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산산이 부서지면

위나와 그녀의 비밀 애인은 들뜬 목소리로 함께할 미래를 속삭인다. 하지만 그 모든 약속은 불길 속에 사라지고, 비통에 잠긴 위나는 예기치 못한 상실감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애도의 감정을 삭인 채 뒷전으로 밀려나야 하는 위나는 그 부당함을 견딜 수 없다. <빛이 산산이 부서지면>은 자칫 과장된 멜로드라마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루나르 루나르손은 절제된 연출을 통해 섬세하면서도 감동적인 성장 이야기를 완성했다. 충격적인 비극의 여파 속에서도 비명이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멀리 배치함으로써 위나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강조한다. 상황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사가 줄어든 자리를 요한 요한손의 유려한 선율이 채우지만, 영화가 전달하려는 미세한 뉘앙스는 놓치지 않는다. 82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따스한 온기와 공감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박가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