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의 사창가에서 한 시대 동안 일어나는 상류층의 타락과 유녀들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후샤오시엔의 영화는 몇편을 제외하고는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제를 타게팅 한 듯한 롱테이크와 지루한 내러티브는 관객들에게 인내심을 구하며 특히 아시아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특별한 문화나 역사로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술영화의 영화제 경쟁부분들이 유럽에 있고 그 영화제들에서의 아시아 영화의 경쟁력은 특유의 오리엔탈리즘의 특성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영화는 라스트 씬의 한 컷을 제외하고는 모두 밤이며 실내이고 붉은 호롱불 아래 동일한 조명의 느낌으로 진행되며 남자들은 시종일관 술마시기 게임과 유녀들에 대한 잡담만을 늘어놓고 유녀들은 부자들의 첩이 되거나 돈을 뜯어내기 위한 대화만을 한다.
그들이 공감하는 유일한 도구는 아편이며 남자들은 유녀들의 몸뿐이 아니라 마음까지 가지기 위해 결혼 약속을 하고는 배신을 하고 여자들도 사랑이 아니라 사창가에서 나가기 위해 남자를 사랑하는 척한다.
이 내용들의 끝없는 반복이며 단 한명의 순진한 왕대인 (양조위)만이 실제 유녀와 결혼을 약속하지만 그 마저 약속을 어기고 구차한 핑계를 대고는 유녀에게 돈만 왕창 뜯긴다.
중요한 것은 이 시대는 중국이 일본에 주권을 침탈당하고 국가가 아편에 쩔어 정체성을 상실하고 국권을 상실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두시간동안 어느 누구도 나라를 이야기 하지 않으며 가족도 이야기 하지 않고 과거도 미래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몸과 마음을 뺏기위한 남자들의 거짓말과 남자들의 부인자리와 돈을 뺏기위한 여자들의 거짓말.
그리고 그 중간의 매개체인 아편만이 존재할 뿐.
후사오시엔은 그 시대의 공허함과 타락한 중국인들의 쾌락 탐닉을 전혀 다른 영상언어로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다.
배우들의 개인 캐릭터는 극도로 건조하며 스토리의 굴곡과 내러티브도 거의 변화가 없다.
그 시대가 바로 그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