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그리고 집

아흔을 앞둔 화가이자 시인인 로즈 G. 레베스크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집 안 벽에 그려 넣어 집을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1930년부터 약 100년 간의 생애를 그림으로 남긴 한 예술가가 있다. 그녀는 자신이 보고 느꼈던 모든 풍경과 감정의 기억 들을 집안 곳곳에 그림으로 승화시켜 생활 공간이었던 집을 갤러리로 재탄생시켰다. 집 안을 수놓은 그녀의 그림들은 평범하게 전시되어 있는 미술품이 아니라 그녀 내면의 풍경화다. 개인의 기억이 예술과 공명하며 순결하고 풍부한 영혼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최근 트렌드와 관계없이 자기만의 예술성을 밀고 나가겠다는 순수함은 시대를 거스르는 예술의 본질을 고민하게 한다. ‘내가 선택한 나의 삶’이라는 그녀의 자서전 제목처럼 세월의 아름다움은 가장 ‘나’다울 때 가장 빛이 난다. 우아한 피아노의 선율과 웨스 앤더슨 풍의 이미지들이 어우러진 동화 같은 분위기가 영화를 포장해 주고, 사뜻하고 달보드레한 이 예술가의 사랑스러움에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이원일] [제22회 EBS국제다큐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