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섹스

일을 마친 두 굴뚝 청소부가 휴게소에서 대화를 나눈다. 동료들 사이의 일상적인 대화 같지만, 한 남자가 얼마 전 어떤 남자와 섹스를 했다고 말한다. 동료의 느닷없는 이야기가 납득되지 않는 다른 남자는 밤마다 자신이 여성이 되어버린 꿈을 꾼다.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온 이 두 남자한테 갑작스러운 성적 일탈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다그 요한 하우거루드가 기획한 3부작의 첫 번째 영화인 <어바웃 섹스>는 제목이 가져다줄 수 있는 기대와는 달리 그 어떤 성적 이미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젠더 정체성, 동성애, 혼외정사 등 이제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성적 관계와 행동들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끝없는 대화를 들려준다. 어떤 거대한 정치적 의지를 주장하지도,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교조적 태도를 강조하지도 않은 채, 영화는 섹스를 둘러싼 여러 가능성들을 평범한 삶의 일상 그 안에서 온전히 고민하려한다. 섹스는 삶의 다양한 문제들 중 하나, 혹은 그 모든 문제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모든 이의 문제일 뿐이다. (박진형)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