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파킨슨병과 함께 살아온 주디는 남편의 간호를 받으며 그럭저럭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 스튜어트 호수 연안의 외딴 별장에서 남편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주디의 일상은 난관에 봉착한다. 한편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유전에 취직해 일하고 있던 십 대 아들 제이미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약한 모습을 드러낼 여유조차 없는 현실 속에서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캐슬린 헵번 감독의 장편 데뷔작 <고독>은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아들 사이의 관계를 잔잔하지만 감동적으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헵번 감독은 섬세하고 생생하게 등장인물들을 그려내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장애인 어머니 역할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해낸 셜리 핸더슨의 열연이 돋보이는 <고독>은 올해 최고의 휴먼 드라마로 뽑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