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베버 사회학 이론의 핵심을 만난다
‘사회학의 창시자’ 막스 베버(1864~1920)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학자인가? 사후 100년 가까이 흘렀지만 그는 항상 연구와 인용의 대상이 되어왔다. 20세기 후반에 그는 사회주의 이론, 프랑스 현대 사회학 등에 밀려 조금은 고리타분한 학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베버는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사회학 전문서뿐만이 아니라 교양서에서도 베버는 자주 인용된다.《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정치인의 자질과 윤리를 설명하면서 베버의 ‘책임윤리’를 주요한 이론으로서 차용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진보집권플랜》에서 정치 방법론을 이야기하며 역시 베버를 인용한다. 이렇게 세월과 학문의 유행이 변해도 베버가 늘 연구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의 사회학 이론과 방법론이 시대적 상대성을 초월한 보편적인 이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베버 연구가인 전성우 한양대 교수가 올해 번역한《막스 베버 사회과학방법론 선집》은 난마(亂麻)처럼 얽힌 오늘날 사회현실 문제를 푸는 열쇠를 제공한다. 이 책은 〈객관성 논문〉〈가치중립 논문〉〈사회학 기초개념〉 등 베버 학문의 중심이론인 논문 3개를 담았다.
이 논문들에서 베버가 100여 년 전 설정한 의제들은 현대 사회이론 및 사회과학방법론 발전의 중심동력 가운데 하나였으며 오늘날까지도 방법론 담론의 출발점이자 준거점 역할을 한다. 베버는 자신의 화두(話頭)에 대해 “문화생활을 다루는 학문영역에서는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객관적으로 타당한 진리’가 존재하는가?”(본문 중)라고 질문했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는 거리낌 없이 인문‘과학’, 사회‘과학’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만, 베버는 ‘자연’이 아니라 인문사회적 현상을 다루는 학문에서 ‘과학성’은 과연 어떤 성격을 가지는가의 문제를 이 논문들에서 추적했다.
베버에 따르면 ‘가치중립적 사회과학’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특유의 문명화 과정이 시작된 이래 단순히 물리적 ‘사물과 사실의 그물망’뿐 아니라 ‘문화적 가치 그물망’에도 얽힌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현상의 분석과 달리 사회문화현상의 분석은 이중적 의미에서 가치연관적이다. 분석 대상인 사회문화현상 발생 자체에 이미 가치가 깊숙이 관여됐다는 의미에서 그러하고, 동시에 이 현상을 분석하는 우리 자신 역시 ‘궁극적 가치 이념들’에 구속됐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과학’과 ‘신앙’을 가르는 것은 장벽이라기보다는 쉽게 넘나들게 되는 가느다란 선뿐이다.
베버는 “사실들 스스로는 결코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라며, “사실이 말하도록 한다”라는 실증주의의 유명한 도식은 ‘사실 확인’에 충실한 듯하지만 사실 가치판단을 은폐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질타한다. 이런 맥락에서 베버는, 근대 역사학의 길을 연 독일 역사학자 레오폴드 폰 랑케(1795~1886)를 예로 삼아, 사회과학적 창의성은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이미 알려진 관점들에 단지 연관시킬 뿐인데도 이를 통해 새로움을 창출하는 능력”임을 상기시킨다.
역자는 베버에 대하여 “자신의 문제의식, 개념도구 그리고 성좌를 강요하기는커녕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을 ‘헌신짝’같이 버릴 수 있는 용기, ‘거대하고 혼돈에 찬 강’에 미련 없이 흘려보내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요구하는 그런 사상가의 방법론과 이론은, 역설적으로, 바로 그렇기에 여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현상에 의문을 가지며, 자신의 성과를 절대시하지 않는 성찰, 바로 이러한 점이 오늘 우리가 여전히 베버의 책을 읽는 의미이리라. 막스 베버의 가장 보편적인 사회과학방법론을 담은《막스 베버 사회과학방법론 선집》은 그래서 ‘누구나 읽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