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그 라인
Fog Line
1970 · 단편 · 미국
11분

화면에 안개가 걷힌다. 주의 깊은 관객이라면 정신적 안개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얀 안개가 완전히 투명하게 걷히지는 않는다. 영화는 단지 시간의 일부분, 풍경의 일부분, 그리고 관객이 가진 심상의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다. 전체 이미지는 천천히 하늘, 땅, 그리고 가장 자리에 있는 것들을 천천히 변화시킨다. 세 그루의 나무와 전선이 주로 보인다. 나무는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낸다. 나무의 이미지는 부드러운 모양에 윤곽을 찾을 수 없다. 전선의 직선은 이와는 다르다. 회화라기보다는 드로잉에, 상상보다는 마음의 통제에 가깝다. 이러한 대조가 갖는 함의는 내 작품을 직접 관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인가 영롱하고 유령과도 같은 것이 존재한다. 관객은 스크린 위의 곳곳을 횡단하며 서로 다른 경로를 따라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는 필름의 표면 바로 그 속에 들어선 관객은 내 작품에 처음 등장하는 동물인 유령과도 같은 말의 이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제16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