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전갈5.0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된 텍스트는 세 가지 정도가 있다. 1. 체사레 파베세의 ‘레우코와의 대화’ 중 ‘바다 거품’ 2. 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의 시 중 유실되지 않은 부분 3. 중간중간 덧대거나 삽입되는 각주 다만 주된 텍스트만을 정리한 것이지, 이 외에도 인용되는 텍스트는 정말 많다. 밀란 쿤데라의 ‘향수’, ‘파베세의 마지막 여름’ 등. 하지만 위 세 가지 텍스트의 존재만 인지하고 있어도 영화의 구성을 파악하기엔 충분하다. 영화는 누군가가 ‘바다 거품’을 읽은 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어떤 메모를 적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바다 거품’을 영화로 각색하기 시작한다. 사포와 브리토마르티스의 배역을 두 배우에게 각각 부여하고, ‘바다 거품’이 영화로 진행된다. (배우들이 극중에서 낭독하는 대사가 ‘바다 거품’의 대사다.) 중간중간 파편적인 텍스트 이미지들이 영화에 드러난다. 영화의 제목인 ‘너는 나를 불태워’를 포함하여 ‘내겐 꿀도 벌도 아닌’, ‘그래! 빛나는 리라여. 목소리를 들려다오’, ‘나는 간절히 바란다’ 혹은 단순히 ‘청춘’과 같은 단어가 보인다. 이것이 사포의 시다. 사포의 시는 대부분이 유실되어 현재는 이렇게 파편적으로만 남아있다. 감독은 그 텍스트의 감각, 시어를 곱씹는 감각을 영화 언어로 옮기려 시도한다. (어떻게 옮기는지는 본편에서...)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화면이 갑작스레 전환되며 부가적인 설명을 전달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헬레네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덧붙이는 장면이나, 브리토마르티스가 바다에 몸을 던진 이유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 등 말이다. 이것이 각주 부분이다. 책을 읽다가 각주 표시가 있으면 책의 뒷편, 마치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되듯이, 이 영화도 그런 순간이 눈에 밟힌다. 이 영화는 작품 외부에 있는 체사레 파베세의 삶, 그리고 영화 내부에 픽션으로 존재하는 등장인물의 삶, 사포의 시를 영화 언어로 번안하려는 시도, 무수한 각주로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가 아주 복잡한 레이어를 형성하고 있다. 텍스트를 향한 배경 지식이 있다면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기 위해 책을 읽는 건 다소 번거로운 일이기에, 이 귀여운 독서록 같은 영화의 흐름을 읽으며 관람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우선 간단하게 적어본다.いいね133コメント5
천수경4.0네 눈길이 닿은 강물, 그 강물이 담긴 물탱크, 그리고 그 물탱크와 연결될 수돗물. 그러니까 화면 속 여자의 손이 수돗물을 만지는 일은 누군가의 눈길을 만지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흐르는 목소리. 너는 나를 불태워. 네가 나를 불태운다는 음성과 수돗물에 손을 대보는 이미지가 내 안에 동시에 입력된 순간, 나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상당히 재미있는 사람이면서 낭만적이고 사랑스럽고 좀 대책 없다고 생각했다. 고작 누군가의 눈길을 만지는 걸로 불태워지다니. 내 친구가 그렇게 자꾸 수돗물 만지고 있으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야 정신 차려... 걔 그 정돈 아니야! 아무튼 이 영화 속 묵묵한 수돗물은 내 손에 닿을 것만도 같은데, 땅을 세차게 때리는 파도는 영영 닿지 못할 곳에 있는 것 같다. 그곳엔 사포의 시체가, 은하수가, 그리고 선택할지도 모를 어느 생각의 갈래가 담겨 있다. 이 영화는 파도 대신 수돗물을 동경한다. 인간들이 사랑에, 그래서 삶에, 허우적대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 몸부림엔 독서 행위가 끼어 있다. 독서 후에 영화가 있고, 영화 속엔 실연이 있다. 실연 속에 독서가 심겼다. 마치 애초에 실연이 있었기에 독서가 발생하기라도 한 것처럼. 열쇠를 바꾸어버린 애인의 집 앞에서 벨을 누르는 리듬은 수백 년 전 누군가의 고통과 조화를 이룬다. 그때 그 순간을 설명할 수 있는 건 고대의 시인이 했던 말뿐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실연 당한 모든 이들에게 헛짓거리 말고 책을 읽으라는 충고 같기도 하다. 당신의 고통을 덜어줄 글귀를 우연히 마주치세요. 도서관에 가세요. 뭐 그런 조언 같다. 자신이 받은 위로에 답장하듯 영화의 말미에 나오는 편지는 난해하다. 하지만 먼 미래의 누군가가, 지금이 누군가의 ‘고대’가 되었을 때, 그 편지를 완벽하게 이해할 사람이 있으리라는 낙관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영화가 너무도 야심 차게 느껴진다.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 반드시 닿으리라는 야심. 너는 나를 불태워.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뱉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을 위해 대신 뱉어줄 야심. 네모난 화면에 아름다운 것들을 때려 박는 걸로 삶을 예찬해보겠다는 야심.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익어갈 과일을 어떻게든 따 먹고 싶게 만들겠다는, 땅에 떨어져 무용하게 썩어가는 과일들로 관객의 식욕을 돋우겠다는 야심. 그러면서도 열매를 잊어버린 이들, 잊고 살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로하겠다는 야심. 영화에 남의 말들을 덧씌우듯 남의 삶에 영화를 덧씌우고 싶다는 야심. 일단 나는 자극받았다. 올해 본 모든 영화 중에 가장 자극적인 영화였다. 무엇이 왜 아름다운지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자주 찾아오지는 않는데, 이 영화는 그 의지를 강렬하게 불러일으킨다. 얼굴도 모르는 칼립소의 통곡을 존중하고 싶어진다. 실연당한 사람과 함께 보길 추천한다. 이별을 겪은지 너무 오래된 사람과 함께 볼 때보다 영화가 이상하게 더 재미있더라. 진형아 미안... 근데 너랑 볼 때도 재미있었어!いいね52コメント2
상어4.0[Web 발신] 너는나를불태워야한다나는베를린영화제인카운터스와전주국제영화제를비롯해수많은국제영화제에초청되었으며아르헨티나와스페인독립영화계를이끌고세계예술영화팬들의지지를얻었다또한세익스피어를새롭게해석하며문학과영화의경계를넘나드는연출을보여줬고동시에동시대가장독창적인작가주의감독으로평가받는다또한16mm필름의질감과대담한형식실험으로현대영화의최전선에서있으며<너는나를불태워>역시그연장선에서세계최고의예술영화로주목받았다은혜를모르는주류상업시장은내작품을외면했지만내가세계최고의작가주의감독이고내영화가시대보다앞서있다는사실은바뀌지않는다내가한국에서개봉한이유는단지배급을위한것이아니라아시아관객과만나새로운시선을얻고영화언어의지평을넓히기위해서이지단지홍대병에걸려서이영화를수입한것이아니다いいね35コメント3
이동진 평론가
4.0
텍스트의 거품 속에서 뒹굴며 배우는 영화의 몸.
뱀과전갈
5.0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된 텍스트는 세 가지 정도가 있다. 1. 체사레 파베세의 ‘레우코와의 대화’ 중 ‘바다 거품’ 2. 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의 시 중 유실되지 않은 부분 3. 중간중간 덧대거나 삽입되는 각주 다만 주된 텍스트만을 정리한 것이지, 이 외에도 인용되는 텍스트는 정말 많다. 밀란 쿤데라의 ‘향수’, ‘파베세의 마지막 여름’ 등. 하지만 위 세 가지 텍스트의 존재만 인지하고 있어도 영화의 구성을 파악하기엔 충분하다. 영화는 누군가가 ‘바다 거품’을 읽은 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어떤 메모를 적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바다 거품’을 영화로 각색하기 시작한다. 사포와 브리토마르티스의 배역을 두 배우에게 각각 부여하고, ‘바다 거품’이 영화로 진행된다. (배우들이 극중에서 낭독하는 대사가 ‘바다 거품’의 대사다.) 중간중간 파편적인 텍스트 이미지들이 영화에 드러난다. 영화의 제목인 ‘너는 나를 불태워’를 포함하여 ‘내겐 꿀도 벌도 아닌’, ‘그래! 빛나는 리라여. 목소리를 들려다오’, ‘나는 간절히 바란다’ 혹은 단순히 ‘청춘’과 같은 단어가 보인다. 이것이 사포의 시다. 사포의 시는 대부분이 유실되어 현재는 이렇게 파편적으로만 남아있다. 감독은 그 텍스트의 감각, 시어를 곱씹는 감각을 영화 언어로 옮기려 시도한다. (어떻게 옮기는지는 본편에서...)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화면이 갑작스레 전환되며 부가적인 설명을 전달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헬레네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덧붙이는 장면이나, 브리토마르티스가 바다에 몸을 던진 이유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 등 말이다. 이것이 각주 부분이다. 책을 읽다가 각주 표시가 있으면 책의 뒷편, 마치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되듯이, 이 영화도 그런 순간이 눈에 밟힌다. 이 영화는 작품 외부에 있는 체사레 파베세의 삶, 그리고 영화 내부에 픽션으로 존재하는 등장인물의 삶, 사포의 시를 영화 언어로 번안하려는 시도, 무수한 각주로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가 아주 복잡한 레이어를 형성하고 있다. 텍스트를 향한 배경 지식이 있다면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기 위해 책을 읽는 건 다소 번거로운 일이기에, 이 귀여운 독서록 같은 영화의 흐름을 읽으며 관람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우선 간단하게 적어본다.
재영
3.5
오래전 쓰여져 파편화 된 글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 것인가. 시어의 대담한 분리와 결합 후, 끝내 이미지만이 오롯이 마주한다.
천수경
4.0
네 눈길이 닿은 강물, 그 강물이 담긴 물탱크, 그리고 그 물탱크와 연결될 수돗물. 그러니까 화면 속 여자의 손이 수돗물을 만지는 일은 누군가의 눈길을 만지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흐르는 목소리. 너는 나를 불태워. 네가 나를 불태운다는 음성과 수돗물에 손을 대보는 이미지가 내 안에 동시에 입력된 순간, 나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상당히 재미있는 사람이면서 낭만적이고 사랑스럽고 좀 대책 없다고 생각했다. 고작 누군가의 눈길을 만지는 걸로 불태워지다니. 내 친구가 그렇게 자꾸 수돗물 만지고 있으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야 정신 차려... 걔 그 정돈 아니야! 아무튼 이 영화 속 묵묵한 수돗물은 내 손에 닿을 것만도 같은데, 땅을 세차게 때리는 파도는 영영 닿지 못할 곳에 있는 것 같다. 그곳엔 사포의 시체가, 은하수가, 그리고 선택할지도 모를 어느 생각의 갈래가 담겨 있다. 이 영화는 파도 대신 수돗물을 동경한다. 인간들이 사랑에, 그래서 삶에, 허우적대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 몸부림엔 독서 행위가 끼어 있다. 독서 후에 영화가 있고, 영화 속엔 실연이 있다. 실연 속에 독서가 심겼다. 마치 애초에 실연이 있었기에 독서가 발생하기라도 한 것처럼. 열쇠를 바꾸어버린 애인의 집 앞에서 벨을 누르는 리듬은 수백 년 전 누군가의 고통과 조화를 이룬다. 그때 그 순간을 설명할 수 있는 건 고대의 시인이 했던 말뿐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실연 당한 모든 이들에게 헛짓거리 말고 책을 읽으라는 충고 같기도 하다. 당신의 고통을 덜어줄 글귀를 우연히 마주치세요. 도서관에 가세요. 뭐 그런 조언 같다. 자신이 받은 위로에 답장하듯 영화의 말미에 나오는 편지는 난해하다. 하지만 먼 미래의 누군가가, 지금이 누군가의 ‘고대’가 되었을 때, 그 편지를 완벽하게 이해할 사람이 있으리라는 낙관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영화가 너무도 야심 차게 느껴진다.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 반드시 닿으리라는 야심. 너는 나를 불태워.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뱉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을 위해 대신 뱉어줄 야심. 네모난 화면에 아름다운 것들을 때려 박는 걸로 삶을 예찬해보겠다는 야심.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익어갈 과일을 어떻게든 따 먹고 싶게 만들겠다는, 땅에 떨어져 무용하게 썩어가는 과일들로 관객의 식욕을 돋우겠다는 야심. 그러면서도 열매를 잊어버린 이들, 잊고 살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로하겠다는 야심. 영화에 남의 말들을 덧씌우듯 남의 삶에 영화를 덧씌우고 싶다는 야심. 일단 나는 자극받았다. 올해 본 모든 영화 중에 가장 자극적인 영화였다. 무엇이 왜 아름다운지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자주 찾아오지는 않는데, 이 영화는 그 의지를 강렬하게 불러일으킨다. 얼굴도 모르는 칼립소의 통곡을 존중하고 싶어진다. 실연당한 사람과 함께 보길 추천한다. 이별을 겪은지 너무 오래된 사람과 함께 볼 때보다 영화가 이상하게 더 재미있더라. 진형아 미안... 근데 너랑 볼 때도 재미있었어!
Dh
3.5
순백의 거품과도 같았던 사랑에 대한 각주 #욕망 #아트하우스 모모 × 마테이스 피녜이로 감독전
엘레나
4.5
시에는 운율. 리듬이 있다… 이 영화도 그렇다….
상어
4.0
[Web 발신] 너는나를불태워야한다나는베를린영화제인카운터스와전주국제영화제를비롯해수많은국제영화제에초청되었으며아르헨티나와스페인독립영화계를이끌고세계예술영화팬들의지지를얻었다또한세익스피어를새롭게해석하며문학과영화의경계를넘나드는연출을보여줬고동시에동시대가장독창적인작가주의감독으로평가받는다또한16mm필름의질감과대담한형식실험으로현대영화의최전선에서있으며<너는나를불태워>역시그연장선에서세계최고의예술영화로주목받았다은혜를모르는주류상업시장은내작품을외면했지만내가세계최고의작가주의감독이고내영화가시대보다앞서있다는사실은바뀌지않는다내가한국에서개봉한이유는단지배급을위한것이아니라아시아관객과만나새로운시선을얻고영화언어의지평을넓히기위해서이지단지홍대병에걸려서이영화를수입한것이아니다
Costco™
2.0
분서갱유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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