 그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자기만은 알아볼 수 있는 비밀 일기장처럼 그림마다 당시의 생각과 삶에 대한 태도, 그날의 기분, 결심 같은 것들을 갖가지 형상으로 옮겨놓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샤워를 할 때,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 요가를 하기 위해 앉았을 때 불현듯 이미지가 형상화돼 떠올랐다. 초기에는 무엇을 그릴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내면에서 느꼈던 하나의 감정을 꾸준히 기억해내는 것만으로 구상을 한다. 이런 루틴이 생기면 취미는 습관의 성격도 갖게 된다. 내 경우는 잘 그리는 것보다 잘 생각하는 것이 취미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 181쪽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일에 대한 열정은 예전만 같지 않고, 아이도 이제는 부모의 손이 덜 가는 나이가 되어 어쩐지 세상이 무채색처럼 단조롭고 재미없어졌을 때 작가는 자신의 세상을 다채롭게 물들일, 오롯이 재미에 빠져들 수 있는 ‘행복의 도구’를 찾아낸 것이다. 여전히 갈팡질팡 흔들리는 마흔 이후의 삶, 그림에 담아낸 일과 삶에 대한 생각과 고민들 저자에게 대학을 졸업한 지 15년 만에 ‘선생님’이라고 부를 사람이 생겼다. 하지만 까까머리 중학생이 아닌 마흔 셋의 아저씨는 결코 호락호락한 학생이 아니었다. 점, 선, 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선’이라며, “생각 없이 그을 때 가장 잘될 거예요”라는 선생님 말에 “살수록 힘들어지는 게 생각 없이던데요”라고 답하기도 하고(물론 속으로), 취미와 공부는 다르니 자기 자신을 너무 조이지 말라는 조언에도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성실한 직장인의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첫날부터 선긋기 ‘열공’을 하고야 만다. 또 평소에 칭찬이 후하던 선생님이 자신의 그린 자화상을 보고는 약간만 수정하면 되겠다더니 전체를 거의 다시 그렸다며 “아직까지 내 실력은 터무니없는 칭찬으로 버텨야 하는 수준이었다”며 자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생각 많은 학생은 점점 그림에 몰입하며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 안에서 재미와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걷다 보면 눈길 닿는 곳마다 테두리가 도드라지고, 물체 곳곳이 덩어리져 명암으로 보인다. 세상은 참 단순하다. 알고 보면 대부분이 삼각형, 사각형, 원 모양인 것을, 왜 이리 별다르게 살고 싶은지 모르겠다(13쪽).” “휴지로 하늘 곳곳을 지워내며 부정확한 작업에서 오는 자유를 느꼈다. 정확히 세금을 계산하고, 적확한 표현을 찾아내려 애쓰고, 본문 글자 크기와 줄 간격까지 맞춘 보고서를 쓰는 직장인에게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마주하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48~49쪽)”. “사진이나 AI의 영역에서 보면 실수지만, 인간의 창조적 영역에서는 개성이 된다. 도화지 위에서 수만 번 연필을 놀리거나 붓질을 하는 동안 실수에 실수가 겹친다. 인생의 수많은 실수가 겹쳐 그나마 만족스럽다고 합리화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된 것처럼(115~116쪽).” 원데이 클래스, 온라인 취미 플랫폼 등 코로나 시대에 적극적으로 취미 찾기에 나선 사람들, 취미의 목적은 결국 잡념을 몰아내고 온전한 몰입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지는 건 머릿속에서 생각을 비우는 일이라고 했다. 회사일 걱정에, 갚아야 할 대출금에, 아이들과 부모님 걱정은 물론이고, 자신의 노후 준비까지 생각하다 보면, 멍하니 있는 시간이 하루에 몇 분이라도 있을까? 심지어 생각은 꿈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잠자는 시간까지도 사람들을 괴롭힌다. 어떤 일에 완전히 몰입한다는 것은 그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저자는 취미란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고,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방’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순간만큼은 잡념이 사라지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등산, 꽃꽂이, 요가, 요리, 수영처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취미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 강좌나 온라인 플랫폼의 급성장은 이런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잠깐의 흥밋거리가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이 책에 1년간의 취미생활을 담았지만, 그 이후로도 꾸준히 일상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가 있는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날 마주친 풍경과 자기 안의 감정들을 그림에 풀어놓는다고 한다. “취미는 산책처럼 마음 가는 대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 게으름이 허용되고, 그리다 중도에 포기해도 상관없다. ‘하면 된다’의 영역이 아니라 ‘되면 한다’의 영역이다. 남의 평가로부터 벗어나고, 오롯이 내 마음에서 떠오르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편안해진다.”(181쪽)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몰입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가만히 떠올리면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순수한 기쁨을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행복의 도구’를 찾는 중요한 기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