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심리 스릴러의 수작 〈케이프 피어〉가 새롭게 돌아왔습니다. 애플 티비에서 제작한 이번 시리즈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틴 스콜세지 두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주목받았는데요. 〈케이프 피어〉는 1957년 출간된 소설에서 출발해 1962년 한차례 영화화된 후, 1991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리메이크, 2026년 애플 티비 시리즈로 재탄생했습니다.
© Apple TV
*본 아티클은 〈케이프 피어〉의 주요 설정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962년 영화 〈케이프 피어〉
J. 리 톰슨 감독은 존 D. 맥도널드의 1957년 소설 [집행자]를 기반으로, 1962년 영화 〈케이프 피어〉를 만들었습니다. ‘케이프 피어’(공포의 곶)는 실제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남동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곶(cape)인데요. 위험한 모래톱과 거센 조류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 훨씬 오래전부터 윌밍턴 일대와 케이프 피어 강 일대가 ‘케이프 피어 지역’으로 불렸다고 해요.
〈케이프 피어〉(1962) © Universal-International
원작 소설과 영화는 모두 실제 케이프 피어 지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변호사인 ‘샘 보든’(그레고리 펙)의 결정적인 증언으로 인해 자신이 감옥에 갔다고 믿는 범죄자 ‘맥스 케이디’(로버트 미첨)가 8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립니다.
〈케이프 피어〉(1962) © Universal-International
영화 〈케이프 피어〉가 만들어진 1962년은 아직 할리우드에 ‘검열 규정’(Hays Code)이 강하게 작동하던 시기였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강간이나 성폭력에 대한 묘사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없었지만, J. 리 톰슨 감독은 암시와 긴장감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공포를 조성해냈어요. 로버트 미첨의 맥스 케이디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악역으로 자리 잡았고, 알프레드 히치콕의 대표작들을 만든 버나드 허먼의 음악은 이후 1991년판에서도 다시 활용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죠.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틴 스콜세지의 교환
1991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 〈케이프 피어〉는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기로 한 작품이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쉰들러 리스트〉의 연출을 마틴 스콜세지가 맡을 예정이었고, 실제로 대본 작업까지 거의 다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결과적으로 두 감독이 각각 검토하던 작품을 내려놓게 되면서 프로젝트가 서로에게 넘어가 연출할 작품이 맞바뀌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마틴 스콜세지와 스티븐 스필버그 © Jon Kopaloff / FilmMagic
스필버그는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쉰들러 리스트〉를 직접 만드는 게 맞다고 판단했고, 마틴 스콜세지 역시 해당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한편 스필버그는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좋은 친구들〉을 보고 그가 상업적인 영화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주연을 맡게 될 로버트 드니로와 함께 스콜세지를 설득해 자신이 개발 중이던 〈케이프 피어〉의 연출을 맡게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케이프 피어〉는 당시 스콜세지의 최고 흥행작 중 하나가 됐고,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로 첫 감독상을 받았죠.

〈케이프 피어〉(1991) © Universal Pictures
마틴 스콜세지는 1991년 영화를 만들면서 1962년 영화 〈케이프 피어〉와 원작 소설을 모두 참고했지만, 몇몇 주요 설정에 변화를 주어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 ‘샘 보든’의 도덕성인데요. 기존 영화에서 샘 보든이 맥스 케이디 사건에 대해 증언하고 복수에 시달리는 무고한 시민이었다면, 스콜세지의 작품에서는 샘이 과거 맥스 케이디의 변호를 맡았던 국선 변호사로 등장하죠. 1991년 작품에서는 샘 보든이 케이디에게 유리할 수 있었던 증거를 일부러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사생활 문제가 드러나는 등 윤리적 결함이 있는 인물임이 밝혀지며 도덕적 딜레마가 강화됩니다. 한편, 원작에 대한 존중을 담아 1962년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그레고리 펙과 로버트 미첨을 카메오로 출연시키기도 했습니다.

〈케이프 피어〉(1991) 그레고리 펙, 로버트 미첨 © Universal Pictures
시리즈로 재탄생한 〈케이프 피어〉
2026년에 시리즈로 다시금 리메이크된 〈케이프 피어〉는 원작 소설과 앞서 제작된 두 편의 영화 모두를 바탕으로 합니다. 1991년 영화를 연출한 마틴 스콜세지, 제작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함께 총괄 프로듀서로 합류하기도 했는데요. 스필버그는 제작 단계에서 대본을 읽고 의견을 제시했으며 스콜세지는 편집본을 보고 피드백을 남기는 등 시리즈 제작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케이프 피어〉(2026) © Apple TV
시리즈 〈케이프 피어〉의 쇼 러너인 닉 안토스카는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21세기 미국의 트루 크라임 집착에 대한 탐구’라는 문구를 내걸었습니다. 1991년 작품과 거의 유사한 오프닝 시퀀스를 제시하며 오마주하고 기본적인 서사 구조를 따오긴 했지만, 사건이 2026년이라는 시대로 옮겨오고 캐릭터 설정들이 추가되면서 이야기 자체에 상당한 볼륨이 더해졌어요. 기존 작품들에서는 가장인 샘 보든이 사건에 얽히며 아내와 딸까지 함께 복수에 시달리는 설정이었다면, 2026년 시리즈에서는 기존 샘 보든의 위치에 ‘안나 보든’(에이미 아담스)이라는 여성 변호사가 위치하고 남편인 ‘톰’(패트릭 윌슨)은 맥스 케이디에게 종신형을 구형했던 검사로 등장해, 보든 가족과 맥스 케이디의 이해관계가 훨씬 심화되죠.

〈케이프 피어〉(2026) ‘맥스 케이디’ 역 하비에르 바르뎀 © Apple TV
상징적인 악역 맥스 케이디 역은 하비에르 바르뎀이 맡았는데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기존 작품들과 달리 케이디가 결백할 수도 있다는 증거를 첫 화부터 제시하며 갈등을 더욱 비틀어냅니다. 시대적 배경이 달라지면서 변호사-검사 부부와 맥스 케이디 양 측 모두 미디어와 매스컴을 이용한 신경전을 벌인다는 점도 주목해 볼 수 있는데요. 마틴 스콜세지가 집중했던 도덕적 딜레마에 언론과 SNS의 여론 재판이 맞물리며 이 싸움이 단지 개인 간의 사건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제시합니다.
〈케이프 피어〉(1991) 줄리엣 루이스 © Universal Pictures
〈케이프 피어〉(2026) 줄리엣 루이스 © Apple TV
1991년 영화에서 샘 보든의 딸인 ‘대니 보든’을 연기하며 독보적인 인상을 남긴 배우 줄리엣 루이스도 2026년 시리즈에 다시 한번 출연하는데요. 원작 소설과 두 번의 리메이크를 거치는 동안 ‘케이프 피어’는 꾸준히 이전 작품들에 대한 맥을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와 질문을 반영해 유의미한 재구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리메이크로부터 35년이 흐른 지금, ‘2020년대의 맥스 케이디는 어떤 존재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시리즈 〈케이프 피어〉는 6월 5일부터 애플 티비에서 순차 공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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