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グッバイ、リチャード!
'수상한 교수'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교수가 자신의 인생을 기행들과 함께 정리해가는 드라메디다. 조니 뎁이라는 유명한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시한부 판정이라는 비극을 웃음과 함께 극복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는 한 교수를 따라가며, 살짝 힙한 느낌도 있는 블랙 코미디를 연출한다. 그 유머 감각은 상당히 마음에 들긴 했고,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보긴 했으나 영화가 도달한 결론에는 좀 실망하긴 했다. 조니 뎁은 확실하게 한물간 배우다. 아직까지도 A급 스타 대접을 받고 있으나 그의 최근 필모는 정말로 처참하고, 그나마 볼만하거나 평이한 소수의 작품들에서는 비중이 크지도 않다. 어느 순간부터 조니 뎁은 그냥 어떤 특이한 분장을 하고 특이한 캐릭터를 연기할지만 보이고 스타로서의 무게감과 카리스마는 나름 유지하지만, 영화에 깊이를 가져오지는 못하는 거품 낀 배우로 밖에 안 보였다. 한편 이 영화에서 그는 굉장히 오랜만에 이상한 분장 없이, 오로지 주어진 각본을 토대로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나는 꽤나 괜찮았던 것 같다. 중요한 감정적 순간들에서 영화는 대사들보단 배우의 연기에 많이 의존하는데, 그 순간들을 조니 뎁은 확실하게 잘 살려준다. 하지만 언제나 술에 취한 듯한 그의 평소 말투가 여기에서도 어느 정도 묻어나오며, 캐릭터의 고뇌를 깊게 전하지는 못한다. 차라리 콜린 페럴처럼 살짝 엇박인 캐릭터도 연기할 수 있는 동시에 그 진지한 무게감도 유지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조연 중에서는 대니 휴스턴과 오데사 영이 인상적이었으며, 두 배우 모두 주인공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우정과 가족의 감동을 진하게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이 감독의 유머 감각과 연출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이야기와 주제는 '죽은 시인의 사회'와 유사한 점이 많고, 좀 뻔하고 클리셰적이고 해서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대사들과 상황들은 거기에 코엔 형제스러운 느낌을 부여한다. 감독의 유머 감각이 담긴 대사들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으며, 거기에 타이밍을 묘하게 계속 뺏어가는 하드 컷들도 좋았다. 다만 뭔가 뒤로 갈수록 그 특이한 색깔이 옅어지고 좀 뻔한 드라마로 흘러가는 듯해서 아쉬웠으며,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연기가 안 따라줬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공감과 몰입이 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