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지방 외딴 집 10살짜리 소녀가 어른들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그녀의 부모는 아프리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 버리고, 남겨진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이모와 함께 살게 된다. 멋 부리기 좋아하는 이모가 그녀의 연인과 함께 바다 멀리 여행을 가버리자 소녀는 홀로 남겨져 혼자 모든 일을 개척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소녀는 이제 거칠고 외로운 삶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아이들은 어떻게 자신이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될까? 부모와 떨어져 있는 순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로부터 소외되었을 때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10세의 소녀가 홀로 집에 남게 되면서 혼자만의 놀이를 통해 일종의 진공상태와 같은 자신의 고독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을 재현한다. 모든 아이들 속엔 이미 어른의 것과 같은 크기의 고독이 이미 형성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녀는 부모가 없는 얼마 동안을 의연하게 보낸다. 소녀를 돌보기 보다는 술 먹고 즐기는데 정신을 쏟는 이모도 있었고 마을의 친구들도 있지만 영화는 소녀가 자신 속으로 침잠하게 되는 특별한 계기를 설명하지 않은 채 소녀가 자신만의 세계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날 문득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자신과 직면하는 소녀의 내적 순간들은 어른들이 망각한 기억의 일부일 수도 있다. 소녀의 침묵과 시선의 방향은 완전히 폐쇄적이지도 완전히 열려있지도 않다. 자신의 고독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소녀가 아이가 아닌 것은 아니다. 집에 돌아온 부모의 품에 안기는 어린아이인 것은 분명하다. 감독은 소녀를 어른의 관점에서 분석할 수 없는 한 존재, 부모의 품에 기대면서도 낯선 고독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존재의 미스터리로 남긴다. 풍선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소녀가 바라보는 것은 마을의 부감 이미지와 하늘뿐만이 아니라 분해할 수 없는 삶의 총체적인 느낌일 것이다. 그 막막한 삶이 시작되는 소녀의 서늘한 느낌을 이 영화는 성공적으로 전달한다. (김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