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형

아노네
평균 4.0
사카모토 유지의 글과 미친 연기력의 배우들과의 만남.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뜻밖에 좋았던 촬영. 사카모토 유지 각본의 작품들을 시기를 놓치거나 작품 결이 맞지 않아서 놓친 작품들도 있지만, 본 작품들은 모두 내 인생작이었다. 아노네 역시 사카모토 특유의 일상극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극 초반에서는 분명 소동극의 요소도 가지고 있으며 그로인해 우당탕탕하는 장면들도 그 만의 엉뚱한 개그코드들을 뒤섞으면서 재미를 만들어 내 주었다. 거기서 가장 중요한 재미요소를 담당한 아베 사다오 배우. 수 년전 처음 볼 때 그 때도 옆집 아저씨 인상이었는데, 정말 옆집 꼬마인 나와 재미지게 놀아줄 아저씨다. 그 아베 사다오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역할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슬픔과 유머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미소가 나오면서 눈물짓게 만드는 배우였다. 더 많은 표현을 하고 싶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행복을 주는 배우였다. '고마워요, 모치모토 상' 카모메 식당이 전부였고, 나에게도 그런 슬로우 무비의 전문 배우. 유일하게 15년 전의 일드<수박>이 아직도 인상적이었던 배우가 다 였던 코바야시 사토미. 정말 이런 일상연기가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를 딱 짚어주는 역할을 맡아서 화려하게 빛났다. 자신의 첫 딸과의 교감에서도, 터뜨려야 하는 모든 장면에서도 담담하게 그녀만의 연기를 보여준다. 누가 '카모메 식당'의 그 분에게 로맨스를 시킬 생각을 했던 걸까? '이젠 행복하기만 해요, 아오바 상' 다나카 유코 배우. 한국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하거나, 내가 보지 못한 작품들을 하셨다. 엄창난 배우라는 사실은 그의 표정 하나만으로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극 초반부터 그랬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다나카 배우는 표정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내더라. 큰 사건에 슬프고, 작은 감정 하나에 행복해하고. 그게 다 전달될만큼 행복해하더라. 저 배우마저 저런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질만큼. (울엄마라면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좋은엄마에요, 아노네 상' 히로세 스즈. '바닷마를 다이어리'로 신데렐라가 되었고, 말도 안되는 구설수에 놀라움을 주었고, 하지만 스즈의 연기만큼은 어떤 논쟁도 할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커리어를 쌓을수록 우리에게 인지시켜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병실 씬에서의 연기는 두고두고 나를 울릴만큼 많이 슬프더라. 아무 배우나 찍어대는 학원물이 아니라 좋은 작품에서 계속 만날 수 있는 배우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좋은 어른이 되어라~ 하리카!' 배우들에 맞춘 각본이고, 연기였을까? 몰아치고, 진을 빼는 연기는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에이타와 합을 맞추는 씬 정도였을까? 그 마저도 조금은 싱겁고, 우습게 마무리를 시키는 능력. 그 무겁지 않은 무거움에 난 반하게 된지도 모르겠다. 울지 말라고 안 울어도 된다고 하는데도 울수밖에 없는 장면들. 그들의 행복을 자꾸만 빌고 싶어지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