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
8 years ago
0.5

실미도
영화 ・ 2003
평균 3.7
내내 추잡스럽고 낡고 저열하다. 한국 감성이 때로는 얼마나 역한 것인지 느껴보고 싶다면 천만관객이 선택한 영화, 실미도를 보면 된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했을때 강간씬이 그대로 나왔다는 것과 마치 피해자가 민폐인것처럼 묘사하는 폭력적인 연출은 충격이었다. 그런 씬이 있음에도 영화는 15세 관람가였고, 내 앞자리에서 아이와 동반 관람하던 엄마는 황급히 아이의 눈을 가렸다. 천만영화라고 찬사를 받으며 온갖 곳에서 유치하고 촌스럽기 짝이 없는 대사들을 패러디하며 소비했다. 영화의 단점과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거의 듣지 못했다. 흥행만 잘되면 금새 주류 문화로 소비하며 즐기는 천박함이 팽배했다. 한국 문화 컨텐츠에 아이디어와 혁신보단, 하나가 뜨면 취향이고 뭐고 따라가버리는 몰가치성이 성질로 자리잡았다. 영화의 윤리적인 면은, 가정폭력을 가정사로 축소시키고 가볍게 여기듯이 단순히 수위의 문제로 그렇게 넘어갔다. 그 이후로 한국영화의 폭력성과 자극만을 위한 선정성, 약자를 위한 표현의 절제는 자기검열로 치부하는 나태함, 미와 추를 구분하지 못하고 예술에 대한 정갈한 태도를 갖추는 것을 허세로 몰아가며 비웃는것과 무엇이 고급인지 모르는 것과 날것에 집착한 나머지 추함을 파고드는 관습적 저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천만이나 보는 한국사회가 기괴했다. 아, 그 동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저질인줄도 모르고 좋아한다고 착각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