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간 삶의 존재 양식에 따라 변화를 겪어온 ‘가족’은 항상 문학의 핵심에 자리해 왔다. 그것은 작가 박경리에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작가는 그의 작품에, 윤색된 자신의 가족이 충만해 있다고 밝히고 있듯이 전 작품을 통해 ‘잘 짜인 완전한 가족’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가족은 늘 인간 삶의 근원으로,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 나아가 인류의 역사를 가족의 역사로 치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통념으로 볼 때, 두 이성이 만나 결혼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침으로써 (새로운) 가족은 탄생한다. 결혼은 두 남녀의 결합으로, 더 나아가 두 집안, 두 문화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이라는 표현에 필자는 굳이 괄호를 치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의 가족문화는 기존 체제로의 편입만을, 그것도 한쪽 집안, 한쪽 문화로의 편입만을 강요해 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이미 짜진 가족에 자신이 살아온 가족문화를 버리고 흡수ㆍ동화되기를 끊임없이 요구받았다. 남성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한쪽에 부당하게 요구된 불평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불평등을 당한 쪽에서 더 이상의 부당함을 감수할 수 없다 말할 때 문제는 야기된다. 일부는 그러니 여성들이여 부디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가만히 수용하라고 한다. 정말 그래야 하는 것일까. 그런데 한 가지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과연 그 수용은 누구만을 위한 것인지, 그렇게 하면 정말 가족은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