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현대 일본의 탄생 지점
‘문화’라는 창을 통하여 근대 일본을 재검토하는 ‘근대 일본의 문화사’ 총서의 아홉 번째 책인 <냉전 체제와 자본의 문화>(소명출판, 2013)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라는 ‘전후’를 묻는다. 전쟁이 끝나고 정치/경제/사회/문화와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 변화가 어떻게 지금의 일본을 설명하는 의미가 되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1955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전후를 주목한다. 일본의 ‘전후’는 패전과 점령이라는 전쟁 직후의 ‘전후’와 전쟁 이후 재편되는 일본을 주목하는 ‘전후’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 투하에 이은 항복 이후, 패전국에 대한 미군의 점령 즉 군부통치가 1945년 8월에 시작되어 1952년 4월까지 6년 8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이후 일본은 소위 ‘55년 체제’로 불리는 일련의 사회정치적 변화를 겪는다. 즉 보수합동에 의한 거대한 보수정당의 탄생과 이로 인한 보수안정의 기반 구축, 자본주의 발전 정책의 본격화 등의 변화를 통해 국내 정치체제의 안정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도 하나하나 정상화해 나가는 등 국제정치의 장에 본격적으로 가담한 것이다. 일본에게 1955년이란, 전후 일본이 안팎으로 재편되는 즈음으로, 현대 일본사회의 틀이 구축되어나가는 지점을 가리킨다.
전쟁 이후, 냉전 체제
이 책은 먼저 ‘냉전 체제와 ‘미국’의 소비’를 주제로 전후 일본사회와 미국 및 미국문화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를 탐색한다. 필자는 전후에 미국이 점령군으로서 일본에 주둔하면서 미친 영향은 결코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즉, 점령자와 피점령자 간의 위계적 관계가 아니라, 양자의 능동적인 ‘포옹’이 전후 일본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또한 점령군의 검열 제도와 전쟁기 일본 군문화의 연속성 등의 예를 들어 전후 문화가 전전이나 전쟁기와의 연속선상에서 고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일본의 패전 직전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 학계에서 ‘민중’, ‘대중’, ‘시민’,‘ 인민’이 연구되어 온 양상을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필자는 ‘민중’, ‘대중’, ‘시민’,‘ 인민’ 등의 용어를 사용할 때 사람들이 이미 어느 정도 이데올로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연구에서 중립적인 객관성을 가지기 힘들다고 말한다. 덧붙여 필자는 민중을 ‘생활자’, 즉 주어진 조건 속에서 온갖 조정을 되풀이하고 궁리와 노력을 거듭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근대사회에서의 기본적인 생활 단위는 ‘가족’이었으므로 민중의 생활과 생활사상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가족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패전 이후 상징천황제, 일본문화론, 보수주의의 상호 역동 속에서 재구축되는 ‘일본’을 보여주는 글도 주목할 만하다. 필자는 패전 이후 상징천황제, 일본문화론, 보수주의가 일본 국내용의 내셔널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는 양상을 분석하고, 또한 이것이 모순을 드러내는 지점을 주목한다. 필자는 이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국민국가를 넘어선 광역 개념으로서의 동아시아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재구축된 일본을 새롭고 적극적인 의미에서 다시 한 번 해체하는 활동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 한 방법으로 일본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대중문화에 스며든 패전 이후
1955년을 전후로 ‘이등병 붐’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일본에서 대유행했던 영화 <이등병 이야기>를 고찰한 글은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예비하는 주체성 및 심성과 연결되어 있다. 당시 대중문화계를 주름잡았던 ‘이등병들’은 전쟁에 동원된 평범한 소시민으로, 이들의 입장에서 전쟁을 재현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유례없는 일이었다. 특히 ‘딱딱하지 않고 인간미 넘치는’ 군인들, ‘전쟁 명분보다는 동료애를 중시하는’ 병영생활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이등병 이야기>에는 전쟁 피해자들, 여자들, 식민지 영토들의 왜곡된 상이 은폐되어 있다. 특히 식민지 여성과 위안부들의 ‘눈물’은 훼손된 남성성을 받아들여주며 일본의 ‘새로운 남자’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로 작동했다. 또한 전쟁/천황 등 역사-정치적 이슈들이 문화상품으로 포장되어 성찰의 기회를 잃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후 일본에서 유행한 흑인음악을 통해서도 일본의 전후를 엿볼 수 있다. 1970년대에는 블루스, 1980년대에는 두왑, 1990년대에는 랩이 유행했는데 필자는 이 음악들에 담긴 흑인성이 일본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평가되었는지를 살펴본다. 필자는 일본인이 자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흑인음악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모방을 통한 접근’이 갖는 인종적인 애매함에 주목하며, 단순한 일본의 문화잡식주의나 복화술적 자기표현이 갖는 공허함을 뛰어넘어 외부에서 들어온 음악의 적응 과정에 대한 의미를 역사와 물질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애니메이션에도 일본의 ‘전후’는 녹아들어있다. ‘전후 50년’이 된 1955년을 기점으로 전후 일본 하위문화가 변모되었는데, 본서에서는 이 변모양상을 ‘벌레’를 통해 살펴본다. <거미와 튤립>에서는 일본인=벌레=소녀라는 동일화가 성립하는데 일본은 여기에 ‘귀여움’을 부과했으며, 이는 <바람계곡 나우시카>를 통해 상실된 모성이 소녀에게로 전해지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이를 통해 두려움을 동반한 유형성숙을 엿볼 수 있는데, 이러한 유형성숙의 개념은 <철완 아톰>에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 필자는 일본 전후 하위문화가 유형성숙의 어두운 면, 즉 ‘징그러움’을 드러냈지만 그것이 결국 ‘인간’ 안의 잠재적 다형성을 드러냈다고 설명한다. 벌레를 ‘징그러운’ 동시에 ‘작고 귀여운’ 존재로 등장시켜, 동일존재의 양면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순진무구’와 ‘징그러움’이라는 두 가지 자기상을 중첩시키면서 드러나는 어긋남을 통해 ‘전후 50년’ 이후 일본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닮은 일본, 오키나와
오키나와는 전후 일본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장소이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을 하나의 축으로 하여 지역적 정치 질서와 경제 질서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정치 질서는 미일 안보 체제를 중심으로 한국과 오키나와를 공산주의 방위의 전선기지로 삼는 것이었고, 경제 질서는 공업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과 대만,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원재료 공급지 및 시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수직적 국제 분업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오키나와에 일본 본토와는 다른 정책을 사용하였다. ‘엔저’였던 일본 본토와 달리 ‘B엔고’ 환율을 별도로 설정한다거나, ‘달러의 이중사용’ 정책을 실시하는 등의 정책이 그것이었고, 특히 미군의 직접 점령에 따른 미군기지 확보와 기지의 안정적 사용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되었다. 공산주의에 대한 방어기지로서 위치 지어졌다는 점에서 일본 본토보다는 오히려 ‘한국’과 닮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 오키나와의 큰 특징인데, 이러한 미국의 아시아 지역 통합 구도는 전후 오키나와의 아메리카니즘을 검토할 때 주목할 만한 논점을 제기한다.
오키나와는 실질적으로 40여 년의 군부 지배를 받았다. 오늘날까지도 오키나와에서 ‘미국’ 군사기지는 압도적인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구조적 폭력이 오키나와에 미치는 피해 역시 여전하다. 전후 오키나와에서 ‘미국’의 존재는 미군기지의 폭력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우선 그 실태를 확인하고, 압도적인 미군기지의 존재 속에서 오키나와 사람들의 경험과, 그들이 미군과 진행한 교섭의 양상에 대해 고찰한다. 이 양상에는 저항, 투쟁, 유용, 수용, 분리공존 등 여러 가지 상태가 포함되어 있다. 필자는 ‘섬 전체 투쟁’을 분기점으로 삼아 그 전후를 살핀다. 공간적으로는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오키나와 내에서는 기지 인접 지역과 그 외 지역으로 나누고, 계층별/직업별로 세분화하여 각각에서 ‘아메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