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감정

박승출 · 詩
140p

著者/訳者

目次

제1부 그냥 이유?13/너에게 가는 길?16/사계?18/감은 눈?20/일기예보?23/이별의 이해?26/물안개?28/장마?30/산책?33/일렁이는 수평선?36/이어달리기?38/다시 산책?40/오늘의 기분?42 제2부 어떤 날의 감정?47/반달?50/슬픔에 대하여?52/이름?56/질투의 묘미?58/13월?60/저녁이 오는 소리?67/젤리?68/걸어가는 사람?70/내일이 와도?72/저녁 6시의 기다림?74/밤은 우리를 훔치는 도둑들?76/모자?78 제3부 안부?81/오월 어느 날?82/순수의 벽?86/대결?88/작은 노을 큰 노을?90/독서하는 밤?92/기다리는 동안?94/사랑은 구름 위에 앉아 있는 바람 같아?95/무기력에 대하여?96/저녁이 올 때까지?98/밤과 낮 사이?100/밤의 실루엣?102/색연필?104 제4부 거짓말?107/밤의 기울기?108/어떤 하루?110/달이 뜨는 공원묘지?112/봄 꿈?114/속삭임?116/화석?118/따라 걷기?119/내일의 색깔?120/안개 낀 날?122/동네 한 바퀴?124/죽지 못하는 시체들의 밤?126 해설 우대식(시인)?127

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파산된 낭만의 숲을 걷는 산책자 2010년 월간 《우리詩》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승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어떤 날의 감정』이 시인동네 시인선 227로 출간되었다. 박승출의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다. 근대 이후 신의 자리는 이미 사라졌지만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과 세계의 부조리에 대한 회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 지점이야말로 생각하는 인간 혹은 예술가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박승출 시인은 세계의 부조리에 대해 깊게 탐구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해 탐닉한다. ■ 해설 엿보기 시가 어디서 출발하는가 하는 문제는 시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형식 더 나아가 시 세계의 근원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박승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적어도 가시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것은 그의 시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구에 바쳐진다는 것을 뜻한다. 시집에 등장하는 일상적 사물이나 풍경도 내면에 새겨진 기억의 조각이나 이미지라는 사실이 그것을 반증한다. 관념에 투영된 사물들은 그만의 방식으로 굴절되어 더러는 냉소적으로 질서화되어 있다. 시를 읽으며 구체적인 사건은 알 길이 없지만 시인만의 깊은 상처가 무의식 속에 도사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시가 어떤 결핍의 소산이라는 말은 이 시집에 어울리는 명제일 터이다. 서술적인 긴 문장 속에 아로새겨진 관념은 독자를 영성의 세계로 이끄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사는 데 이유를 찾으면 못살아 화가 많은 내 친구는 먼 나라의 노래를 좋아하고 유리창 안의 마네킹을 진짜 사람이라 믿는다 불쌍하다며 눈물도 없이 눈동자를 그린다 그러다 또 화를 낸다 그래 이해한다 여름에는 잡풀만 무성하고 겨울이 자꾸 뜨거워지는 이유 겨울에 눈이 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새벽기도 마치고 귀가하다 전원 사망 신은 죽었을까 처음부터 아예 없었을까 죽을 듯이 슬퍼하다가도 배가 고파 국에 말아 밥을 먹는다 그래 이해한다 잘살라는 말도 없이 애인은 떠나버렸고 어제 읽은 책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은 다 읽지도 못할 책을 빌리러 또 도서관에 가고 어떤 날, 고양이들은 왜 미친 듯이 길바닥에 납작하게 눌려 있나 떠돌이 개들은 왜 길을 떠돌게 되었을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별빛은 죽은 빛일까 살아 있는 빛일까 사과를 한입 깨물었는데 안에서 꼬물꼬물, 벌레가 기어나온다 벌레는 나를 이해할까 ― 「그냥 이유」 전문 시집의 표제작인 이 시는 평범한 서술처럼 보이지만 세계에 대한 심각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2연에서 진술은 합리적인 인과성이 위배된 상황을 중심으로 한다. 화가 많은 친구가 먼 나라의 노래를 좋아하고 유리창 안의 마네킹을 진짜 사람이라 믿는다는 비인과적 상황에 대해 시적 화자는 “그래 이해한다”고 답한다. “겨울이 자꾸 뜨거워지는 이유/겨울에 눈이 오지 않는 이유”는 결국 인간의 문명사적 폐단에서 비롯되었을 터인데 그마저도 “그래 이해한다”는 것은 역설적인 맥락은 인간이 구조한 세계에 대한 불신이 바탕이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은 죽었을까”라는 근원적 물음이야말로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근원적 물음이다. 근대적 기획 이후에 신의 자리는 이미 사라졌지만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과 세계의 부조리에 대한 회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 지점이야말로 생각하는 인간 혹은 예술가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신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한 신화란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특정한 계층의 세계관 혹은 이데올로기를 자연화 시킨 것이다. 이러한 신화는 권력으로 작동하며 우리 세계를 규율하게 된다. 겨울이 뜨거워지고 눈이 오지 않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권력의 축적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그래 이해한다”는 시적 진술은 역설적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죽을 듯이 슬퍼하다가도 배가 고파/국에 말아 밥을 먹는다”는 것은 육체적 인간의 필연적 모순을 보여준다. 시적 화자는 그것조차도 “그래 이해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 모든 긍정은 뒤집어 보면 세계의 질서와 인간의 삶 그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근원적 회의에 도달하게 된다.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는 시적 화자의 행위를 포함하여 고양이들이 로드킬을 당하고 개들이 떠돌게 된 이유를 묻는 장면은 이 세계는 살 만한 곳이냐는 물음과 등가의 값을 지닌다. 왜 그런지 알 수 없는 공간이 이 세계인 것이다. 시적 화자가 독백처럼 내뱉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별빛은/죽은 빛일까 살아 있는 빛일까”라는 물음은 시적 화자의 낭만적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이 구절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서문을 떠올리게 한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 글은 종교와 신화를 상실한 서구문명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같은 선상에서 위 시는 우리 시대에 별처럼 빛나던 삶의 질서와 가치의 상실을 보여준다. 사과 안에서 기어나온 벌레는 존재와 존재의 관계 그리고 사건의 우연성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형상을 보여준다. 앞에서 말했듯 예술이란 이러한 부조리와 우연에 대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탐구가 이 시집의 전체 맥락인 셈이다. ― 우대식(시인) ■ 시인의 산문 밤이 춤추는 걸 본 적 있다. 밤의 긴 그림자가 등 뒤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다. 서로를 부둥켜안은 밤의 손목 위에는 지나간 시간들이 수갑처럼 동그랗게 채워져 있었다. 나는 밤이 춤추는 걸 보면서 추억의 한때를 생각하곤 했다. 시간이 제 비밀을 권태 속에 감추고 있는 거라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