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면 떠오르는 감독 🌿

9日前

‘여름’ 하면 떠오르는 감독이 있습니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인데요. 동시대 감독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여러 편 만들어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매력이 있는 감독이죠. 더 더워지기 전에 보면 좋을 에릭 로메르의 여름 영화, 여러분을 위한 가이드를 준비했어요 🏖️  






여름이 로메르의 계절인 이유

에릭 로메르는 한 가지 주제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며 풀어낸 연작 시리즈로도 유명한 감독입니다. 그중에는 ‘사계절 이야기’라는 이름이 붙은 시리즈도 있는데요. 그의 영화는 봄, 겨울, 가을도 다루지만, 우리가 유독 에릭 로메르의 영화들 속 햇빛과 바다, 휴양지의 공기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로메르에게 여름을 담는다는 것은 단순히 계절감이 아니라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로메르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여름 휴가, 즉 ‘바캉스’ 기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프랑스인들에게 바캉스는 2-4주 남짓 꽤 길게 주어지며,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이때만큼은 무한한 자유를 누리며 삶의 리듬 자체를 완전히 바꾸게 되는 특별한 시기입니다. 반복되던 일상을 벗어던지고 떠난 휴가지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밀려오는 권태를 느낄 수도 있죠. 새로운 설렘에 노출되기도 쉽고, 평소였다면 하지 않았을 법한 행동도 과감하게 저지르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계획에 없던 감정을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에릭 로메르가 특히 바캉스 기간을 영화에 자주 활용한 것 역시 일상의 규칙들이 느슨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감정, 뜻밖의 사건들을 포착해 내기 위함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로메르의 여름은 불안정하고 섬세한 사랑의 감정이 가장 또렷해지는 관념적 계절입니다. 



아름다운 풍경들과 대화로 꽉 찬 에릭 로메르의 여름 영화들은 전부 비슷해 보여도, 조금씩 다른 주제를 말하고 있습니다. 낭만적인 기대 혹은 우연한 만남, 더 나아가 내면의 성장까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아래 가이드를 참고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여름을 찾아보세요!



👩🏼‍❤️‍💋‍👨🏼관계의 엇갈림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1987), 여름 이야기 (1996)



연애 프로그램을 즐겨 보신다면, 분명 이 영화들이 취향에 딱일 거예요.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는 ‘희극과 격언’ 연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파리 근교 신도시 세르지 퐁투아즈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감정이 정교하게 교차합니다. 사귀는 사이에도 서로 마음의 크기가 같지 않거나, 소통의 방식이 서로 다른 경우 각 인물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대화로 자세히 풀어내고 있어요. 보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 다르기 때문에, 친구나 연인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은 작품이에요.

〈여름 이야기〉는 ‘사계절 이야기’ 연작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으로, 브르타뉴 해안에서 세 명의 여성을 두고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청년 ‘가스파르’의 여름을 그립니다. 삼각관계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고, 로맨스라기엔 너무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욕망의 바캉스

수집가 (1967), 클레르의 무릎 (1970)

 

일상을 벗어나 동떨어진 휴가지에서의 여름이 가장 잘 담긴 대표적인 영화들. 에릭 로메르의 첫 번째 연작인 ‘도덕 이야기’에 속한 작품들로, 프랑스 남부의 별장과 호숫가 휴양지를 배경으로 하는데요. 〈수집가〉는 한 여성을 두고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는 두 남자의 심리전을 담았고, 〈클레르의 무릎〉는 마치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행동하는 남성과 이를 관찰하는 여성 작가의 대화를 통해 욕망에 대한 고찰을 그렸어요.

행동하는 인물과 관찰하는 인물을 동시에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기도 한데요. 서로를 향해 불타는 뜨거운 사랑보다는 미묘한 욕망의 흐름과 관계, 마음의 동요를 가만히 관찰하고 싶을 때 추천합니다.



🖼️ 우연한 만남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 (1987), 파리의 랑데부 (1995)

 

로메르의 여름 영화에는 꼭 ‘로맨스’로만 정의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들 역시 담겨있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우연히 마주친 인물들이 산책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상황을 돌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해요.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은 시골에서 만난 두 여성의 우정을 중심으로 예술과 일상,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시골과 도시를 오가는 풍경과 재치 있는 인물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확실합니다. 〈파리의 랑데부〉 역시 세 개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예요. 여름의 파리를 배경으로 엇갈리는 인연과 우연한 만남을 그리는데요. 시시콜콜한 대화, 사람과 사람이 스쳐가는 순간에 집중하는 로메르의 매력이 상황과 대사 속에서 특히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표류하는 사랑

해변의 폴린 (1983), 녹색 광선 (1986)

 

주변 사람들은 모두 사랑에 빠졌는데, 나만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 적이 있으신가요? 이 영화들의 끝에서 주인공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됩니다. 

〈해변의 폴린〉과 〈녹색 광선〉은 모두 ‘희극과 격언’ 연작에 속한 작품들인데요. 노르망디 해변에서 어른들의 연애를 지켜보는 소녀 폴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프랑스를 떠도는 델핀. 두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누구와 사랑에 빠질 것인가’보다는 ‘내가 어떤 사랑을 원하는 사람일까’에 대해 고민합니다. 무한히 주어진 자유 속에서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방황하지만 쉽게 타협하지 않죠. 로메르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게 마음의 움직임을 포착한 작품들로, 타인의 기준보다 자신의 감각을 믿고 싶은 사람들,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사랑을 찾아 표류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지금, 아래 관련 콘텐츠를 통해 나에게 맞는 에릭 로메르 여름 영화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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