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뉴욕 슬럼가 공원에서 주은 신문에서 우연히 본 분신 사진에 얼어붙는 충격을 받았던 '나'. 그리고 2002년, 또 다시 세상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9·11테러로 초고층 빌딩이 불타며 푸른 하늘에서 무너져 내리는 영상을 보면서 '나'의 뇌리에 다시 그 분신 사진이 뒤 살아났다!
이 세상에 믿을 만한 것이 정말 존재하는가? 그 물음에 작가의 가슴 속에 떠오른 사람은, 무언가를 위해 자기 몸을 과감하게 바친 한 베트남 승려이었다. 화염에 휩싸여 죽어갔던 당신을 알기위해, '나'는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다. 기억과 현실 사이에서 애타게 희구하는 것은, 미국식 힘의 논리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아시아의 숭고한 사상이었다.
작가의 실체체험을 토대로, 틱 광득 스님의 자취를 따라가는 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소설.
믿을 만한 것을 갈망하는 자들에게 드리는 진실한 문학이다.
제56회 일본 '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藝術選獎文部科學大臣賞), ' 제57회 일본 '요미우리(讀賣)문학상' 을 수상한 이 소설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어지면서 작가와 함께 베트남을 방황하는 듯한 긴장감이 넘친다. 이미 일본에선 문학으로 최고의 권위인 ‘아쿠다가와 상’ 후보에도 몇 차례 노미네이트 된 작가로서 고정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중견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작품이 한국 독자와의 첫 만남이 된다.
내용
미국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고 아프간 폭격이 시작되었다.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던 나는 학생들과 반전(反戰)데모로 나섰다. 학생들은 진지한 눈으로 묻는다.
“뭔가 믿을 만한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합니까?”
나 역시, 믿을 만 하다고 생각했던 사상가나 작가의 이름을 하나하나 지우고 있었다. 하지만 내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그것은 간디, 그리고 베트남에서 분신자살한 X스님이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 X스님의 자취를 더듬기 위해 나는 베트남을 향했다.
X스님의 이름은 틱 광득. 그 이름만 들어도 눈시울을 붉히고 두 손을 모으는 베트남인들이 있는데, 그의 흔적은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지운 듯 쉽게 보이지가 않는다.
X스님이 분신을 할 당시, 열렬한 가톨릭 신자인 웅오 딘 지엠 대통령과 그의 일가족이 베트남을 가톨릭교국으로 만들려고 불교를 탄압하고 있었다. 승려들의 부당체포와 고문, 그리고 학살이 이어지며, 비폭력으로 맞서 싸우는 불교도들의 희생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 때, 틱 광득 스님이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소신공양을 할 용의가 있습니다.”
분신 보도를 접한 응고 딘 지엠 대통령의 재수인 마담 뉴는 비웃었다.
“중의 바비큐라니 재미있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이 분신을 연출한 스님을 찾았다.
“틱 광득 스님의 죽음을 개 죽음으로 만들면 안된다. 단 한 사람의 아시아인의 정신력으로 전 세계를 떨게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 ”
나는 알고 싶다. 틱 광득 스님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뇌가 타 들어갈 때 그 속에 있었던 모든 기억과 사상이 다 어디로 갈 것인가?
그도 혹시 사랑하는 여자를 미친듯이 안아 본 적이 있었을까?
연꽃처럼 아름답고 치열한 사상이 어떻게 해서 그 승려에게 머물게 된 것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