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있어났는가?>의 자매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로버트 알드리치의 심리 공포 스릴러이다. 고딕 호러의 외양을 띠고 있는 이 작품은 아그네스 무어헤드와 조셉 코튼의 캐스팅과 주요 배경이 되는 대저택의 강렬한 명암 대비가 있는 실내 미쟝센, 한 가문의 몰락을 다룬 내용을 비추어 볼 때 일정 부분 오손 웰즈의 <위대한 앰버슨가>의 뒤틀린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베티 데이비스,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조셉 코튼, 아그네스 무어헤드, 메리 애스터 등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수놓은 스타들의 환상적인 협연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알드리치는 한편으로 이 스타들을 기용해서 그들의 기존의 이미지들이 가지고 있는 신화를 부수는데 주력한다. 이 영화의 중간 부분에는 히치콕의 <사이코>를 연상시키는 시점의 변화가 있는데 그 시점의 변화를 통한 반전이 주는 놀라움은 한 배우가 가진 이미지에 대한 신화와 관련되어 있다. 알드리치는 이를 통해 신화화된 이미지를 믿는 관객들을 조롱하는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 전체가 '탈신화화'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하나의 세계가 새로운 질서에 편입되면서 사라질 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멜랑콜리가 깃들기 마련인데 알드리치는 그걸 철저하게 거부한다. 한 남부의 유력 가문의 몰락은 추악한 욕망들로 인해 불거진 결과일 뿐인 것이다. 알드리치는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에게 일정 부분의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누구도 낭만화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불쌍한 샬롯(베티 데이비스 분)조차도 어느 이상의 동정심을 허용하지 않는다. 망상을 다룬 탁월한 사례라고 할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샬롯의 환상 장면은 단순히 내러티브적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의 환영성을 보여주는 최고의 시퀀스 중의 하나이다. 알드리치의 장르에 대한 유연한 감각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호러, 스릴러, 사이코 드라마, 멜로드라마, 블랙 코미디를 오간다. 기존의 할리우드의 관습을 깨부수고 장르에 대한 자기 반영성을 드러내는 측면에서 본다면 일정 부분 당시 세계적인 뉴웨이브의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알드리치 특유의 이죽거리는 반골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좋아요 8댓글 0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