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풍자문학
탁월한 상상력, 대담한 유머, 날카로운 비판
마크 트웨인의 펜 끝에서 나온 가장 해학적이며
독설적인 작품
미국 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
2010년은 마크 트웨인이 서거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헤밍웨이가 미국 문학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한 권의 소설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 문학사에서 트웨인이 차지하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자국의 문화와 입말을 살려, 유럽 문학의 아류가 아닌 진정한 미국 문학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던 그는, 인종차별과 제국주의 침략 등 당시 미국이 겪고 있던 문제에도 주목하고 제 목소리를 냈던 소신 있는 작가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유소년기 독자들을 대상으로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 위주로 제한적으로만 알려져 왔던 게 사실이다.
재담꾼이자 풍자가 마크 트웨인의 진면목을 맛보다
‘세계문학의 숲’이 소개하는 일곱 번째 작품은 마크 트웨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이하 《코네티컷 양키》)이다. 이 소설은 기술문명을 신봉하는 19세기의 미국인이 과학보다 미신이 앞서는 6세기 영국의 아서 왕 시대로 건너가 벌이는 모험담이다. 하지만 단순한 모험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영국 귀족과 왕족에 대한 예리하고 강력한 풍자, 이 책의 영국 귀족과 왕족에 대한 관계는 돈키호테의 먼 옛날 기사도에 대한 관계와 같을 것이다’라는 출간 당시의 광고 포스터 문구처럼 이 소설은 중세 사회에 빗대서 통렬히 현실 사회를 비판하고, 세르반테스나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해학 속에 대담한 풍자를 담아놓았다. 미국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풍자문학이라 할 만하다. 탁월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입담과, 인간의 모순을 포착하고 거기서 교묘히 유머를 뽑아내는 능력을 보면 왜 그가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코네티컷 양키》는 마크 트웨인의 문학적 궤적에 있어서도 특별한 작품이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에서 보여준 전반기 낙관주의와 《인간이란 무엇인가?》, 《신비한 이방인 44호》 등에 나타나는 후반기 비관주의의 경계선 상에 위치하여 두 경향을 두루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트웨인의 분신이라 할 만한 행크 모건을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작가의 양면적인 태도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극단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이다.
한편 이 작품은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물론 《코네티컷 양키》는 SF소설이 아니지만, 주로 유토피아적 미래 사회를 그린 그즈음의 소설들과 달리, 주인공이 과거로 가서 현대의 과학과 기술로 사회를 변모시키려고 한다는 설정은 독보적이다.
초판본 삽화 수록 - ‘오리지널’의 느낌을 살린 표지와 내지 디자인
이번 책은 대니얼 카터 비어드가 그린 초판의 내부 삽화 중 일부를 추려 실었고, 표지도 초판 광고 포스터를 재구성해 만들었다. 유명 삽화가이자 《The American Boy's Handy Book》의 저자이기도 한 비어드가 그린 그림들은 《코네티컷 양키》의 풍자성을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마크 트웨인은 《코네티컷 양키》를 위해 직접 삽화가를 선정했는데, 책이 출간된 후 그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 바 있다. “댄 비어드는 내 글을 정확하게 그림으로 표현할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텍스트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담긴 내 생각까지도 그려내기 때문이다.”
고전의 경계를 넘어 내일을 여는 문학,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
최근 들어, 세계문학의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다양한 전집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국내 출판사들의 역량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필독서 중심의 틀에 박힌 리스트보다 자신의 취향과 취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문학 리스트를 원하는 독자들이 그만큼 많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은 올해로 창사 20주년을 맞이하는 시공사가 이러한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 총서이다. 그동안 ‘시그마북스’ ‘그리폰북스’ 시리즈 등 문학의 경계를 넓히는 데 앞장서온 시공사는 세계문학에 있어서도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시리즈를 지향한다. 지금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는 세계문학 리스트를 만든다는 취지로 학계의 전문가들과 평론가, 우리말 번역의 역사를 함께해온 베테랑 번역가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다음의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시공사만의 세계문학 총서를 구성하였다.
하나, 새로운 고전, 무엇을 읽을 것인가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은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반드시 소개되어야 할 숨겨진 고전들을 발굴?소개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조지 오웰에서 커트 보네거트에 이르기까지 현대 디스토피아 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체코의 국민작가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 전쟁》, ‘안드로이드’라는 개념을 처음 알린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의 《미래의 이브》 등 언어와 장르에 있어서 주변부로 인식되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걸작들을 적극 발굴 소개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연극 <칠수와 만수>로 더 익숙한 대만 작가 황춘밍의 단편 <두 페인트공>이 수록된 《황춘밍 단편선》 등 동아시아권 작가들의 작품까지 포괄하여 세계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황춘밍 단편선》은 작가가 직접 한국어판 수록 타이틀을 선정하여 더욱 그 가치를 높였다.
둘, 불멸의 고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셰익스피어, 괴테, 도스토옙스키, 세르반테스처럼 시대와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이미 인류의 공동자산이 된 작가들의 경우 독자에게 새로운 판본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 극으로서의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가지는 의미, 공연사, 관련 역사적?사회적 자료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판본을 준비하였으며,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세계 세르반테스학회 회원이자 스페인 황금세기학회 회원인 한국외대 박철 교수의 스페인어 완역본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대표작을 번역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까지 포괄, 독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노력하였다.
최적화된 번역과 감각적인 디자인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은 원전 번역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각각의 타이틀에 가장 적합한 역자를 선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가 세계문학이라고 분류하는 작품들 중에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힘든 작품도 있고, 작가의 문장이 가지는 섬세한 결을 느낄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제 가치를 알게 되는 작품도 있다. 따라서 각 작품이 가지는 특성에 따라 역자의 선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영미문학사상 보기 드문 산문의 달인 토머스 드 퀸시의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번역가 김석희 씨가 번역을 맡아 그 글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판본을 제공하며,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시시포스의 신화》의 번역은 불문학자이자 소설가인 최수철 씨가 맡았다. 또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의 번역을 맡은 안인희 씨는 ‘베를린’이라는 도시 자체를 떠나서는 그 의미를 이해하기 힘든 이 소설의 번역을 위해 직접 베를린 답사를 감행하기도 했다.
책의 디자인과 판형, 종이 선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원칙이 적용되었다. 최근 세계문학을 다시 읽는 독자들에게 고전은 더 이상 서가의 장식품이 아니다. 따라서 내지 디자인은 최대한 읽기 편하고 휴대가 간편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표지 디자인은 스타일 자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