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사의 동료로, 용사를 대신해 마룡의 브레스를 맞고 죽었다. 뭐, 괜찮다. 용사 엘키나스는 내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용사님이 멋진 여성과 결혼해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친구인 내가 대신 멋지게 눈을 감지 뭐.…라고 생각했는데. 80년이 지난 뒤, 나는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되살아났다. 그런데… "유감이군. 아렌느. 엘키나스는 미쳤다. 아주 제대로 미쳤어." 처음으로 들은 소식이 이따위다. *어쩔 수 있겠어? 도와줘야지. 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은 친우를 돕기 위해 내 정체를 숨긴 채 그의 곁에 남기로 했다. 엘키나스가 온전히 과거를 받아들이고 행복해지기를, 그게 내가 그를 위해 죽은 이유였으니까. 하지만… 그가 나를 알아보는 것 같다. "너. …아렌느지." 나는 내 얼굴을 매만졌다. 분명 내 얼굴은 아렌느가 아닌데. 알아볼 리가 없어야 하는 거 아냐? "절대로 놓치지 않을거야. …절대로." 엘키나스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